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bi미경 Nov 03. 2023

절대 때려치울 수 없는 것-마스터 요다

나만의 고양이 요다, 나에게 광선검을 쏴줘요

요다를 만난 날은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못생긴 고양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눈코입 어느 하나 이쁜 구석이 없는데도 요상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보자마자 스타워즈 속 요다마스터가 생각이 났다.

아기고양이가 무섭긴 처음이었다.


요다는 광고주분이 아는 동물병원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낳은 아기중 한 마리였는데 그 시절 남친이였던 남편에게 광고주분께서 선물로 주게 된 고양이였다. 사내커플이었지만 사귀던 초반이라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있었던 터라 동물병원으로 요다를 받으러 갈 때 남편 혼자 다녀오게 되었다.


요다를 데려온 날 남친이 광고주분께 잘 데리고 왔다고 통화를 하는데 뭔가 대화내용이 수상했다.

“네네 잘 데리고 왔습니다. 네? 아.. 아니요. 아.. 그분이요. 하하하 뵙긴 뵈었는데 그게 제가.. 아하하하하..”

뭐여. 고양이 데리고 왔는데 그분은 누구고 저 어정쩡한 너털웃음은 또 뭐여. 남친은 멋쩍게 웃다가 통화를 끊었고 난 곧 그에게 질문을 퍼부어댔다.

“뭔 소리야. 어디서 요다마스터 같이 생긴 고양이를 데려오더니 그분이라니. 요즘엔 엄마고양이를 그분이라고 불러?”

“아.. 아니. 엄마고양이가 아니라 그게..”

남친을 어여삐 본 광고주분께서 친분이 있던 동물병원 여의사님께 남자 한 놈이 오늘 아기고양이를 데리러 갈 테니 잘 훑어보라고 언질을 줘놨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가 있는 만남인 줄 모르고 남친은 해맑게 아기고양이를 데리러 간 것이고 광고주분은 서프라이즈~! 라면서 남편에게 여의사를 한번 만나보라며 전화를 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아니 이런 요망한 광고주놈 같으니. 내가 공들여 침 발라 놓은 놈을 순식간에 동물병원 고양이 아빠로 둔갑을 시키려고 해? 멀쩡하게 생긴 고양이도 아니고 요다스승처럼 생긴 놈을 선물로 줘놓고 지금 저 요다놈을 여의사랑 사이좋게 공동육아라도 시킬 작정이었던 거야?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수 없었던 난 당장 동물병원을 가서 어서 오해를 풀어줘야 한다며 그를 다그쳤고 결국 요다를 안고 그와 함께 향했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간 병원은 아담하면서도 다정한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곳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여의사님을 대면했는데 품에 안고 있는 요다를 보시곤 부드럽게 웃으시며 아~! 건강검진 하러 오셨군요!라고 말씀하셨다. 어찌나 다정하게 웃으시던지 나도 모르게 따라 웃으며 네네! 너무 이쁜 고양이를 주셔서 예방접종도 여쭤봐야 하고 해서 감사인사도 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어느새 그녀에게 반한 듯 떠벌리고 있었다.

여의사님은 뒤에서 따라오던 남친을 보곤 약간 당황하신 것 같았지만 여전히 밝게 웃으시며 요다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고, 질투심이 사라지고 제정신이 돌아온 나는 그때서야 아기고양이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비록 요다를 닮긴 했지만 아기고양인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여의사님께 소중한 존재라는 게 느껴졌다.

여의사님을 혼자 오해하고 요다까지 미워한 게 부끄러웠다. 여의사님은 내 남친과 엮이기엔 너무나 아까운 분이셨고 그분을 위해서라도 내남친은 내가 데리고 사는 게 맞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진정 여의사님을 위해서다) 그 후로 요다의 소식들을 여의사님께 종종 보내드리며 결국 남친이 아닌 내가 여의사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게 되었다.


요다와 함께한 지 어느새 15년째이다.

이 녀석은 그날 우리의 언쟁 이후로 이름이 요다가 돼버렸지만 커오는 내내 이름하난 끝내주게 잘 지어줬다며 주변 칭찬을 받곤 했다. 역시 고우셨던 여의사님보단 작명센스도 있는 내가 요다엄마로서 찰떡궁합이었던 것 같다.(요다의 의견 따윈 필요 없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여울 때나 행복할 때나 언제나 요다와 함께 해왔다. 내 수많은 감정의 오르내림을 남편조차 못 견뎌할 때도 요다는 포근한 몸으로 언제나 나를 안아주고, 매력적인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게 해 준다.

고양이 이상의 고양이, 사람 이상의 사람, 가족 이상의 가족이 바로 나만의 요다님이다.

이 녀석을 봤던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난 아마도 그날 스타트워즈 속 마스터 요다의 광선검을 맞았나 보다. 그 광선은 내 속 깊이 파고들어 평생을 품고 가고픈 요다발자국을 남겨주었다.

내 마음속 나만 품고 싶은 훈장이다.



달려 요다!!
억울한 표정도 희번덕한 눈빛도
매력이 흘러넘치는 우리 요다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