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을 하며 배운 관계의 마무리

유종의 미를 생각하게 만든 순간들

by 포비포노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난다.
그 속에서 아이들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인간관계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다.


언제든지 헤어짐은 있다.
연인 관계든, 일의 관계든 누군가에게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일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헤어짐에도 예의 있는 표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방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다니던 아이가 있었다.
처음부터 꾸준히 다니며 눈에 띄게 실력 향상을 보여준 친구였다.


여름에는 캠프에도 함께 참가했다.
아침에 도시락을 싸 주기도 했고, 직접 운전해서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아이의 습관과 태도 때문에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숙제를 꾸준히 해 오고 실력이 느는 모습이 보여 더 애정을 쏟고 싶었던 아이였다.


처음에 힘들다가 어느 순간 태도가 잡히더니 또다시 태도가 달라졌다.
수업에 와도 20분 이상 앉아 있지 못했고 산만하게 행동했다.

분명 어머님도 알고 계셨을 것이다.


새로운 달 수업을 시작하는 날,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다.
한 달만 쉬겠다고 했다. 다른 학원도 쉴 거라고.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말이 사실상 그만두는 수순이라는 것을.


그래도 혹시 다시 올 수도 있다는 마음에 아이의 노트와 교재를 그대로 두었다.
두 달의 겨울방학이 끝나고도 결국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기록했던 노트는 추억이 될 수 있으니 가져가면 좋겠다고 톡을 보냈다.
어머님은 다음 주에 가져오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 말이 그 관계의 마지막이었다.


정말 잠깐 쉬려다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고,
처음부터 그만둘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무리는 해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한마디라도 전해주는 것 말이다.


공부방을 시작하고 거의 첫 학생이었던 아이라 더 애정을 쏟았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부정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12월에 새로 온 아이였다.
어머님은 통화가 어렵다며 카톡으로만 대화를 했다.


아이는 노트를 자주 안 챙겨 왔고 숙제도 거의 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부를 이곳에서 시켰고, 방학 때는 한 번 더 오게 하여

어머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다.


알파벳도 모르던 아이였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 음가를 모두 알 수 있도록 지도했다.
영어를 막 시작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여서 더 애정이 갔다.


그러던 2월 말, 어머님이 다른 학원들과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6시까지만 수업을 하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3월이 시작되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오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 달부터 못 오겠다”는
그 한마디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 언제든 마주칠 수도 있는 관계였다.


아이는 이곳이 너무 좋다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고 있다고 했고,
수업도 즐겁게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엄마의 선택으로 이렇게 관계가 끝나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으며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두더라도 선생님께 제대로 작별 인사하는 법을 말이다.




그만둔다는 말을 하는 일은 당연히 불편할 수 있다.
어쩌면 “말 안 하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가르쳤던 사람에게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간 이런 생각도 들었다.
너무 잘해주지 말아야겠다고.
애정을 줄수록 나만 상처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늘 감사하다고 말하며 믿고 맡겨 주는 부모님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나도 조금 성장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만둔 아이 한 명 때문에 오래 좌절했을 텐데,
이번에는 속상하면서도 그 일에서 내가 배울 점을 찾고 있었다.


어떤 관계든 마무리는 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고,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그 아이가 떠난 날, 나는 다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