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마법의 수정

by 레옴


수리수리마하수리!

이런 마법 주문 한마디로 내가 하기 싫은 일이 뚝딱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경제신문과 주간지를 열심히 읽고 딱 한 주 산 주식이 크게 오를 때에도 그렇다. 수정구슬로 미래를 보고, 그때 왕창 샀으면 좋았겠다는 소용없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과학적인 사실만 믿는 사람에겐 전부 웃긴 소리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마법이나 마술은 아니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고 믿는다. 그게 신이든 파동이든 간에. 그래서 우리 집 어딘가에서는 수정이나 원석이 나를 따뜻하게 지켜주는 힘을 실오라기만큼이라도 보태는 중이다.

십년 전, 마음에 드는 맑은 백수정을 사러 인사동에 있는 꽤 규모 있는 크리스털 원석 가게를 찾았다. 추상 목공 조각을 취미 삼아 배운 적이 있는데, 받침을 만들 수정이 필요했다. 수정 하나 사러 별생각 없이 찾은 그 상점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눈감으면 떠오를 만큼 예쁘고 반짝이는 원석이 가득한 신세계였다. 그 공간에는 나를 감싸주는 듯한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심부름으로 단팥빵 하나 사러 빵 맛집에 들어 갔다가 침 질질 흘리는 격이었다고나 할까?

이후 나는 크리스털에 대해 알고 싶어서 <크리스털 바이블>이라는 책을 구해 읽었다. 원석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어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곳에서 느낀 따뜻하고 평화로운 울림은 원석에서 나왔을 터였다. 내게 맞는 원석이 무엇인지 잘 공부해서 집에 적절히 배치하고 몸에도 잘 지니고 다니면 무병장수 만사형통할 것 같았다. 커다란 원석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을 두르고 복부인 행색으로 다니는 내 모습도 상상해 봤다. 돈 많이 써서 부적을 쓰고 사이비 종교에 돈을 바치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이해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조금 알게 된 크리스털 중에는 갖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계획적으로 지출을 통제하던 습관 덕분에 지름신을 물리쳤다. 크리스털 테라피스트 과정도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들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이듬해 내 생일을 앞두고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마음에 쏙 드는 수정 클러스터 하나를 나 자신에게 선물했다. 그 가게에 꽤 오랫동안 머물면서, 진열장 안에 있는 마음에 드는 수정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손바닥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지구와 역사를 함께한 ‘우주의 기운’이 내게 불러주는 노래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편안하고 밝게 해주는 나의 수정을 만났다.

한동안 나는 낮에는 그 수정을 햇빛에 충전시키고, 밤에는 내 손에 소중히 올려놓고 따뜻함을 느꼈다. 예쁜 옷이나 맛있는 빵처럼 한낱 물욕이었을 수도 있지만, 유행을 타는 패션 아이템이나 먹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좋았다. 오랫동안 땅에서 열과 압력을 견뎌온 내 보물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그리고 실오라기만큼이라도 나를 따뜻하고 빛나게 해주고 있다면 언젠가 나도 따뜻하고 밝게 빛을 뿜어내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줄 거라 믿기에, 그것은 내게 마법의 수정이다. 그리고 요즘 난 수정에 이어 요가 수업의 싱잉볼에 꽂혔다. 수리수리마하수리! 대엥, 대엥,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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