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을 수 없어서 더 버거운, 요즘 엄마의 하루
어제 첫째 아이의 성장센터 검사를 다녀왔다.
사실 주사를 맞히고 싶지 않아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둘 검사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리고 아이의 키가 크지 않고 살이 찌기 시작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자랄 때는 없던 ‘성장검사’가 이제는 한 번쯤은 꼭 해야 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두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건, 생각보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아이의 공부나 생활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챙기지는 않으셨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정보는 넘쳐나고,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커졌고,
그만큼 ‘엄마가 해야 하는 일’도 끝없이 늘어났다.
그리고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 책임이 엄마에게로 향하는 분위기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크게 느끼는 부담은 ‘식사’다.
아이들의 끼니는 여전히 엄마의 몫이다.
요리를 좋아하거나 익숙한 사람이라면 덜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요리는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매 끼니마다
“오늘은 뭘 먹이지?”
“이렇게 먹여도 괜찮을까?”
“더 골고루 먹여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질문들이 반복된다.
대충 먹이면 죄책감이 남고, 외식을 하면 건강과 지출이 동시에 신경 쓰인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아이들을 위해 밥을 차려야 하고,
그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노동은 점점 ‘당연한 것’이 되어간다.
요즘은 첫째의 체중이 늘어나면서 이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몸이 힘들어 간단히 먹이면 그 순간은 편해도
마음 한쪽에는 늘 미안함이 남는다.
두 번째는 공부와 책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학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엄마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일 정도로
어릴 때부터 엄마의 역할은 깊이 들어와 있다.
나 역시 전공이 관련 분야였고 관심도 많아
육아서를 읽고,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걸 엄마가 다 해야 할까?”
아이의 습관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쉬고 싶어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체크가 돌아간다.
오늘은 무엇을 안 했지, 무엇을 더 채워야 하지.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더 신경이 쓰이고, 보내도 숙제와 관리가 남는다.
결국 어느 쪽이든 엄마의 손이 필요하다.
책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도서관에 가서 무거운 책을 빌려오고,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며 반복한다.
일상이지만 어느 순간 번아웃이 찾아온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을까.”
세 번째는 보이지 않는 ‘관리의 일들’이다.
주말 체험을 찾고 예약하고, 학원과 학교 선생님들과 소통하고,
시간표를 조정한다.
병원도 자주 간다. 자잘한 감기부터 시력 검사, 구강 검진, 성장 검사, 교정까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처럼 여겨지는 것들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버거운 건 아닐까.
머릿속은 늘 바쁘다.
아이의 스케줄, 부족한 부분, 앞으로 채워야 할 것들.
끊임없이 생각하고,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움직인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엄마라서 당연한 일’로 여겨질 때,
문득 슬퍼진다.
힘들어도 내려놓을 수 없는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내 시간을 쪼개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결국 나는 가정을 위해, 아이를 위해 조금씩 나를 내려놓는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몇 주에 한 번쯤은 아이 걱정도, 집안일도 내려놓고 온전히 나로 쉬고 싶다.
엄마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시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조금은 더 가벼워질 수 있는 환경이 언젠가는 오기를 바란다.
오늘도 여전히 무겁지만, 그래도 놓지 못하는 이름으로 나는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