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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2. 2019

자유시장의 자체 균형

자유시장은 정말 '정글'인가?

정부로부터 그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순수한 자유시장을 논할 때마다 종종 등장하는 비유가 정글 생태계이다. 


자유시장 반대자들은 자유시장의 부정성을 강조하려 할 때 '정글'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약자에 대한 그 어떠한 보호울타리도 제공되지 않은 채 처절한 약육강식의 원리로만 돌아가는 냉혹한 세상 말이다. 반대로 자유시장 옹호자들은 '태클받지 않을 때 이루어지는 순수한 균형 상태'를 강조할 때 이 개념을 들먹이곤 한다. 이를테면 정글 생태계는 아무도 건들지 않을 때, 그 순수한 균형이 유지된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먹는다. 그러다 결국 죽어 썩고 거름이 되면 그 거름 속에서 이름 모를 잡풀이 자라나고, 그 잡풀을 뜯어먹으며 다시 초식동물이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되며, 특별한 외압이 없다면 영구히 유지될 것이다. 신이 만들어 놓은 놀라운 균형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유시장'역시 아무런 외부 규제가 없을 시, 이러한 환상적 평형상태를 자체적으로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이라 무척이나 굳게 믿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의문이기도 하다.


시장 쟁이들 말마따나 경제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모든 원천이 정부의 개입이었다면, 정부가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원리가 오직 자유로운 개개인간의 거래로만 이루어질 때(세금 X, 규제 X) 정말로 경제는 알아서 어느 '특정 균형 상태'를 유지하게 될까?(잘 사는 이들 적당히 잘살고 못 사는 이들 적당히 못살고 그런 안정적 빈부격차 상태로 쭈욱~)

만약에 내가 그러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었다면, 난 아마 아직까지 우파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경제 세계는 결코 자연생태계와 같은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정글에 포식자는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잡아먹을 수 있는 양의 물리적인 한계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사람처럼 "미래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필요 이상의 사냥을 해서 은신처에 고기를 쌓아두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이는 극소수의 능력 좋은 포식동물들이 다른 모든 초식동물들을 멸절시켜버리는 상황을 방지한다.  

많이 잡아먹는다고 물리적으로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며(임계점 이상에선 그냥 살만 찐다.;;), 설령 아무리 날고긴다 해도 결국엔 늙어 죽어야만 한다. 



자, 인간 경제 생태계의 자본은? 일단 잡아먹을 수 있는 양의 한계라는 것이 없다. 자본은 아무리 자기보다 작은 자본들을 잡아먹고 흡수해도 '배부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잡아먹으면 먹을수록 비약적으로 힘이 세지며, 궁극적으로 '수명'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자본의 소유주는 늙어 죽지만 자본 그 자체는 타인에 의해 '승계'된다. 그리고 규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한 자유시장이라면 그 승계자는 보통 초기 소유주의 자녀일 것이다.)


자, 이 상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바람직한 미래는 특정 균형 상태가 정글처럼 끝없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 일방적으로 강한 개체들이 다른 모든 개체들을 잡아먹어버리고 생태계 자체를 끝장내는 상황이 될 것이다.  


사실 이것을 정글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글보단 삼국지 군웅할거에 비유하는 것이 적합하리라. 각개 군벌들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소수의 강대 세력에게 흡수되고 최종적으로는 진나라라는 단일주체에게 전부 먹혀버린다. 


만약 경제에 그 어떤 정부 개입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개별 주체들을 흡수 통합해버린 초거대 기업 '(주)진나라'가 탄생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군사적 측면에 있어 천하통일은 민중들에게 더 바람직했겠지만 경제의 세계가 저리 돼 버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것은 민중들에게 재앙이다.)


물론 이 즈음에서 오조오억 번 즘 나오는 반박이 있다. 


"순수 자유시장에선 '반란'을 막지 않는다! 자신 있으면 남만이나 양평 같은 곳에서 거병하여 '(주)연나라' 같은 걸 만들어서 노오오오오오력과 능력으로 (주)진나라를 꺾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미 경제의 세계를 통일해버린 '(주)진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주)진나라'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여 시장에서 살아남으란 말씀이시죠?ㅎ 님 같으면 가능?(몇턴 버틸 수 있을까?)



+물론 현실 경제에서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가 개입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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