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97년생이 불안을 대하는 법
올해 나는 서른 살이 됐다. 스무 살에는 10년이 아주 길게 느껴졌지만, 그 시간을 살아보니 눈 깜짝할 사이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가고, 월급을 받으며, 세금을 내고, 보험료를 납부하고, 이런저런 경조사를 챙기다 보니 어느새 20대가 끝나 있었다.
서른 살이 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어리거나 젊다는 말로 실수를 용서받기 어렵다. 앞자리가 3이라는 건, 어리숙함이 허용되지 않는 나이가 됐다는 의미다. 97년생인 우리에게 사회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요구한다. 동시에 미래는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결혼은? 내 집 마련은? 노후 준비는? 이런 질문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막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실체가 또렷한 문제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가속된다는 걸 체감한다. 20대 초중반에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실패해도 괜찮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른을 맞이하며 깨달은 건, 이제 무한정 시도할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오늘 한 선택의 결과가 10년 후, 20년 후의 삶을 결정한다.
그래서 나는 투자한다. 올해도 방향성은 같다.
투자하는 행위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변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불안하다.
2026년을 살아가는 2030 세대는 구조적 불안을 안고 산다.
① 상승하지 않는 임금, 상승하는 물가
월급은 아주 조금씩 오르지만 생활비는 가파르게 오른다. 2020년에 50만 원이면 먹고살 수 있던 생활이 2026년에는 80만 원이 든다. 집값은? 전세는? 말할 것도 없다. 월에 얼마를 벌어도 부족하다. 부가 축적되고 눈덩이를 굴리는 건 극소수의 얘기다.
② 사라지는 평생직장 신화
우리 부모 세대는 한 직장에서 30년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노후를 준비했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게 그런 보장은 없다. 구조조정이 일상이고 개인의 의지로 이직하는 비중도 점점 줄어든다. 주변에서 너무 빈번한 사례다. 지금 몸담고 있는 IT 업계도 거품이 꺼지며 현실을 마주하는 중이다. 마흔에 정리해고 대상이 되면 어떨까? 연봉이 높아 재취업이 쉽지 않다. 프리랜서는 불안정하다. N잡을 하기엔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 정말이지 직장은 안전망이 아니다.
③ 압축된 생애주기와 SNS
20대에 커리어를 쌓고, 30대에 결혼하고, 40대에 아이를 길러내고, 50대에 노후를 준비하는 그런 생애주기가 있다. 지극히 평범해 보였던 주기인데, 지금 세대에겐 다른 세상 얘기다. 돈도 시간도 없는데 잘 될 거라는 희망마저 크지 않다. 그럼에도 SNS로 보는 남들의 하이라이트는 찬란해 보인다. 하나라도 놓치면 뒤처진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④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
개인의 계획이란 건 매우 연약하다. 팬데믹, 경기 침체, 금리 변동, 부동산 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열심히 일하며 절약해도 외부 충격 하나에 계획이 무너진다. 2020년 코로나가 그랬고, 2022년 금리 인상이 그랬다. 구조적으로 불안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안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는 있다.
투자 수익, 배당금,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은 지독하게 통제 불가능한 변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변화에 대한 선택권은 내게 있다.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 언제 리밸런싱할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지. 이 모든 결정이 내 손에 있다.
투자는 불안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다. 가만히 앉아 월급만 받으며 불안을 삭이는 대신, 시스템을 만들고, 현금흐름을 설계하고, 선택지를 확보한다. 그게 내가 서른 살에도 선택한 방식이다.
6개월 전의 나는 월 6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당시 ETF 투자금은 7,800만 원이었고, 1-2년 내 연 배당 2,000만 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12월부터는 월 배당금이 110만 원씩 나온다. 연 환산하면 1,320만 원이다. 6개월 만에 목표의 66%를 달성한 것이다. ETF 투자금이 약 1.5억 원으로 증가했다. 투자한 종목이 오르든 떨어지든 시장에 있었다. 지금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 배당금이 내게 선택지를 늘려준다는 점이다.
월 110만 원이면 서울에서 원룸 월세를 낼 수 있다. 경조사비와 모임비를 해결할 수 있다. 소소한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이 돈을 재투자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불안의 크기를 줄여준다.
순자산을 계산해보면 지금의 나는 당장 직장을 잃는다 해도 어떻게든 10년 가까이 버틸 수 있다. 스스로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는 거다. 한달살이에서 일년살이로, 일년살이에서 십년살이로. 점점 더 오래 견딜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2025년 하반기는 투자자들에게 즐거운 시기였다. 나스닥과 S&P500이 연중 고점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배당주의 제약이 명확했다. S&P500이 연간 1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기회비용이 컸다. 특히 상승장에서 커버드콜을 보유했다면 아쉬운 점이 있는데, 전략 특성상 옵션 매도로 인해 주가 상승의 상단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당 전략이 잘못됐나?
아니다. 내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첫째, 나는 시장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출 자신이 없다. 상승장이 언제 끝나고 조정장이 올지 알 수 없다.
둘째,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한 재투자가 내 전략의 핵심이다. 배당금은 시장이 흔들려도 꾸준히 들어온다.
셋째, 심리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월급처럼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배당금은 변동성 속에서도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한다.
서른 살에 접어들며 투자에 대한 철학도 바뀌었다.
20대에는 시드를 만드는 게 급했다.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다. 순식간에 수천만 원이 생기기도 했고, 저녁식사를 하는 사이에 천만 원이 하락해 소화가 안 됐던 경험도 있다. 실패와 함께 배운 것도 많았다.
30대엔 자산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불리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다. 10년 동안 연 100% 수익을 한 번 내는 것보다 연 15% 수익을 10년 지속하는 게 낫다. 복리의 마법은 지속에서 나온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단타를 치지 않는다. 대신 배당 ETF와 성장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종종 점검하며, 필요하면 리밸런싱한다. 투자는 마라톤이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20대와 30대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 20대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한 해가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30대부터는 가속된다. 한 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건 뇌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경험을 더 길게 기억한다. 20대에는 모든 게 새롭다. 첫 직장, 첫 월급, 첫 이직, 첫 실패. 하지만 30대부터는 일상이 반복된다. 출퇴근, 업무, 주말. 같은 루틴의 반복은 시간을 빠르게 흐르도록 한다.
그래서 시간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30대에 5년을 허비하면 그건 인생의 1/20이 아니라 체감상 1/10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나는 월급만 받으며 10년을 보내고 싶지 않다. 10년 후, 마흔 살이 됐을 때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투자는 미래의 시간을 사는 행위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응 체계를 만들어 통제 가능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
백년살이가 될 때까지 나는 계속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배당이든, 사업이든, 부동산이든, N잡이든 상관 없다.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고 움직이면 된다.
그리고 20대와 30대에게,
지금 느끼는 불안은 당신 탓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구조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를 불평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당장의 행복을 지연시키고 미래에 더 큰 행복을 맛보길 바란다.
본 투자일지는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 또는 재정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언급된 모든 정보는 작성 시점의 개인적인 판단과 관점에 따라 서술된 것으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투자는 개인의 책임과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본 일지에서 언급된 자산, 전략, 예측 등 모든 내용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분들은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맞추어 독립적인 판단을 하시기 바랍니다. 직접적인 투자 행동에 대한 책임은 독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 커버 사진 출처: Unsplash의Giorgio Trov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