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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Dec 29. 2020

싱어게인_실수한 무대가 주는 감동

싱어게인의 팀대항전은 혼자서 부를 때는 알 수 없었던 싱어들의 다른 매력을 알 수 있는 라운드이다.

기본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이 남은 상태라서 그럴까?

서로의 특성이 잘 어우러진 멋진 무대도 많고,

절로 박수를 치게 만드는 무대.. .

팀으로 함께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팀..

다음 무대는 어떨까? 그렇게 궁금증을 주는 팀 등 보고 듣는 재미가 풍부한 라운드이다.


그런데, 정말 감동적이었고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무대는

중간에 가사 실수를 했었던 두 무대.

공교롭게도 두 팀은 서로 대결 상대이고

팀의 구성도 가요계 선배와 후배로 이루어진 팀이다.


2010년대의 노래를 가지고 대결을 펼친 이 두 팀은

37호와 50호 가수가 한 팀인 '부모님이 누구니'와 1호와 45호 가수가 한 팀인 '견우와 직녀'팀이다.

('싱어 게인'은 탈락하기 전까지 이름이 아닌 00호 가수라고 불린다.)


먼저 무대를 연 팀은 '부모님이 누구니'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선곡해서 춤과 노래를 함께 선보인다.

처음 시작은 강렬한 퍼포먼스와 함께! 그리고 계속되는 춤과 노래.

선배 가수인 50호 가수가 예전에 댄스음악을 했다고는 하지만, 

무대에 서지 않은 채로 세월이 많이 흘렀고 워낙 템포가 빠른 최신 노래라서 

가사와 안무를 마스터하기가 쉽지 않은 건 불 보듯 뻔한 일.

그래서 안무 하나하나 가사까지 파트너인 37호 가수의 프로듀싱 능력이 발휘된 무대!!


다음 무대는 '견우와 직녀'팀, 

나이 차이는 30년이나 되지만 생일이 7월로 같아서 팀명을 '견우와 직녀'로 결정.(센스 짱!!)

그들의 선곡은 투애니원의 'Ugly'

45호 가수가 오디션을 볼 때마다 못생겨서 안된다는 말로 좌절했던 경험으로 노래의 진정성을 표현할 뿐 아니라

노래를 함으로 인해 이제는 털어버리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곡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걸그룹의 노래인데, 이걸 저 팀이 과연 할 수 있을까?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바라봤는데,

와~~ 세상에.  완전 다른 노래로 느껴지는 무대를 선보인다.

마치 자신의 얘기를 하듯이 노래 부르는 45호 가수도 감동적이고,

편곡부터 음역까지 철저하게 선배 45호를 위주로 해준 1호 가수의 배려에도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두 팀 다 선배 가수인 50호 가수와 45호 가수가 가사 실수를 한다.


이제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가사 실수를 한다던가 하면 심사위원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평을 하고

결국 그 실책이 문제가 되어서 다음 라운드에 못 올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보는 시청자도 그 평가에 동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싱어게인의 이 두 무대는 다르다.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감동을 주는 걸까?

나도 심사위원들도 안타까워하면서 그 실수를 무난히 넘기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결국 두 무대 다 실수에 무너지지 않고 무사히 무대를 마친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실수한 무대를 극복하고 무사히 마친 두 팀을 다 칭찬한다.


사실 나도 요즘 노래, 특히 랩이 많은 노래는 듣기도 힘들고 따라 하는 건 생각도 하지 못한다.

50호, 45호님도 아무리 가수였다고 해도 나이들이 있으니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부모님이 누구니'팀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선곡하는 바람에

50호 가수는 춤도 추면서 노래를 해야 했으니 아마 더 힘들었을 거다.

그래서 였을까?

유희열 심사위원이 '실력 뭐 이런 건 잘 모르겠고 이제까지 무대 중 가장 감동적인 무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울컥했다고...' 옆의 다른 시니어 심사위원들도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사실 나도 보는 내내 울컥하는 감정이 차올랐다. 우리 세대가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일까?


'견우와 직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또 다르다.

45호 가수님의 예전 경험을 그대로 감정에 싣고 노래를 해서 그런지

묘하게 가슴을 울리면서 나도 모르게 그 감정에 동화가 되는 거다.

또한 45호님이 실수를 했을 때 1호 가수가 가사를 대신 부르며 45호 가수에게 눈을 떼지 않고 

노래를 이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1호 가수가 너무 고맙고 기특하고....

그 격려에 의지해 다시 침착하게 불러내는 45호 가수도 멋져 보이고..


결국 '견우와 직녀'는 탈락을 했지만,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음악이란 참 묘해요.  처음엔 선배에게 노래를 배우지만 나이가 들면 후배에게 노래를 배웁니다.

그게 음악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음악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교사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세상 모든 흐름이 그런 게 아닐까?

아이가 어릴 땐 부모가 스승이지만, 부모가 늙고 나면 자녀에 의해 모든 것을 배우게 되는 것처럼~~


"시작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45호 가수(윤설하 님)에게

아니라고... 당신의 도전이 결국 새로운 시작을 열 수 있게 한 거라고...!!

그렇게 전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도전하고, 그렇게 도전하는 선배를 응원하고 도와주는 후배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 두 무대.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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