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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8. 2022

숭배를 버린 자들과 민주진보 리버럴

해방의 지표에서 구속의 상징으로


모든 숭배를 내려놓고 열반에 닿은 자 '부처'는 지금까지 석가모니 한 명뿐이라지. 그래서 열반한 자를 뜻 하는 보통명사인 '부처'는 석가모니라는 개인을 뜻 하는 고유명사로 통하기도 한다.


진정한 해탈 만렙을 찍은 건 석가 한 명뿐이라 해도 만렙에 근접했던 이들은 더러 있었을 거라 본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보이는 어떤 비슷한 특징들이 있다.




가끔 언급하는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괴인' 디오게네스는 정말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는 인류문명의 모든 가치가 허상이라 여겨 내다 버리고 거대한 개집 속으로 들어가 평생을 짐승처럼 살았다. 심지어 남들 다 보는 거리에서 자위행위까지 했는데, 동양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나라 황제 숙종은 토굴 속에서 혼자 사는 현인 '라찬선사'의 명성을 듣고 그를 찾아갔는데, 라찬은 황제가 눈앞에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눈앞의 감자만 게걸스럽게 구워 먹었다고 한다. 그것도 콧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말이지. 보다 못 한 황제가 말했다.


"... 선사님. 거 콧물이나 좀 닦고 잡수시죠."


그러자 선사가 답했다.


"흥! 남들 보기 좋으라고?"




디오게네스의 자위행위와

라찬선사의 콧물찔찔은

돈, 권력, 명예 (+어쩌면 생명까지도..)등 인류문명의 모든 가치를 내려놓고 진정한 자유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 어떤 숭배도 없는 자유로운 삶 말이다. 


사실 68 혁명 신좌파와 초기 민주진보 리버럴이 마약과 섹스에 찌든 방탕한 삶을 낭만화하고 미화했던 이유 역시 이와 같았다. 그들은 돈 권력 명예 등 인류문명의 모든 가치는 결국 옳고 그름의 차별과 고통과 상처를 거쳐 종국에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거대한 상호 파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약과 섹스에 찌든 방탕한 삶에 디오게네스의 자위행위 내지 라찬선사의 콧물찔찔과 같은 의미를 부여해 인류문명의 모든 속박을 거부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나 라찬선사와는 사뭇 다른 전개가 이어졌다.


디오게네스의 자위나 라찬선사의 콧물은 그 독특함으로 구설에 올랐을 뿐, 그게 무슨 대단한 계급적 지위를 보여주는 특권 표식으로 전환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민주진보 리버럴들의 마약 섹스 타락은 단순한 해방이라는 의미가 변색되어 민주진보 리버럴의 '새로운' 질서체계 속에서 특권적 지위를 보여주는 새로운 계급적 지표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민주진보 리버럴 이후 세상에선 마약과 섹스에 찌든 방탕한 성적 쾌락의 경험이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보여주는 일종의 스펙처럼 취급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건 이미 자주 반복해 온 이야기.



'그런' 경험이 더 많을수록 일진, 인싸로 칭송받고 

'그런' 경험이 더 적을수록 찐따, 범생, 너드, 모쏠로 지탄과 조롱을 받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히 어리고 젊은 사람들은 이 새로운 리버럴 문명 체계 속에서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방탕한 섹스 경험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기 현상이 고착되어 버린 것이다.(절대 '성욕' 때문만이 아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성욕'이라고만 분석한다는 건 그 사람이 정치 사회를 제대로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가 '공개 자위의 경험'을 계급화하여 사람을 차별했던가?

라찬선사가 '콧물찔찔의 경험'을 도식화하여 사람을 평가했던가?


해방의 지표로 도입되었던 '방탕한 섹스 쾌락'이 다시 사람을 구분 짓고 평가하고 차별하는 새로운 숭배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는 불편한 진실. 민주진보 리버럴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4 사분면 전통 권위주의의 멍청이들은 다시 '섹스 안 함'을 숭배 가치로 복권시키고, 민주진보 리버럴 문명의 숭배 기준을 180도 반전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칭송받는 이와 지탄받는 이를 반전시키며 차별과 배제의 수레바퀴를 반대로 다시 돌리는 이상의 그 어떤 본질적인 변화도 가져다줄 수 없다. 이미 민주진보 리버럴 이전 전근대식 유교 기독교 전통사회 수 천년 동안 '그렇게' 살아봐서 다들 잘 알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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