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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01. 2023

정율성과 홍범도. 너는 너 나는 나

'너는 너 나는 나' 사회가 마주할 필연적인 엔딩은 무엇인가?

가장 최악의 결과는 우익우파가 홍범도를 거부하고, 민주진보가 정율성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일전에 필자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우익우파가 홍범도를 수용하고 민주진보가 정율성을 포기하는 상황의 정확한 리버스 버전 말이다. 그리고 모든 현실은 항상 우리의 바람과 상반되는 최악으로 치닫기 마련이라는 게 인생 만고의 법칙이듯, 실제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결국 우익우파는 홍범도를 거부하고, 민주진보는 정율성을 기념할 것이다.. 




이런 전개가 특별히 최악인 이유는 '공동체의 중심 상실' 때문이다. 


모든 개개인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공동제가 유지 존속되려면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개개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력이 어느 정도는 작동을 해야만 한다. 그러한 동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모든 개개인들이 제멋대로 극으로 치닫다가 그러한 원심력에 의해 분열과 파탄에 이르게 된다.


북중러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선 정부와 독재자가 그러한 구심력을 폭력으로 강제하면 되니까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개개인의 자발적인 양보와 협조로 그러한 구심력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작금 홍범도와 정율성 사태는 한국 사회가, 한국의 정치가 이러한 구심력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한쪽에서는 공산주의가 '약간' 묻었다고 영웅을 퇴출시키고

한쪽에서는 공산당으로 범벅이 된 적군 인물을 공원까지 만들어 기념한다.

사실 한 국가 내 같은 시공간에서 진행될 수 없는, 진행되어선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공산주의 고춧가루 묻은 거 보기 싫다고 홍범도를 파 내는 이들과

공산당으로 범벅이 된 적군 정율성을 기념하는 이들은

더 이상 서로 같은 세계선을 살아가는 이들이 아니다. 


이제 이들은 서로를 적대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선의 시공간 자체가 4차원의 층위에서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너는 짖어라, 나는 가리라.

그리고 이러한 상호 극단화는 보통 한 가지 결과로 귀결이 되는데, 시리아와 같은 내전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북중러 모델이 바람직한 대안일 수 없는 게, 그러한 모델에선 역으로 구심력이 너무나 강력하다 보니 이를 거부하는 원심력이 참고 참다 갑작스레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공동체 전체가 파탄에 이르는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는 거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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