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나?

공급 확장에 베팅한 유가, 반등한 암호화폐

by 능구의 시선

1. 2026년 1월 3일 베네수엘라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체포됐다. 그들은 헬기로 이송되어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마약밀매와 무기밀매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심각하게 망가진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0년대 초 우고 차베스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고 미국 기업들을 몰아낸 이후,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눈엣가시였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후계자로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와 손잡고 반미 진영의 상징이 됐다.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붕괴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휩쓸었고, 수백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그런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마두로가 생포됐다. 지정학적 영향력이 큰 사건이다.



2. 시장의 반응

일반적으로는 유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군사 작전을 통한 석유 생산국 대통령 체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유가는 통상 오른다. 그런데 1월 4일 뉴욕 시장에서 WTI는 0.54% 하락한 배럴 당 57.0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0.36% 떨어진 60.53달러였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였다. 공습 보도 직후 89,300달러까지 0.5% 하락했다. 그런데 8시간 만에 91,000달러를 돌파했다. 2.3% 상승이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습했을 때 비트코인은 5% 폭락했다. 그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시장은 패닉에 빠지지 않고 차분했다. 이유가 뭘까?



3. 베네수엘라 석유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 보유국이다. 3,030억 배럴. 전 세계 매장량의 17%다.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다. 그런데 현재 생산량은 하루 80만 배럴이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0.8%에 불과하다.


1990년대 후반 베네수엘라는 하루 350만 배럴을 생산했다. 지금 생산량은 그때의 23%밖에 안 된다. 77% 급감이다.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 20년 동안 석유 산업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국유화 이후 전문 인력이 떠났다. 투자가 끊겼다. 설비가 노후화됐다. 미국의 제재로 부품 수입도 막혔다.


Jose 항구, Amuay 정유소, Orinoco Belt 유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공습으로 인프라가 파괴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다. 당장 생산이 중단될 일도 없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


시장은 이걸 안다. 베네수엘라 석유 80만 배럴이 당장 사라져도 글로벌 공급에 큰 충격은 없다. IEA는 2026년 글로벌 석유 시장이 하루 384만 배럴 공급과잉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베네수엘라 생산량의 5배다. A/S Global Risk Management의 수석 애널리스트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은 "정상 상황에서도 이 규모의 생산 중단은 시장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4. 시장이 계산한 건 미래다

시장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본다. 트럼프가 선언한 대로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고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컨설팅 업체 Kpler는 제재 완화 시 수개월 내에 하루 15만 배럴 증산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1~2년 후엔 생산량을 2배로 늘릴 수 있다. 하루 160만 배럴이다. 5년 이상 걸리지만 미국 자본과 기술이 본격 투입되면 250만 배럴까지 복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공급과잉이라는 점이다. Goldman Sachs는 2026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56달러로 예측했다. 현재 60달러보다 낮다. 베네수엘라 석유가 시장에 추가로 쏟아지면 유가는 더 떨어진다. 시장은 이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두로 체포 당일 유가가 하락한 것이다.


Rystad Energy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 호르헤 레온은 "강제 정권교체는 석유 공급을 빠르게 안정화시키지 못한다. 리비아와 이라크가 선례다."라고 경고했다. 리비아는 카다피가 제거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석유 생산량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라크도 후세인 제거 후 10년 이상 걸렸다.


하지만 시장은 일단 '장기적으로 공급 증가'라는 방향성에 무게를 뒀다. 단기 지정학 리스크보다 중장기 공급 구조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5. 패닉 없는 비트코인

공습 보도 직후 비트코인은 90,000달러에서 89,300달러로 0.5% 하락했다. 리스크 회피 반응이며, 주말 새벽이라 유동성은 적었다. 그런데 8시간 만에 91,000달러를 돌파했다. 24시간 만에 2.3% 상승으로 전환됐다.


2023년 10월 7~8일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습했을 때 비트코인은 5% 하락했고 며칠 간 조정이 이어졌다. 이번엔 10분의 1 수준의 하락폭이고, 회복 속도는 10배 빨랐다. 암호화폐 분석 매체 DL News는 "1월 3일의 이벤트는 이미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ForkLog에 따르면 MN Trading은 "미국-베네수엘라 분쟁으로 인한 암호화폐 시장의 심각한 조정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첫째,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해졌다. 2023년과 비교하면 기관 투자자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이들은 단기 변동성에 덜 민감하다. 둘째,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학습 효과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겪으며 투자자들은 국지적 군사 작전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셋째, 이번 사건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지상군 투입 없고, 석유 인프라 파괴 없고, 확전 가능성도 낮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제임스 반 스트라텐은 "매크로 트레이더들이 월요일 선물 시장 개장을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을 보며 리스크 심리를 가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리스크 자산의 바로미터가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바로미터는 별일 없다고 말하고 있다.



6. 세 가지 시그널

시장이 포착한 세 가지 시그널을 다시 정리해본다.


첫째, 제한적 분쟁 범위

이건 단발성 작전이다. 지상군 투입도 없고 석유 시설 파괴도다. 마두로를 제거하는 게 목적이었고 그 목적은 달성됐다. 확전 가능성은 낮다. U.S. News & World Report는 "시장은 분쟁 예상 시 리스크오프 모드로 들어가지만, 분쟁이 시작되면 빠르게 리스크온으로 전환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총알이 날아가기 시작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역설이다.


둘째, 공급 충격 부재

베네수엘라 주요 석유 시설은 정상 가동 중이다. 당장 생산이 중단될 일은 없다. 그리고 80만 배럴은 전 세계의 0.8%다. 사라져도 충격이 미미하다.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Jose 항구, Amuay 정유소, Orinoco Belt 유전 모두 운영되고 있다. 실질적 공급 차질은 제로다.


셋째, 장기 불확실성은 변수

트럼프가 말한 석유 산업 재건은 수년 걸린다. 정치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 베네수엘라 내부 권력 투쟁, 중국의 반발, 지역 불안정성 같은 2차 변수들이 남아 있다.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7. 남은 리스크들

첫째, OPEC+의 대응

한국 시간 1월 5일, OPEC+가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1분기 증산 보류였다. OPEC+는 베네수엘라 변수를 추가 공급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빠르게 시장에 쏟아붓기 시작하면, OPEC+는 감산으로 맞설 것이다. 유가 방어를 위해서다. 이는 미국과 OPEC+의 새로운 석유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중국 반발

베네수엘라는 2025년 11월 하루 92만 배럴을 수출했다. 그중 75만 배럴, 즉 80%가 중국으로 갔다. Forbes에 따르면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장악하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직격탄이다. 중국이 외교적·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남미 전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다툼이 격화될 수 있다.


셋째, 역사적 선례

Rystad Energy의 호르헤 레온이 지적한 대로 강제 정권교체 후 석유 산업 복구는 오래 걸린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제거 후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 불안정과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이라크는 2003년 후세인 제거 후 10년 넘게 걸렸다. 베네수엘라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 재건보다 정치 안정화가 더 어렵다.


넷째, 거시경제

유가와 암호화폐 모두 거시경제에 민감하다. 2026년 미국 경제 전망은 엇갈린다. Goldman Sachs는 2.6% 성장을 예상하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침체를 경고한다. 이코노미스트 스테파니 폼보이는 "미국이 깊은 침체로 향하고 있으며 연준은 'Flying blind'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오면 석유 수요는 줄고, 리스크 자산인 암호화폐도 타격을 받는다.



8. 투자자가 봐야 할 것

이 사건에 대해 투자자로서 집중할 점을 다시 정리한다.


첫째, 유가

단기적으로 큰 변동은 없다. 베네수엘라 비중이 너무 작다. 중기적으로는 제재 완화와 생산 복구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1~2년 내에 베네수엘라가 하루 150만~200만 배럴 생산 체제로 복귀하면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는다. Goldman Sachs의 56달러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OPEC+와 미국의 석유 전쟁 양상을 봐야 한다. 에너지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OPEC+ 회의록과 베네수엘라 생산량 통계를 분기마다 체크하라.


둘째, 암호화폐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의 '지정학 내성'을 증명했다. 2023년과 비교해 암호화폐 시장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있는 자산이다. 전면전 수준의 충격이 오면 취약하다. 규제 환경과 매크로 유동성도 변수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사건을 좋은 신호로 봐도 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거시경제 지표, 특히 연준의 금리 정책과 실업률을 계속 확인하라.


셋째, 에너지 전환

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복구는 에너지 전환을 늦출 수 있다. 석유 공급이 늘고 유가가 낮아지면 재생에너지 투자 인센티브가 줄어든다. 반대로 OPEC+가 감산으로 맞서면 유가는 오히려 오를 수 있고, 이는 재생에너지에 유리하다. 에너지 전환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유가 방향성을 면밀히 봐야 한다.



9. 2026년 주목할 이슈

1~3월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책 구체화. 제재 완화 여부, 석유 기업 투자 발표, 베네수엘라 과도정부 구성. 이 기간 동안 방향성이 결정된다.


2~4분기

베네수엘라 생산량 추이. Kpler 같은 에너지 데이터 업체들이 발표하는 월별 생산량과 수출량 통계를 추적하라. 만약 3분기까지 생산량이 100만 배럴을 돌파하면 시장은 복구 가능성에 무게를 둘 것이다.


하반기

OPEC+의 대응. 만약 베네수엘라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면 OPEC+는 감산 카드를 꺼낼 것이다. 그때 유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핵심이다. OPEC+가 성공적으로 유가를 방어하면 에너지 주식은 안정적이다. 실패하면 유가는 5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2027년

구조적 변화 시작. 베네수엘라 석유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이다. 중국과 미국의 에너지 각축전도 여기서 본격화된다. 이때쯤이면 이번 사건의 진짜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10. 정리

마두로 체포는 지정학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유가는 떨어졌고, 비트코인은 8시간 만에 반등했다. 시장이 장기 구조 변화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80만 배럴은 당장 글로벌 공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제재를 풀고 투자를 시작하면 1~2년 내에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이미 공급과잉인 시장에서 유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음을 증명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10배 덜 흔들렸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 자산이고, 거시경제에 민감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투자자로서 중장기 모니터링은 필수다. 베네수엘라 생산량, OPEC+의 대응, 중국의 반발, 거시경제 흐름 네 가지를 계속 추적하라. 2026년 분기 실적과 에너지 통계들이 진실을 말해줄 것이다.







Disclaimer

본 투자일지는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 또는 재정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언급된 모든 정보는 작성 시점의 개인적인 판단과 관점에 따라 서술된 것으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투자는 개인의 책임과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본 일지에서 언급된 자산, 전략, 예측 등 모든 내용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분들은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맞추어 독립적인 판단을 하시기 바랍니다. 직접적인 투자 행동에 대한 책임은 독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