세상 불쌍한 준스가
부즈엉 토론에서 누가 잘했느냐에 대한 갑론을박들이 많고, 당연히 게 중에는 자신만만했던 치곤 준스가가 죽 쑤고 나오라는 평가 역시 상당한데, 뭐 평가야 각자의 몫이니 뭐라 할 것 없지만..
그 토론 7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지켜봤었는데, 일전에 말했듯 토론을 오래 하다보믄 힘이 쫙 빠질 수밖에 없다. 보통 1시간만 열과 성을 다 해 떠들어도 그렇게 되는데 7시간을 떠들었으니(그것도 계속 같은 말을..) 오죽하겠나. 특히 인상 깊게 보았던, 준스가의 힘이 확 빠진다고 느꼈던 하이라이트?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이것이다.
토론이 4시간 즈음 진행되고, 한창 언쟁이 과열되던 중에 저난길 아조씨가 마치 네가 이걸 막을 수 있겠느냐는 듯한 득의양양한 태도로 저 '카드'를 뽑아 들었는데("마! 이거, 이거 찍으요찍으! 카메라 똑바로 들이데! 으이?!") 이 순간, 무언가 그때부터 준스가의 힘이 쫘악 빠져나간다 싶은 느낌이 들더라.
통계학적 확률이나 기술적 보안 로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오랫동안 준비하고서 진격을 명령하는 장군 앞에 나타나 "오늘 내 점괘가 1, 2, 3, 4, 5로 나왔으니 넌 질 거다."라고 예언하는 주술사를 만난 기분, 준스가 스스로가 평생을 자신해 왔을 '설득의 가능성' 자체에 절망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당신 같으면 저걸 설득해 볼 자신이 있는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준스가한테도 뭐라 하지 않을 거다. 저걸 상대로, 그것도 4:1로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떠들다 왔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버텼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처철한 사투의 결말은 준스가를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7시간 동안 영혼을 갈아 넣고 피똥 싸면서 싸우다 나왔는데, 바로 이틀 뒤 바다 건너 페르시아 노친네가 벙커버스터 30발 맞고 알라를 만나러 가버리면서 "(부즈엉 토론 그딴 건) 일주일도 안 갈 이슈"라는 조롱조차 사치가 되어버렸다. 국가의 존망을 쥐고 흔들어버린 페르시아의 역대급 사태로 인해 동북아시아 어느 소국 구석탱이에서 일어난 7시간 소동은 이틀도 안 돼서 먼지처럼 잊혀졌고, 세상은 바다 건너 훨씬 더 거대한 괴물한테 시선을 뺏겨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장막 뒤에서 그저 팔짱이나 끼고서 킥킥거리기나 하는 비겁자들 보단 두 팔 걷어 붙이고 나와 무언가라도 해 보려 했던 이준석이 더 낫다고 생각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