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버블이다. 하지만 도망칠 땐 아니다.

2025년 12월 하워드 막스의 메모

by 능구의 시선

0.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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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 이번엔 터지는 걸까?


2025년 12월, 연말 술자리의 화두는 AI 버블이다. 누군가는 이제 시작이라며 열변을 토하고, 누군가는 닷컴 버블을 떠올리며 공포에 떤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투자의 구루이자 오크트리 캐피털의 회장 하워드 막스(Howard Marks)가 새로운 메모를 발표했다.


"Is It a Bubble?"


결론부터 보면, 그의 대답은 "Yes"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망하는 버블'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오늘은 하워드 막스의 메모를 통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장의 위치와 다가올 미래를 냉정하게 뜯어본다.



1. 버블에도 '급'이 있다.

하워드 막스는 버블을 두 가지로 명확히 구분한다.

첫째는 '평균 회귀 버블(Mean-reversion Bubble)'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금융 공학으로 포장된 쓰레기 자산들이 폭등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기술적 진보 없이 부만 파괴하고 끝난 케이스다.


둘째는 '변곡점 버블(Inflection Bubble)'이다. 19세기 철도 붐이나 2000년대 인터넷 버블이 여기에 속한다. 과열된 투자가 꺼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돈을 잃지만, 그 과정에서 깔린 인프라(철도, 광케이블)는 살아남아 세상을 영원히 바꾼다.


막스는 AI가 '변곡점 버블'이라고 진단한다. AI 기술은 진짜고, 세상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성공한다고 투자자가 돈을 번다는 뜻은 아니다. 철도가 세상을 바꿨지만, 당시 수천 개의 철도 회사 중 살아남은 건 극소수니까.



2.AI 버블은 빚으로 지어지고 있다.

막스가 지적한 이번 버블의 진짜 뇌관은 '부채'다. 과거 닷컴 버블 때는 주로 주식(Equity)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가 망하면 주주들이 휴지 조각을 들고 울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AI 인프라 경쟁은 빚(Debt)으로 지어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3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수명이 3~5년에 불과한 AI 칩과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생각해 보자. 30년 동안 갚아야 할 빚으로 산 장비가, 불과 몇 년 뒤면 고물이 될 수도 있는 거다. 만약 AI 수익 모델이 예상보다 늦게 터진다면? 이 거대한 빚은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3. 서로의 물건을 사주는 '순환 거래'의 함정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순환 거래(Round-tripping)'의 징후다. 지금 AI 시장의 돈 흐름은 조금 이상하다. 빅테크 기업이 유망한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그 돈으로 다시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칩을 구매한다. 돈이 외부에서 들어와 매출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뱅글뱅글 돌면서 매출 규모만 키우는 것이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광케이블 회사들이 쓰던 수법과 닮아 있다. 막스는 묻는다. "이것은 정당한 비즈니스인가, 아니면 성장을 과장하기 위한 눈속임인가?"



4. 당신의 직업은 안전합니까?

개인적으로 메모의 본문보다 추신 부분이 더 섬뜩했다. 막스는 투자 수익률보다 일자리의 소멸을 더 깊이 우려하고 있다.


그는 AI를 '인간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을 대체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판례를 찾는 주니어 변호사나, 자료 정리가 주 업무인 애널리스트나, 단순 코딩을 하는 개발자처럼 패턴 인식 기반로 일하는 직업, 특히 그중에서도 주니어 직군들은 AI에 의해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은 폭발하겠지만 그 생산물을 소비할 '월급 받는 직장인'이 사라지는 역설인 것이다. 막스는 이것이 가져올 사회적 혼란을 경고한다.



5. 투자가 '종교'가 되어버린 시대

하워드 막스는 메모 말미에 스튜어트 체이스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믿는 자에게 증명은 필요 없고, 믿지 않는 자에게 증명은 불가하다."


지금 시장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 '신념의 영역'이 되었다. 낙관론자는 어떤 경고도 듣지 않고, 비관론자는 어떤 실적도 믿지 않는다. 이 광기 어린 시장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막스의 조언은 '중용(Moderate)'이다. 빚으로 쌓아 올린 버블은 언제든 터질 수 있기에 올인해선 안 된다. 한편 AI는 거대하며 실체 있는 혁명이기도 하다. 이 섹터를 아예 외면한다면 당신은 도태될 것이다.


적당히 발을 담그되,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AI가 내 직업을 위협할 때를 대비해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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