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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29. 2023

개딸과 수박. 민주진보 내분

거기에 담론적 문제제기가 포함되어 있는가?

필자는 항상 "진영의 너무 강력한 단일대오는 역설적으로 내부성찰의 기회를 줄여서 담론의 질적 하락을 가져온다."라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이준석 이래(어쩌면 탄핵 이래) 풍비박산을 겪어 온 우익우파진영의 현실이 좌파 입장에선 오히려 부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민주진보진영에서도 나타나려는 듯 보인다. 이재명을 향한 짜장정부와 검찰의 집요한 공격이 민주진보진영의 오랜 '단일대오'에 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담론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적절한 내부분열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이 상황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파진영의 내부분열은 분명 담론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지난 전당대회 때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의 문제발언 "응, 박정희보다 김대중이 나아^오^"를 보자. 이건 단순한 트롤짓이 아니라 우익우파진영의 오랜 담론적 철학적 딜레마를 건드는 것이다.


한국 우익우파들은 매번 '자유'민주주의, 자유자유를 강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결코 '자유'가 아니었던 이승만 박정희 전낙지 반공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예찬해 왔고 이 부분은 우익우파진영의 담론적 딜레마로 치부되어 왔다. 자유한국당 시절에는 "자유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박정희는 왜 그렇게 빨아대냐?"라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당시) 황교안 대표가 미처 답을 하지 못하고 런을 해 버리는 상황도 발생한 적이 있었다.


천하람의 "응, 박정희보다 김대중^^"발언은 단순한 트롤링이 아니라 우익우파진영의 이 오래된 담론적 철학적 딜레마를 건드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우익우파진영의 내부분열은 이러한 담론적 성찰 시도를 끼고 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말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양상이 부럽다.





자, 지금 민주진보진영에서도 친명반명의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기뻐할 상황인가? 그럼 질문해 보자. 민주진보진영의 개딸 수박 내부분란에서도, 우익우파진영 이준석 내부분란처럼 '담론적 문제제기'가 같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를테면 누누이 언급해 온 부분이지만 민주진보진영 역시 우익우파진영 못잖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담론적 모순들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세기가 넘도록 시민사회문화에 대해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해 오다가 페미 피씨의 시대를 거치며 이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U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소수자와 약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소정의 자유억압은 불가피!") 이 부분은 지난 반세기의 행보와 충돌하는 거 아닌가?

이 밖에도 '일반 민중 다수의 의지는 항상 존중받아야 하는가?' '과도한 페미니즘이 다른 약자 정체성들과 충돌하는 양상들에 대해서 민주진보는 어떤 입장을 내어 놓아야 하는가?' 등등의 주옥같은 딜레마들이 넘처나는 곳이 소위 말하는 민주진보진영이다. 그래서 본론으로 돌아가, 지금 민주진보진영의 내부갈등은 이러한 담론적 문제제기를 동반하고 있는가? 


다들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내홍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민주진보진영의 내부갈등들은 철~저하게 정치적 지분싸움이었을 뿐 지금 이준석 우파갈등과 같은 치열한 담론적 문제제기를 동반했던 적이 없었다. 필자가 종종 민주진보진영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여온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다. 


이 '개딸 수박갈등'이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담론적 성찰을 동반하지 않는, 네 편 내 편의 천박한 정치지분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고대하던 '갈등'이 발생했음에도 필자가 웃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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