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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Aug 22. 2024

7세, 초2 여름방학을 마치고

우리 알차게 잘 보낸 거 맞지??

드디어 여름방학이 끝났다. 유치원까지는 몸만 힘들었던 방학이라면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정신도 힘든 방학인 것 같다. 학기 중 부족했던 체험, 놀이는 기본에다가 아이가 부족한 부분도 채워주어야 할 것 같고, 다음 학기 예습도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겨울방학보다 상대적으로 짧았던 3주간의 여름방학이어서 나름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놀자고 생각했다. 방학 전 갑자기 자기만 타자연습을 못 한다고 한 말이 걸려 타자연습만 매일 해야지 했는데 이마저도 할머니댁에서 오래 있게 되어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3주 + 둘째 방학 1주 동안 아이들에게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알차게 보내주려고 노력했다. 거기다 여행을 하면서도 루틴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 정도면 우리끼리 잘 보낸 것이 아닐까?


방학 동안 정말 많이 다녔다. 우선 둘째만 먼저 방학을 해서 혼자일 때는 집 주변의 로보파크, 만화박물관 등을 다니며 아이와 오전을 보냈다. 첫째는 이제 커서 시시할 만한 장소도 둘째는 잘 보기 때문에 다자녀 할인으로 비용들이 지 않고 여러 체험을 했다. 첫째가 방학을 시작하고는 미술관, 나비나라박물관, 수목원수업도 들었다. 8월 1일부터 우리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3일 동안 남편 회사 휴양시설 이용으로 무주를 가게 되었다. 가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곤충박물관, 태권도원 구경을 했다. 역시 많이 데리고 다니니 어딜 가서도 힘들어하지 않고 즐기는 아이들이다. 무주에서 시댁인 공주로 갔다. 친정부모님은 부여에 계시기에 공주에 머물면서 부여도 가고 가까운 지역인 세종, 쳥양, 익산 등의 박물관도 구경하러 다녔다. 날씨가 요즘 너무 뜨거워서 주차장에서 박물관까지 걸어가는 것도 너무 힘드니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가 천국인 여름이었다.



자연체험도 많이 한 여름이었다. 첫째가 올해 유독 곤충잡기에 빠졌었다. 우리는 뜨거워서 잠시도 밖에 있기 힘든데 곤충만 보면 무서운 집중을 보이는 아이였다. 어딜 가나 방아깨비, 메뚜기는 순식간에 잡아버린다. 집 근처에서 개미만 잡더니 다른 곤충을 너무 잡고 싶어 빨리 할머니댁에 가고 싶어 하던 아이였다. 부여에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잡기를 기대했는데 못 잡아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작은 연못에서 소금쟁이, 올챙이, 송장 헤엄치개 등을 잡고 기분이 풀렸다. 아빠와 예전에 우연히 공주산림휴양마을에서 잡은 사슴벌레를 기억하고 그걸 잡고 싶어 계속 이야기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남편과 마지막날 갔는데 풍뎅이 한 마리를 잡아왔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시댁 근처에 있는 천에서는 송사리, 잠자리 등을 잡고 놀았다.

미니수영장이 있어 방학기간 동안 내내 물놀이도 실컷 했다. 둘 다 물안경 끼고 잠수도 잘하는 걸 보니 수영 못 보냈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학습루틴은 꾸준히 지켰고 도서관도 자주 데려가려고 했다. 무주여행에서는 리조트에서 하고, 공주에 있다가 부여에 2일만 머무를 때도 아이들 문제집 8권을 들고 다녔다. 매일 조금씩 하기에 우리는 주말도 한다. 장소가 바뀌면 더 하기 싫어할 때도 있지만 이건 네가 꼭 해야 하는 거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 주고 싶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기는 하다. 예전에는 책을 나서서 보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습관이 잡히니 박물관이나 카페에 가서 책이 있는 곳이면 먼저 책을 꺼내서 본다. 익산 백제왕궁박물관에서는 부모님이 지루하실까 봐 빨리 나가려 했더니 책을 못 보고 갔다가 아쉬워하기도 했다. 공주에 머무르면서 공주, 세종에 있는 도서관을 거의 가 보았다. 각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먼저 책을 읽게 하고 조금 힘들 때쯤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골라와 보고 싶은 것을 읽어주는 패턴을 이용했다. 어느 순간 놀이터보다 도서관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되었다.



가끔 내려놓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많이 해주는 걸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이가 엄마, 아빠와 다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내가 일을 하지 않으니 이 시간 동안 아이에게 좀 더 집중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다. 그리고 성격일 수 있는데 허투르게 시간을 보내는 게 싫다. 그래서 늘 아이와 내일은 무얼 할지, 다음 주는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초등 여름방학이 되면 특강 홍보를 붙인 학원차량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어떤 영어학원은 특강을 들으면 레벨을 자동으로 올려준다고 한다. 학원에서 정해진 공부를 하는 것보다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컷 놀 수 있는 방학을 보낸 것만으로도 우리 잘 보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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