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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20. 2022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_2화

새 생명

병원에서의 삶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 중에서 가장 죽음과 밀접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치유하고 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기 때문에 의사만큼 사람의 죽음을 많이 접하는 직업이 있을까? 

이 날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너무 아기를 갖고 싶어 하던 부부의 이야기이다. 결국 태아가 23주를 넘기지 못해서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떠나간 아기. 그 부모를 위로하기 위해서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가 남긴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Bad things at times

do happen to good people"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산과'라 함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예전에는 애를 낳다가 많은 사람이 죽었다. 때로는 아기가, 때로는 산모가. 태어난다고 해도 1년을 못 살고 죽는 영아가 많았다. 그래서 영아사망률은 선진국, 후진국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돌잔치라는 개념은 아마도 그래서 생긴 게 아닐까? 1년을 살아남으면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이라서 그걸 축하하기도 하고, 아이의 앞으로의 생을 축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 아들을 가졌을 때가 생각난다. 입덧이 심한 편이라서 잘 먹지 못했기 때문에 산달이 되었는데도 몸무게는 10kg쯤 늘은 정도였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도 진통을 하루 넘게 했다. 출산이라고 남편이 하루 휴가를 받았는데, 결국 그날 아기를 못 낳았고 다음날 출근을 했으니. 결국 다음날 뱃속 태아의 심장소리가 멈췄고 급하게 응급수술을 들어가야 했다. 다행히 별 특별한 이상 없이 아들을 낳았지만 만약 지금과 같은 시대가 아니라면 아마 난 아기를 낳다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간절히 기다리던 새 생명 그 아기가 뱃속에서 죽었을 때 과연 그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내가 뭘 잘못했지? 내 잘못 때문에 이 아기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구나.라는 자책감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해서, 부모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 문구를 줬을 거다. 그리고 그 문구가 얼마나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는지 보는 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고맙다. 육체의 질병뿐 아니라 마음도 치료해주려고 노력해줘서, 그런 의사와 병원을 보여줘서. 그리고 모두를 응원한다. 어렵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을, 그리고 생명이 아니라도 무엇이든 시작하고 이루어내는 그 모든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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