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여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탄식하지 말라, 아난다여
"그래, 다 좋다. 박세환이 말대로 사악한 페미피씨 놈들 다 죽었다 치자. 다 때려잡고 박세환이가 인류제국 1대 황제로 취임했다 치자! 너는 이 세상을 어떻게 다스릴 건데?"
"분명 인류황제 박세환이 다스리는 세상에는 단 0.000001의 모순점도 존재하지 않고 누구도 배제받지 않고 어느 누구도 고통받거나 상처받는 일이 없는 140% 완벽한 지상낙원이겠죠??"
... 항상 하는 생각이다. '그들'이 그렇게 잘못되었다면, '그것'의 대안은 무엇인가? 만약 내가 비난하고 질타하는 그 모든 정치 헤게모니들이 죄다 몰락하고 비로소 내가 세상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면, 나는 과연 모순이 1도 존재하지 않는, 가로세로 어느 쪽으로도 오차 없이 수학적으로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이건 허용할 건가? 저건 금지할 건가? 누굴 구제하고, 누굴 처벌할 건가? 이건 이해할 수 있는가? 저건 어디까지 설명해야 공정한가? 만약 누가 어떠어떠한 이유로 어떤 짓을 했다면 우린 뭐라고 말해야 옳은가?
무수히 많은 이상주의자들이 시대의 정답을 '내가' 찾았답시고 들고 일어나 완벽한 세계 이상사회 어쩌고 염병 난리 부르스를 떨어댔지만 그 완벽이란 건 결국 가이드라인 밖의 다른 형제자매들을 지워내고 불태우는 작업이었다. 과거를 욕하던 자들이 과거를 복제하고 미래를 꿈꾼다며 지옥을 건축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자칭타칭의 이상들이 우리의 곁을 거쳐갈 때마다 사람은 매번 새로운 지옥들을 살아갔고, 누군가는 또 그 지옥 위에 서서 저 딴에 천국을 다시 읊었다.
그렇게 앞서간 이상들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폐허 위에 들어 누워 이불을 뒤집어 싸매고서 끙끙 앓다 보면 결국 뇌가 종종 비슷한 결론?으로 향해감을 느끼게 되는데
아무리 지우고 치워도 새롭게 솟아나는 어떤 모순들을 완벽히 묻어버릴 수 있는 건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철두철미한 수학 미분적분이 아니라
그 틀어짐마저도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 거대한 자비가 아니었을까.
미워하지 말라..
부질없는 욕심들을 내려놓고 서로서로 사랑하여라.
결국 '종교적'이라 볼 만한 어떤 지점으로 발을 딛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완벽을 외치면서도 울고, 상처받고, 매번 틀린 채로 살아간다. 결국 그 망가져있는 모습 자체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을 수 없다면 나 자신도,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예수가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었던 건 아닐까.
아난다여.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이상사회’를 떠들던 유물론의 투사들도 삶의 말미에는 종교로 귀의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더랬다. 아무리 골을 싸매고 생각해 보아도, “서로 사랑하라." 이 말 외에는 다른 끝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윤리가 검열이 되고, 정의감은 폭력이 되고, 분노는 자기 연민으로 썩어가는 지금
사람은 우주에 로켓을 쏴대면서도 여전히 예수와 부처 앞에서 이천 년째 똑같은 질문들로 날을 지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