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위협의 계산법과 주식 투자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
미 해군 항공모함 세 척 이상이 이란 인근 해역에 집결해 있습니다. 163대 이상의 수송기가 지난 한 달간 중동으로 날아갔습니다. 공중급유기들이 줄줄이 중동을 향하고 있고 영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이란 인근에 전개했습니다. 우리 외교부조차 이란 전역에 출국권고 여행경보를 발령 중입니다.
트럼프는 지난주 핵 협상이 잘 안 되고 있어 기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군사 행동은 여전히 옵션이라고 했습니다. 2월 25일 국정연설에서는 이란을 테러리즘의 세계 최대 후원국이라고 부르며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이 중동에 집결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트럼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짚어봅시다. 트럼프가 이란에 요구하는 건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 핵 프로그램 완전 포기
②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포기 또는 제한
③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지역 무장세력 지원 중단
④ 반정부 시위대 처형 중단
이란 입장에서는 이 네 가지가 전부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요구라서 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협상이 공전하고 있죠. 그렇다면 트럼프가 정말로 원하는 게 협상 타결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요?
이미 한 번 해봤습니다.
2025년 6월, 작전명 미드나잇 해머(Operation Midnight Hammer). 트럼프는 이란 핵시설을 향해 B-2 스텔스 폭격기를 날렸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지하 핵시설을 공격했죠. 트럼프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공습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하기 시작했거든요. 공습 후 불과 몇 달 만에 이란은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트럼프 참모들 입장이 곤란하게 됐죠. 한편으로는 미드나잇 해머가 완벽한 성공이라고 자랑하면서, 동시에 이란이 며칠 안에 핵폭탄 재료를 만들 수 있어서 다시 공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앞뒤가 맞지 않죠. 이 모순이 중요합니다. 공습으로 핵을 영구히 없애는 게 애초에 불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럼 진짜 목적이 뭘까요?
트럼프가 이란 공습 위협으로 얻는 이득은 여러 층위에 있습니다. 첫째, 협상 레버리지입니다. 이란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이유는 군함 세 척이 코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하고 최대 압박 전략을 썼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결국 이란 경제가 망가졌고, 지금 이란의 협상 의지는 그때와 다릅니다. 군사력을 배경으로 협상 테이블을 강제하는 건 트럼프가 가장 잘 하는 방식입니다.
둘째, 베네수엘라 효과입니다. 2026년 1월,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특수작전으로 체포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대성공이었죠. 카지노 테이블에서 돈을 딴 사람처럼, 이제 더 큰 판에 베팅하고 싶은 겁니다. '내가 해냈잖아'라는 자신감이 이란으로 향하는 화살의 동력입니다.
셋째, 내부 정치입니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엡스타인 스캔들과 이민세관단속국 관련 논란으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는 시점입니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 외부로 관심을 돌리는 건 역사가 반복해서 보여준 패턴이죠. 판결 발표 직후 몇 시간 안에 트럼프가 "이란에 제한적 공격을 고려 중"이라고 발언한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넷째, 이스라엘과의 연대입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트럼프 귀에 "이란이 약해졌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계속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란 핵·미사일 능력의 영구 제거는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트럼프에게 이스라엘 지지층은 핵심 지지기반이기도 하죠.
리스크 vs 리턴 계산이 맞나요
계산이 꽤 불리합니다. 기대할 수 있는 리턴은 이란 핵시설 재파괴, 협상 압력 극대화, 중동 미국 패권 강화, 이스라엘 지지층 결집, 강한 대통령 이미지 구축입니다. 한편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큽니다. 이란은 지금 탄도미사일 1,500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란의 반격 전략인데,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미 시나리오를 공개했습니다. 공격이 시작되면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UAE, 쿠웨이트, 이라크의 미군 기지에 수백~수천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쏜다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방어 능력입니다. 작년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때 미군은 사드 미사일을 150발 가까이 소진했습니다. 문제는 2026년 한 해 동안 새로 조달하는 사드 미사일이 고작 37발이라는 것입니다. 한 발에 약 331억 원짜리 미사일이죠. 이미 무기고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입니다. 미군 합참의장 댄 케인은 직접 트럼프에게 "이란 공격은 베네수엘라와 달리 미군 사상자가 생길 수 있는 어려운 임무"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전략 리스크가 있습니다. 미군이 중동에 발이 묶이면 정작 미국이 집중해야 하는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할 능력이 약해집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의 최우선 과제가 바로 중국 견제인데, 이란과 전쟁하면 그 전략이 스스로 흔들리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핵시설은 또 재건될 수 있으므로 리턴은 구체적이지 않고 미군 사상자, 유가 폭등, 중동 장기전, 중국 반사이익 등 리스크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그래서 트럼프도 지금까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비슷한 패턴을 반복합니다. 몇 가지 선례를 보면 앞으로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① 이라크 전쟁 (2003)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가짜 정보를 들고 나와 이라크에 대량파괴무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WMD는 없었고, 미군은 이라크에 20년 가까이 발이 묶였습니다. 지금 상황과 닮았습니다. 트럼프는 이란이 며칠 안에 핵폭탄 재료를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뉴욕타임스와 로이터가 확인한 결과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습니다. 이란이 ICBMo(미 본토 도달 미사일)을 곧 보유한다는 주장도 미국 정보기관 공식 보고서와 다릅니다. 명분이 과장되고 있다는 거죠.
② 리비아 (2011)
NATO가 주도한 카다피 정권에 대한 공습은 군사적으로는 성공했습니다. 카다피는 제거됐죠. 그런데 리비아는 이후 완전히 무너진 실패 국가가 됐습니다. 진공 상태가 오히려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됐고, 중동 불안정의 새로운 불씨가 됐습니다. 이란 정권 교체 시나리오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약 9,300만 명의 인구가 있습니다. 리비아(740만 명)의 12.5배입니다. 정권이 무너진 이후의 혼란은 리비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 있습니다.
③ 시리아의 레드라인 (2013)
오바마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쓰면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지만, 오바마는 결국 공습을 하지 않았습니다. 협상으로 화학무기 폐기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지만, 세계는 미국의 레드라인을 믿지 않게 됐죠. 트럼프가 10~15일 안에 협상 안 되면 공습이라는 최후통첩을 냈지만, 그 기한이 지나도 협상은 계속됐습니다. 위협의 신뢰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④ 12일 전쟁 (2025)
작년 6월 이스라엘-이란 간 12일 전쟁 당시 미국이 B-2로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습니다. 이란은 카타르 미군 기지에 미사일로 반격했지만, 사전에 정보를 흘리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확전을 피했습니다. 그때 이란의 판단은 '이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신 죽기살기로 싸우는 건 아니다'였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이란 내부에서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됐고, 정권이 존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내부 위기에 몰린 정권은 외부 위협에 더 극단적으로 반응합니다. 작년처럼 약속한 대련 수준의 맞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군 기지를 제대로 타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종합하면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됩니다.
A: 협상 타결 (낮은 확률)
이란이 핵 프로그램 동결과 일부 미사일 제한에 합의합니다. 미국은 제재 일부를 완화합니다. 트럼프는 의기양양합니다. 유가가 하락하고 시장은 안도합니다. 하지만 이란 강경파는 이 합의가 체제 붕괴의 첫걸음이라고 보기 때문에, 내부 반발로 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B: 제한적 공습, 제한적 보복 (가장 높은 확률)
작년처럼 핵시설과 미사일 생산 거점을 공격합니다. 이란은 중동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쏘되, 사전 경고를 주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호르무즈 봉쇄는 없습니다. 트럼프는 또 성공했다고 선언하고, 협상을 재개하려 합니다. 유가는 단기 급등 후 안정됩니다.
C: 대규모 공습 + 이란의 전면 반격 (중간 확률)
트럼프가 핵시설을 넘어 이란 군사 지도부와 정권 핵심을 타격합니다. 이란은 전쟁 모드로 돌입합니다. 수천 발의 미사일이 쏟아지고,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가 깔립니다. 헤즈볼라, 후티, 이라크 민병대가 동시에 미군을 공격합니다. 유가가 급상승합니다.
D: 아무것도 안 하고 위협만 반복 (의외로 높은 확률)
트럼프가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협상을 끌면서 위협을 도구로만 사용합니다. 미국 합참의장이 공습하면 긴 전쟁에 말린다고 경고했고, 무기고가 바닥났고, 중국 견제라는 더 큰 목표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실제 전쟁보다 협상 카드로서의 공습 위협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비슷한 선례는 시나리오 B입니다. 하지만 이란 내부 상황이 작년과 달리 정권 생존 위기 상태라는 점이 변수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동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합니다. 하루 약 1,700만 배럴의 원유와 900만 배럴의 석유 제품이 이 해협을 통해 흐릅니다. 이란은 이 해협을 코앞에서 통제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기뢰 하나, 미사일 한 발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둘, 미중 패권 경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란 전쟁에 군사 자원이 소진되면, 정작 중국을 견제해야 할 때 능력이 없어집니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 묶여 있는 동안 대만 문제에서 훨씬 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여지가 생깁니다.
협상 타결 또는 아무 일이 없음. 유가는 현재 배럴당 67달러 수준에서 하락합니다. ING는 협상 타결 시 이란이 하루 50만 배럴 추가 공급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주식시장은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지면서 단기 반등합니다.
제한적 공습, 작년 수준의 반격. 주식시장은 초반에 급락했다가 공습이 통제된 수준으로 마무리되면 빠르게 회복합니다. 현재 유가에 이 정도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반영되어 있습니다. 방산주(록히드마틴, 레이시온)와 에너지주는 상승, 항공·해운·소비주는 하락합니다.
대규모 공습, 호르무즈 부분 봉쇄. 유가가 치솟습니다. 세계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고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집니다. 금·달러가 급등하고 안전자산에 돈이 몰립니다. 반도체·IT 섹터는 공급망 우려로 흔들립니다.
호르무즈 완전 봉쇄. ING는 유가 140달러를 예상합니다. 이 수준이면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됩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시장 반응의 3~5배 규모로 봐야 합니다. 1973년 오일쇼크의 재현입니다.
지금 당장 포트폴리오를 전부 안전자산으로 넣거나 현금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는 체크해볼 만합니다. 현재 시장이 이미 유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으니, 제한적 공습 정도는 이미 가격에 녹아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건 공습이 아니라 통제 불능 상황입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되거나, 이란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반격하거나, 중국이 이 기회를 틈타 움직이는 시나리오가 나오면 그때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단기적으로 방산주와 에너지주 포지션을 검토해볼 수 있겠습니다.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트럼프는 방아쇠 앞에서 멈춰 서 있습니다. 공습을 지지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란 핵 위협 제거, 강한 미국 이미지 과시, 베네수엘라 성공의 자신감, 이스라엘의 압박, 국내 정치 위기 전환. 하지만 공습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도 그 못지않게 강합니다. 방어 미사일이 동났고, 합참의장이 반대하고, 중국 견제 전략이 흔들리고, 이라크의 악몽이 있고, 이번엔 이란이 진짜로 싸울 수도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미국 대통령이 이 정도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성 자체가 협상 도구인 사람입니다. 공습이 일어날 수도 있고, 끝까지 위협만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 상황은 당분간 끝나지 않습니다. 협상이 타결되든, 공습이 일어나든, 위협이 계속되든 중동 리스크는 2026년 내내 시장과 지정학의 가장 큰 변수로 남을 겁니다. 그 변수를 이해하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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