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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10. 2022

딥스충 정신세계

인간중심사상에 대한 거부


전술했듯 자신들이 굉장히 새로운 비밀을 알고 있는 마냥 설치고 있는 딥스충들의 그 '이론(?)'은 대부분 이백 년 전 프리메이슨 음모론으로부터 거의 변한 게 없다. 그럼 프리메이슨 음모론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프리메이슨 음모론이 처음 나온 건 사실 이백 년도 더 된 과거지만 오늘날과 같은 틀(딥스테이트 음모론)을 갖추게 된 건 이백 년 전 유럽에서부터 니까 이 음모론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면 이백 년 전 유럽의 사정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


이백 년 전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격변기였다. 기술적인 진일보로인해 산업구조가 싹 다 바뀌고, 이와 함께 지난 수천 년 농경시대 동안 당연했던 사회적 가치들도 따라서 바뀌게 되는데, 이 무수한 변화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건 자유주의, 더 나아가 근대식 인간중심주의 아닐까 한다.


지난 수 천년 간, 인간과 그 인간의 행복은 절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었다. 인간은 그저 '다른 무언가'를 위해 소모되고 희생되는 도구였을 뿐이다. 전근대적 신의 뜻에 의해, 또는 하늘이 내려주신 왕이나 황제의 행복을 위해.


왕, 황제 한 명의 행복을 위해 만 명의 사람이 희생되는 것은 정당하다. 수천 년 전 쓰인 신의 경전 말씀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싫어도 붉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면 이는 정당하다. 전근대에는 그러했다.


그런데 '근대혁명들' 이후엔 이게 바뀐다. 이제 더 이상 출처도 불분명한 수천 년 전 종교경전 내지 왕, 황제의 개인 취향(?)을 위해 수천수만의 인생과 행복이 갈려나가는 건 옳지 않게 되었다.


이젠 '인간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정치 사회적 총론이 된다. "그렇게 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뭐가 도움이 되는데?"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


물론 이러한 변화를 모든 사람들이 반겼던 건 당연히 아니다. 전근대적 억압과 금기를 통해 지위와 권력을 누려오던 보수적인 귀족 성직자 계층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그들은 자유주의, 더 나아가 인간중심사상 그 자체를 반대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리메이슨'이 동원되었던 것이다.


"자 보십시오! 우리 인간은 숭고하신 신의 말씀과 하늘이 내려주신 왕, 황제님의 성은 하에 주제를 알며 각자의 본분에 충실한 경건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저 인간중심주의자들이 나타나 일어난 일들을 보십시오! 인간이 욕망에 충실한 건 잘못이 아니란 명분 하에 추악한 이윤추구, 동성애와 난교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천한 출신의 이들이 뻔뻔하게 평등을 들먹이며 귀족과 같은 처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연장을 내려놓고 일터에서 태만을 부립니다. 이 모든 게 인간중심주의 사상 때문이며, 그 배후엔 우리를 교만과 타락에 빠지게 만든 프리메이슨 놈들이 있습니다!!"


프리메이슨 음모론은 이렇게 형성되었고 오늘날 딥스테이트 음모론까지 이어지고 있다.



...


프리메이슨-딥스테이트 론자들은 근대 이후 인간중심주의에 의한 모든 변화가 렙틸리언 외계인의 계획된 음모였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그들 말데로 근대 이후 일어난 자유주의-인간중심주의적 변화들 전부 렙틸리언 외계인들의 음모라 이를 거부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거부해야 하는가? 정말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모든 변화들을 전부 거부해야 한다면 인간이 왕과 황제를 위해, 그리고 중세적 신의 교리에 의해 소모되고 갈려나가는 게 정당했던 중세로 되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물론 대다수의 딥스충들은 이에 답변하지 못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딥스충'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미 피씨와 같은 현대 리버럴의 패착들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행복추구 그 자체가 일종의 반역 내지 이단으로 치부되던 중세로의 회귀를 주장하진 않는다.


페미 피씨의 패착에 반대하는 것 역시 "그러한 타락 양상은 더 이상 인간의 행복에 긍정적 역할을 주지 못한다."라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 때문인 것이지 "페미니즘이 중세적 신의 말씀에 어긋나서"라는 이런 병맛 같은 이유를 들고 나오진 않는다.  


...  


"근대 이후 인간중심주의 변화들 전부를 부정하란 말이냐?" 이런 질책에 대안우파 딥스충들은 머뭇거리다가 보통 자신이 소속된 정체성과 입장을 중심으로 타협을 보곤 하는데 대게 이런 식이다.


유대인 대안우파 : 음.. 오랫동안 유대인을 탄압해 온 관례는 분명 잘못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교도나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건 여전히 정당한 것 같습니다.


동성애 대안우파(실제 프랑스에 많다.) : 동성애는 현대 서구 문명 질서 하에 지극히 정당합니다. 하지만 무슬림은 서구 문명을 오염시키니 탄압해야 합니다.


장애인 대안우파 : 육체적 장애인 역시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 헌신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탄압하는 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정신적 하자가 있는 이들은 위험하니 교정 수용소에 감금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보추 애호가 : "보추는 게이 아님. 아무튼 아님."


결론 : 애라이 븅신 드라... 그냥 웃고 말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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