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이단적 행보에 더 이상 신의 이름을 들먹이지 말기를.
피와 죽음, 반자유 반민주적 권위주의 전체주의를 기독교적 대안이랍시고 떠드는 정치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너무 극성이 되어서 참 큰일이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해왔는데, 이제 교황청까지 나서서 선을 긋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오늘이 아니어도 사람은 언제나 악행을 해왔다. 거짓말하고, 도둑질하고, 남을 시샘하고, 해치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세속 인간들의 탈선인 것이지 신의 바람이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좀 다르다. 페미피씨와 같은 문제현상의 원인을 엘리트독주가 아닌 근대적 자유와 인권의 폭주라고 멋대로 정의 내리고, 반민주적 전체주의 권위주의를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그러한 명목으로 민중을 탄압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피와 죽음과 폭력을 새로운 황금송아지로 숭배. 이들이 그러한 자신들의 악(惡)한 행보를 마치 예수님의 의지인 마냥 참칭 하며 다닌다는 게 작금 정치이념시장에서 매일같이 펼쳐지고 있는 비극이다.
악 자체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신의 이름을 멋대로 참칭 하며 이를 정당화하는 행태는 자주 있던 일도 아니고 그냥 넘어갈 만큼 가벼운 문제도 아니기에, 이젠 보다 못한 교황청까지 움직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교황청은 근대 이후 세속 정치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극도로 자제해 온 기관이다. 중세 시기 정치권력과 밀착하며 발생했던 여러 문제에 대한 반성의 결과였다. 그랬던 교황청이 지금 그 금기(?)를 깨고 나왔다. 증오와 복수, 전체주의를 '기독교적 가치'로 둔갑시키는 기독교 강경 보수 정치운동의 전 세계적 창궐과, 신앙이 정치의 수단으로 멋대로 동원되는 현상, 신성함에 대한 참칭 및 교리왜곡이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한국의 강경 개신교인들은 원래 가톨릭은 이단이라 인정 안 한다고 상투적으로 떠들어대겠지만, (전 세계 기독교의 절반을 차지하며, 단독종파로 세계 최대 규모인 가톨릭을 방구석에서 멋대로들 이단선포하는 그 조악한 만용의 한심함은 치자 하더라도..) 한국과 달리 미국의 강경 기독교 보수정치에 올라탄 이들 중엔 카톨릭 인사가 상당하다. 부통령 밴스, 국무장관 루비오, 그리고 스티브 배넌 등등 말이지. 카톨릭이 이단이면 이들도 이단인 거고 지금 미쿸의 강경 기독교 정치운동은 이단자들에 의해 진행 중이라고 말해야 한다.
또한 만약 저 인사들이 (강경 기독교 보수 정치운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교황의 입장을 우습게 여기고 가던 행보를 계속 가려 한다면, 카톨릭 신자로써 선을 벗어난 배교적 행보가 될 것이다.
신앙이 권력을 비판하는 기준이 될 때 사회는 건강한 긴장을 유지하지만, 신앙이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는 순간 그 건강함은 쉽게 무너진다. 그리고 역사는 그 결과가 대체로 평화롭지 않았음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가장 최근에 교황청이 나서 너네들은 노답이라고 직접 선 그었던 때가 바로 이슬람국가 IS때이다. 다시 말해 IS급 악의축이 아니고서야 교황청은 어지간해선 직접 나서 선 긋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