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고 나중에 갚는다.
BNPL 시장분석

편리함과 위험 사이에서 흔들리는 BNPL의 현주소

by 능구의 시선

1. 지난 크리스마스,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

Buy Now Pay Later.

BNPL은 지금 사고 나중에 갚는 후불 결제 서비스다. 주류 결제 수단이 됐다.


사이버 먼데이 하루에만 1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BNPL로 결제됐다.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은 101억 달러어치의 선물을 샀다. 그리고 PayPal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홀리데이 시즌에 미국 소비자의 약 50%가 예산 관리를 위해 BNPL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었다. BNPL 시장은 2025년 5,601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10.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BNPL로 결제한 금액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의 위험도 있다. 편리함과 위험이라는 모순적인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2. BNPL은 어떻게 탄생했나

Buy Now Pay Later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할부의 개념 자체는 20세기 초부터 있었다.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할부로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BNPL은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2005년 설립된 클라나(Klarna)가 그 주인공이다. 클라나의 모토는 "신용카드 없이도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게 하자."이다. 신용 조회 없이, 이자 없이, 클릭 몇 번으로 구매 금액을 4번에 나눠 낼 수 있게 했다.


2010년대 후반, 이 모델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호주의 Afterpay, 미국의 Affirm도 시장에 진입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BNPL의 폭발적 성장을 촉발했다. 사람들은 집에서 온라인 쇼핑을 했고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한 번에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BNPL의 성공 공식은 이렇다.


첫째, 마찰 제거

신용카드처럼 복잡한 신용 조회가 필요 없다. 이메일과 전화번호만 있으면 몇 초 만에 승인된다.


둘째, 심리적 부담 완화

500달러짜리 신발을 사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125달러씩 4번 나눠 내는 것은 감당할 만하다고 느낀다.


셋째, 이자 없음

기한 내에만 갚으면 이자가 없다. 신용카드의 15~20% 이자율과 비교하면 매력적이다.


넷째, 즉시성

온라인 결제 단계에서 클릭 한 번으로 BNPL로 전환할 수 있다. 별도의 앱 다운로드나 가입 절차가 필요 없다.


이 네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지며 BNPL은 밀레니얼과 Z세대의 필수 결제 수단이 됐다. 2021년 Affirm이 나스닥에 상장했을 때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를 넘었다. 2025년 9월 Klarna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때 주가는 첫날 15% 급등했다.



3. 2025년, BNPL의 성장

글로벌 BNPL 시장은 2025년 GMV 기준 5,601억 달러다. 전년 대비 13.7% 성장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233.7억 달러에서 2026년 284.4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만 9,150만 명이 BNPL을 사용한다. 미국 인구의 26%다. 추수감사절 64억 달러, 블랙프라이데이 118억 달러, 사이버 먼데이 10억 달러가 결제됐다. Klarna는 2025년 3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BNPL 업계 1위를 차지했다. Affirm은 32억 달러로 2위, Afterpay가 그 뒤를 이었다. PayPal은 2024년 한 해 동안 330억 달러를 BNPL로 처리하며 연 20% 성장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BNPL을 '임베디드 금융'의 핵심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금융 서비스가 비금융 플랫폼에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쇼핑몰 앱에서 결제할 때 별도의 은행 앱이나 카드사 앱을 열지 않고 바로 분할 결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장은 2025년 1,484억 달러에서 2034년 1조 7,325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BNPL은 이 거대한 흐름의 선봉에 서 있다.



4.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2025년 12월 Lending Tree가 발표한 조사 결과 BNPL 사용자의 42%가 최소 한 번은 연체를 경험했다. 2024년 39%, 2021년 15%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수치다. Federal Reserve의 연구에선 BNPL 사용자 중 연체 경험자 비율이 2021년 15%에서 2024년 24%로 늘었다. 두 연구 결과의 수치가 다른 이유는 조사 방법과 시점의 차이지만, 방향은 같다.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소비자 심리 악화

2025년 12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는 2022년 팬데믹 인플레이션 정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는 여전히 높고, 실질 소득은 정체됐다. 맥도날드와 치폴레 같은 외식 체인들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과소비 유도

BNPL은 심리적 지불 고통을 분산시킨다. 500달러를 한 번에 내는 것은 아프지만, 125달러씩 4번 나누면 덜 아프다. 이 착각이 과소비를 유도한다. 사람들은 여러 건의 BNPL을 동시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발 하나, 코트 하나, 전자기기 하나. 각각은 감당할 만해 보이지만, 합치면 큰 금액이 된다.


셋째, 상환 일정 관리 실패

BNPL은 신용카드처럼 하나의 청구서로 통합되지 않는다. 각 구매마다 별도의 상환 일정이 생긴다. Klarna에서 하나, Affirm에서 하나, PayPal에서 하나. 사람들은 언제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넷째, 연체 시 높은 수수료

기한 내에 갚으면 이자가 없지만, 연체하면 수수료가 붙는다. 일부 BNPL 서비스는 연체 시 30~4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125달러를 갚지 못해 30달러의 수수료를 낸다면 24%의 이자율이다.


Morgan Stanley는 "BNPL이 일상 소비재로 확대되는 것은 시장 침투율 증가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재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5년 홀리데이 시즌 데이터를 보면 중고품 매장 트래픽은 11.7% 증가했지만, 럭셔리 매장과 백화점은 1.8%만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BNPL을 사용해서라도 쇼핑을 하고 싶어 했지만, 선택지는 저가 옵션뿐이었다.



5. BNPL 기업 들여다보기

BNPL 기업들의 속을 들여다보자.


1) Affirm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8.8% 증가한 32.2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ffirm의 2025 회계연도 FCF(잉여현금흐름)는 -4억 2,500만 달러다. 2024년 -8억 1,400만 달러에서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2021년 IPO 당시 주가는 97달러였다. 2025년 말일 기준으로는 74달러다. 4년 동안 23% 하락했다.


2) Klarna

2025년 9월 IPO에서 주가는 첫날 15% 급등했다. 매출은 35억 달러로 업계 1위다. Affirm보다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IPO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폭발적 성장은 아니었다. Motley Fool은 "Klarna는 이미 크고 성숙한 기업이라 IPO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세 가지다.


① 연체율

42%라는 수치는 충격적이다. 거의 절반이 제때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대손충당금 증가와 신용 승인 기준 강화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만든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둘째, 신용 승인 기준 강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기업들은 신용 승인 기준을 강화한다. 이는 성장률을 낮춘다.


② 대손충당금

BNPL 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대손충당금 항목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수치가 급증하면 연체가 실제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③ 잉여현금흐름(FCF)

Affirm은 여전히 FCF가 마이너스다. 이는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단계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인가다.

Forbes는 "Affirm의 GAAP(일반회계원칙) 기준 실적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조정 수치만 보지 말고 실제 현금흐름을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6. 2026년은 진짜 시험대

2026년은 BNPL 업계에게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다. 어떤 이슈에 주목해야 할까?


첫째, 홀리데이 대출 상환

2025년 11월~12월에 쌓인 대출이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환된다. 대부분의 BNPL은 2주 또는 한 달 간격으로 4회 분할 납부다. 즉, 크리스마스에 산 선물 값은 1월~3월 사이에 다 갚아야 한다. 소비자 심리가 최저인 상황에서 상환이 집중되면 연체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둘째, 규제 강화

각국 정부가 BNPL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CFPB(소비자금융보호국)가 BNPL을 신용카드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했다. 영국은 2026년부터 BNPL 업체에 신용 조회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규제가 강화되면 BNPL의 가장 큰 장점인 '마찰 없는 경험'이 사라진다. 이는 성장률을 꺾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은행권 진입

은행들이 자체 BNPL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Chase, Citi, American Express 모두 신용카드 결제를 사후에 분할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은행은 이미 고객 데이터와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도 낮다. BNPL 스타트업들에게는 강력한 경쟁자다.


넷째, 금리 환경

2025년 연준은 금리를 인하했지만, 2026년 전망은 불확실하다. BNPL 기업들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가 높으면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makdigitaldesign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에도 높은 금리가 지속되면 BNPL 플랫폼의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신용 승인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다.



7.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것

BNPL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라면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1) 투자할 기간을 명확히 하라.

단기 투자자라면 2026년 상반기는 위험하다. 연체율과 대손충당금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주가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중기 투자자라면 2027~2028년을 보라. 이 시기에 BNPL 시장은 통합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더 강해지고, 사라진 기업들은 M&A로 흡수될 것이다.

장기 투자자라면 임베디드 금융의 미래를 보라. 2034년 1조 7,325억 달러 시장에서 BNPL은 핵심 요소다. 생존한 기업은 큰 보상을 받을 것이다.


2) 기업별 차별화를 이해하라.

Klarna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매출이 가장 크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IPO 이후 주가 움직임도 완만하다. 보수적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Affirm은 고성장 고위험이다. 매출 성장률은 높지만 FCF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주가 변동성도 크다. 2021년 IPO 이후 33% 하락했지만, 2025년 한 해 21.8% 상승했다. 공격적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Block의 Afterpay는 상장사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다르다. Block 주식을 사면 Afterpay 외에도 Cash App, Square 생태계 전체에 투자하는 것이다. 분산 투자 효과가 있다.


3) 핵심 지표를 추적하라.

분기마다 다음 지표를 확인하라.

연체율: 42%에서 더 올라가는가, 안정되는가?

대손충당금: 급증하는가,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

FCF: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는가?

GMV 성장률: 시장 확대가 지속되는가?

조정 영업이익률: 수익성이 개선되는가?


4) 거시경제를 무시하지 마라.

BNPL은 소비자 금융이다. 따라서 거시경제에 극도로 민감하다. 소비자 심리, 실업률, 인플레이션, 금리. 이 네 가지가 악화되면 BNPL은 직격탄을 맞는다. 2026년 미국 경제 상황에 주목하라. Goldman Sachs는 2.6% 성장을 예상하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침체 가능성을 경고한다. Stephanie Pomboy는 "미국이 깊은 침체로 향하고 있으며 연준은 'Flying blind'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오면 BNPL 연체율은 폭발할 것이다. 이는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다.



8. 두 가지 시나리오

2030년까지 BNPL 업계는 두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흘러갈 것이다.


시나리오 1: 임베디드 금융의 승자

연체율이 안정되고 규제 프레임워크가 명확해진다. BNPL 기업들은 수익성을 개선하고 FCF를 플러스로 전환한다. 은행권과의 경쟁에서도 '사용자 경험'이라는 무기로 살아남는다. 임베디드 금융 시장이 1조 7,325억 달러로 확대되면서 BNPL은 그 핵심 요소가 된다. 모든 온라인 쇼핑몰, 모든 앱에 BNPL이 기본 탑재된다. Klarna, Affirm, Afterpay는 Visa, Mastercard처럼 인프라 기업이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투자자들이 큰 보상을 받는다.


시나리오 2: BNPL 거품 붕괴

연체율이 50%를 넘고 대손충당금이 폭발한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BNPL의 장점인 '마찰 없는 경험'이 사라진다. 은행들의 자체 BNPL 서비스가 시장을 잠식한다. 일부 BNPL 기업들은 파산하고, 일부는 은행이나 빅테크에 헐값에 인수된다. 시장은 통합되고, 결국 몇 개의 플레이어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들도 성장 동력은 잃는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다.



9. 정리

BNPL은 편리함과 위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수백억 달러 소비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보여주지만, 42%의 연체율은 그들의 한계를 드러낸다. 투자자로서 BNPL을 본다면 이건 고성장·고위험 섹터다. 시장은 분명 확대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의 미래도 밝다. 하지만 가는 길은 험하다. 연체율, 규제, 경쟁, 거시경제라는 네 가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분기 실적들을 주목하라. BNPL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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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사진 출처: UnsplashMoney Kn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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