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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13. 2022

죽은 크롬웰 머리통의 수난

풀리지 않는 원한


영국에 왕정이 복귀하고, 그렇게 새 왕으로 등극한 찰스 2세는 선왕을 죽이고 왕정을 폐지한 불구대천의 원수 올리버 크롬웰을 부관참시해 그 머리통을 장대높이 매달면서 '공화정 영국'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예 끝장 내 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크롬웰을 향한 원한이 해소되지 않은 이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전시해 뒀던 크롬웰의 머리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머리통은 각종 암시장들을 떠돌게 된다.


크롬웰이 죽었을 때, 유명인사를 장례 지내는 당시의 관례에 따라 그 시신은 방부처리를 받았다. 때문에 썩지 않고 미라화 되어 그 형체를 보존했던 머리통은 역설적으로 그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이들에게 더욱 좋은 여건을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방부처리 없이 그냥 썩어 문드러졌다면 그 머리통에 대해 만족스러울 만큼 '화풀이'를 하기도 어려웠을 테니까.


여하간 크롬웰의 머리통은 여기저기를 떠돌며 온 가지 수난을 당했다고 한다. 꼬챙이에 다시 꿰뚫리고, 발로 걷어 차이고, 사람들이 침 뱉고, 기타 등등.


그렇게 300년이나 수난을 당하다가 결국 '누군가'에 의해 다시 재 매장되었는데, 악감정을 가진 이들이 하도 많았었기에 누군가 다시 해코지라도 하러 올까 봐 그 매장 장소는 비밀에 부쳐졌다고 한다.(크롬웰의 모교 근처에 묻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대영제국의 초석을 닦은 위대한 통치자의 말로치곤 지나칠 정도로 비참한 후일담인데, 죽은 지 300년이 지나서도 그는 용서받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얻을 교훈이 있다면

원한을 많이 만들지 말라는 거. 

원한을 많이 만들었는데 생전에 이를 다 풀지 못하고 죽게 되면 당신은 무덤에서 조차 편히 쉴 수 없다.


+그리고 PC충짓 함부로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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