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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04. 2020

유비는 소시오패스?

불가피한 옵션?

삼국지에서 유비를 싫어하는 이들은 종종 유비를 착한 '척'만 하는, 조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교활한 위선자 소시오패스로 취급하곤 하는데(손권曰 : "교활한 늙은이") 나름 일리 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일리 있는 분석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렇다 해서 딱히 유비에 대한 원망(?) 내지 악감정? 그런 게 생기거나 하지도 않는다.


난세. 가족 이웃 친구 친척 등 내가 알고 있고 소중했던 이들이 뻑하면 개미새끼 바퀴벌레처럼 죽어나가는 세상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따랐지만, 또한 그들 중 대다수는 끝까지 따라오지 못하고 죽어 나자빠져 중도 이탈해 버린다. 


나를 따른다는 이유로, 나와 함께했다는 이유로 뻑하면 잡혀가고 두들겨 맞고 고문받고 살해당하고 개처럼 버려지지만 나는 그런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이게 유비의 삶 속에서 억겁을 반복된 과정이었다. 그의 이름으로 진행된, 막판 커리어를 제대로 말아 잡순 그 마지막 불장난 피날레까지..



사람에 대해 진정성 있는 애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그 역경들을 제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었을까? 아마 그 여정의 반도 채우기 전에 미치고 돌아버리진 않았을까? 


이렇게 보면 삼국지 군웅할거의 군웅들에게서 보이는 그 비인간적이고 싸패스러운 면모들 역시 마냥 이해 못할 바도 아니라는 거 


더 나아가 나는 장군들은 어느 정도 나르시시스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저 높은 곳에서 수십만 명을 내려다보며 눈 하나 깜빡 않고 그저 손짓만으로 수만의 죽음을 '명령'내린다는 게

애초에 지독한 나르시시스트가 아니고서야 가능한 일인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멘털 나가서 얼마 못 버티고 미쳐버릴 것이다.


+일전에 외과의사중엔 어느 정도 싸패 기질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스쳐 들은 적이 있다. 중요한 건 그 '기질'을 공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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