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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31. 2023

느그들의 국부 이승만과 48년 건국 프로젝트

그 편협하고 작은 동그라미

삼국지와 같은 전근대 군주들 간의 싸움 본질은 결국 "얼마나 많은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드느냐"였다.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사용해서 천하를 내 편으로 뒤덮어 버리면 내가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위대한 군주들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포용능력의 소유자들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극악한 적이었던 이의 포박을 풀어주면서 "이런 훌륭하신 분을 이렇게 박하게 대접하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이러는 장면들을 떠 올려 보자. 그것이 설령 연극이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장면을 통해 군주는 천하 사람들에게 "이런 분이라면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맡길 수 있겠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뛰어난 군재도, 달변의 외교도, 전부 부수적인 재능일 뿐이다. 군주 자신이 뛰어나지 않다 하더라도 뛰어난 다른 사람을 고용해 쓰면 그만. 하지만 사람을 품는 광활한 포용력만큼은 오직 군주 자신의 덕목이 아니면 안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면 승리'라는 이러한 정치의 본질은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별로 바뀌지 않은 듯하다.




필자가 페미니즘이나 구좌파 방구석 공산당들 그켬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편협함과 폐쇄성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범주를 너무나 작은 동그라미 속으로 욱여넣었고, 그 영역 밖의 이들에 대해 혐오주의자, 반동분자로 낙인찍기에 바빴다.


모두를 수용하기에 터무니없이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놓곤, 그 작은 동그라미 속으로 온 국가를 욱여넣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당연히 그런 바보 같은 시도가 성공할리 만무하다.


누차 말 하지만, 우익우파는 그러한 양대 민주진보들의 편협함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 양대 민주진보들이 각자 그려놓은 동그라미가 모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작았기에, 그 동그라미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들, 밀려난 이들의 불만과 증오를 바탕으로 상당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규모를 불린 우익우파가 자신들만의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왔다.


일부 우익우파가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의 동그라미는 오직 반공 친미 기독교 반 LGBT 친이승만의 '순수한' 계보만을 따른다!"

"정율성이야 당연히 거부고 김원봉도 안되는데 이젠 홍범도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48년 건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 인식이다!"

"우리가 그린 이 '새로운' 동그라미 속으로 전 국가를 쑤셔 넣도록 할 것이며, 그것은 위대한 혁명이 되리라!"

"우리가 선이고, 우리의 밖에 있는 이들은 악이다!"





... 만주군 중위에서 남로당 총책을 거쳐간 박정희의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한국 근현대사의 지독한 혼란함이다. 명확한 선도 악도 없는 중심적 가치의 공백 속에서 각 인물들은 그저 살기 위해, 밥 한 공기를 얻어먹기 위해 극에서 극으로 옮겨 다녔다. 이러한 혼돈의 역사 속에선 너무나 순결하게 한 줄로 딱 떨어지는 선악 판별의 계보를 적용시키기 어렵다.


정치공학적으로 보았을 땐 이는 정치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선악이 하나의 계보로 딱 떨어지기 어려운 역사의 대목이니 이왕이면 '우리'의 동그라미를 최대한 크게 그려서 조금만이라도 긍정할 만한 면모가 있는 모든 이들을 우리의 동그라미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인물도 '우리'였다! 저 인물도 '우리'다!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홍범도'는 그러한 '우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누구 말마따나 '평양 태생에 공산당 가입자였던' 홍범도를 모시는 경쟁에서 '우리'는 북한을 이겨냈고, 이는 '우리'의 동그라미가 북한의 동그라미보다 크고 위대하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적 쾌거이기도 했다.


한국공군 : 이제부턴 저희가 장군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랬던 홍범도를, 우익우파들은 다시 파 내려한다. 공산당 고춧가루가 좀 묻어서 보기 싫단다. 자신들이 원하는 '반공 자본주의 개신교 친미 이승만 순혈 성골계보'가 아니라서 싫단다. 그들이 말하는 '48년 건국 대한민국'의 동그라미는 이렇게 편협하다. 그들이 말하는 '48년 건국 대한민국'이라는 동그라미는 '반공 자본주의 개신교 친미 이승만 순혈 성골계보'가 아닌 이들을 포용할 수 없다. 렇게 작은 동그라미를 고수하는 그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순수한 선이며, 그 밖에 있는 너희들은 악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리버스 방구석 구좌파, 리버스 페미니즘이 되어간다.  



나는 너희처럼, 페미나 방구석 구좌파들처럼 편협하고 자기만 옳다 하는 이들이 싫다.

나는 그게 너무나 싫기 때문에, 나는 너희들의 '48년 건국 대한민국'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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