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고, 사랑하기에 더 어려운 육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아이의 일상에 관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아이가 문제없이 평탄하게 자라기를 어느 부모나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편하고 올바른 길로만 가도록 해 준다면 아이는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이겨내는 방법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큰 일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지난 3가지 사건으로 내가 얼마만큼 아이의 생활에 관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선생님께 하이톡으로 아이가 다툼이 있었다는 톡이 왔다. 늘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여겼던 아이였기에 그런 톡을 받으니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었다. 아이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지나가니 그 친구가 속상하게 했던 일이 떠올라 갑자기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 친구도 우리 아이를 바로 차면서 옆반 선생님께 혼났다는 이야기였다. 마침 그 친구 엄마의 연락처를 알고 있어서 고민하다가 먼저 연락을 하였다. 우리 아이가 먼저 시작한 일이라 죄송하다고.. 다행히 그 친구 엄마도 좋은 분이셔서 아이와 잘 이야기했다고 나에게도 죄송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좋게 넘어갔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요즘 학폭으로 잦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걱정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어떡하는지, 나는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지가 얽히며 여러 고민이 되었다. 아이에게 그때 그때 속상한 일은 풀어야 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지나간 것은 잊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아직 커 가는 과정이기에 그런 감정에 대해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는 그렇게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지난 일로 계속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문득 생각나기도 하는 어른이면서 말이다. 늘 아이에게 어떤 일을 조언할 때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래서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고 하나보다.
학교에서 4명이 한 모둠을 이루는데 우리 아이만 남자라고 했다. 옆에 있는 짝이 항상 자기 의견을 내세우고 토의할 때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운다고 했다. 건너 들으니 그 아이는 좀 세고 유명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사회생활에서 배우는 게 있으려니 하고 어려움이 있겠구나 하며 공감해 주고 혼자 남자라 힘들겠다고 이야기만 해 주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자리 바꾸겠지 했는데 방학하고 개학한 지 한참이 되었는데 자리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 쯤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집에 오면 짜증도 심해졌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선생님께 혹시 자리를 언제쯤 바꾸는지 여쭈어보았다. 아무래도 아이가 혼자 남자라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학기 초부터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배려해주다 보니 주로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짝지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공개수업 때 가서 본모습도 있었기에 선생님 입장에서 여러 명을 지도하시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이가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이기적인 엄마의 마음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그렇지 않아도 금요일쯤 자리를 바꾸려고 하셨다면서 혹시 짝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미리 알려주시면 고려해 주시겠다고까지 하셨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누구랑 해도 좋다길래 상관없다는 답변을 드렸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자리가 바뀌었는데 남자친구 중 얌전한 아이와 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래서 말을 해야 하는구나 느끼기도 한 부분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편한 아이랑 되어서 아이도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집에 와서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요즘 아이는 국기원 준비로 태권도 학원을 늦게 간다. 이틀 째 되는 날 아이가 울면서 집을 들어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오는 길이 너무 쓸쓸했단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데리러 오라고 했다. 둘째와 데리러 가보니 우리 아이만 어리고 거의 다 초등 고학년들이었다. 그제야 아이가 왜 외로웠는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첫째가 둘째와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니 게임을 하는데 형아들이 나는 못 한다고 쓰레기라고 하며 양 쪽 팀에서 자기만 데려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건 아니다 싶어 또 고민하다가 태권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래서 국기원 준비를 조금 늦게 해도 되니 아이가 또래들과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내비쳤다. 선생님께서는 곧 첫째 또래 아이들이 몇 명 올 거고 게임할 때 팀 나누는 건 아이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하셨다. 아이가 조금 속상한 상황에 놓이면 걱정이 되어서 이런 부분은 말씀드려야 되지 않나 깊이 생각해 본 후 전화를 드린다. 그럼에도 전화를 끊고 나면 늘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오버하는 엄마가 되는 건 아닐까, 아이의 이런 부분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말이다. 한편으로는 말씀드리지 않으면 많은 아이를 케어하는 선생님께서는 모르실 수 있는 부분일 것 같기도 하다.
3번의 경우를 겪으면서 늘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아이의 생활에 어디까지 관여할 것인지 말이다. 매번 그럴 수는 없지만 지켜보다가 너무 아니다 싶을 때 고민하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인데 이것 또한 내가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닌지, 아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차단하는 건지 고민이 된다. 또 한편으로는 말씀드리지 않으면 선생님은 알 수 없으니 아니다 싶을 때 지나치면 우리 아이는 계속 부당한 대우를 받고 넘어갈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지금 전업주부로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길고 아이의 반응에 민감해서 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일을 하고 바빠지면 이러한 부분도 넘어가지지 않을까? 더 이상 유치원생이 아닌 초등학생을 키우면서 늘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제 스스로 자기의 생활을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어야 하기에 어디까지 내가 관여를 할지 말이다. 이 또한 나도 아이도 배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니 조금 더 신경 써주고 내년부터는 좀 더 아이를 믿어보기로, 덜 관여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