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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l 24. 2020

이재명 독자생존 가능?

민주당은 분열되야만 하는가?

보수진영은 17대 대선정국 때부터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졌고 탄핵정국을 거치며 이 균열은 더욱 심화되었다. 


물론 진보건 보수건 수뇌부끼리는 오래전부터 진영의 주도권을 노리며 투닥투닥했었지만 막상 한쪽이 승리하여 진영 주도권을 장악하면 각 진영의 일반 지지자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새로 선출된 지도부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주곤 했다. 그런데 작금의 보수 균열현상은 이야기가 다르다. 단순한 수뇌부 차원의 균열을 너머 지지층 자체가 분열돼 버렸기 때문에 이 갈등은 쉽게 봉합될 수 없다. 그리고 진보진영은 이 균열의 덕을 톡톡히 보았고 말이지. 


그런데 지금 범진보진영에서도 그러한 균열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정의당? 이들은 소수라서 범진보 전체에 문제(?)를 일으킬 힘이 없다. 지금 논하고자 하는 것은, 친문과 친이(재명) 간의 균열이다. 


물론 민주당 역시 언제나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던 것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호남계(박지원)와 친문계의 처절한 전쟁으로 당이 두쪽 났던 과거가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본인의 생각으론 그때보다 지금 친문/친이 갈등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일전 호남계와 친문계 역시 처절하게 내전을 벌이긴 했으나 (마치 영국의 장미전쟁처럼) 그것은 '수뇌부(와 이들에 동조하는 골수 정치 오타쿠들)'의 싸움이었지 범진보 일반 지지층까지 이어지는 싸움은 아니었다. 지지층들에겐 여전히 하나로 뭉쳐 보수당을 물리쳐야 한다는 정치적 테마가 더 중요했고, 때문에 친문의 승리가 명확해진 시점에서 대다수의 범진보 대중들이 친문 권력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줌으로써 이 균열은 사실상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 친문/친이 균열은 다르다. 나는 각 계파의 일반 지지자들에게서, 일전 친문/호남계 분열 시절을 능가하는 상호 증오심을 보곤 한다. 그래, 친이와 친박을 너머 찬탄과 반탄으로 돌이킬 수 없이 분열돼버린 보수 지지자들처럼 말이지. 

이들은 이제 서로에 대해 '같은 진영'이라는 진영 의식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좌 우 둘 다. 물론 이것은 '어떤 의미에선' 한국 정치의 진일보이기도 하다. 좌 vs우의 그 오래된 이분법으로부터 탈피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이 지점에서 이재명 이야기를 좀 해 보자.


...


이재명 지지자들은 친문계로부터 당해온 과거의 감정들을 운운하며 친문에 대한 지독한 증오심을 표출하곤 하는데 그 증오심은 종종 (아예 다른 진영인) 미통당에 대한 적대감을 상회하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런 식이면 이재명 역시 친문에 대해 친화적인 스텐스를 취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질문


"이재명이 친문 다 버리고 혼자 독자생존 가능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한가?"

이재명의 대선 지지율은 지금 (고속 상승하여) 18%가량 나오는데, 여전히 23%가량 나오는 이낙연보다 밀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치가 아니다. 

이재명은 무언가 과격한 이미지이다.(별명 : 좌럼프) 

반면 이낙연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이다.(실제가 그러하건 아니건,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러하다.)

과격하면 소수 지지층(나 같은..)을 만족시키기는 좋다. 그러나 확장성은? 글쎄... 



설령 완전한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이 있더래도, 그들 모두가 적극적 반대자인 것은 아니다. 이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을 방관자로 냅 둘 건지, 아니면 적극적 비토층으로 만들어버리는지 여부는 정치에서 무척 중요한데 과격한 이미지의 이재명은 이 부분에 있어 이낙연보다 불리하다.


물론 내가 같은 진영이라고 무조건 서로를 편들어주어야 한다는 식의 진영 논리 신봉자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진영에 대한 반대를 할 때는 무언가 사상적, 철학적 층위의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거대 층위에서의 이유가 아니라면, 그저 수뇌부 간의 정치적 갈등, 사적인 악감정 수준 정도라면, 그런 건 각자 묻어버리고 함께 가는 것이 서로에게 더 유리하리라.

(그런 면에서 친문/친이(재명) 갈등은 보수진영의 찬탄 반탄 갈등보다 훨씬 '급이 낮은' 갈등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탄핵 수용과 거부. 이게 씨X 중간에서 타협이 가능한 문제임?)


전자의 이유로 갈라지는 것은 신념이지만 

후자의 이유로 갈라지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민주당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케 생각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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