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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01. 2021

드라마에 나타난 감정의 모습들

'악의 꽃'을 보고

내가 워낙 드라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드라마에 나타나는 여러 인간의 모습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말연초라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 블루로 인해서 그런지 자꾸 감정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감정으로 이어지는 사회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너무 어려운 문제이므로 결론은 내지 말고 드라마의 캐릭터들의 모습으로 그냥 생각을 풀어봐야겠다.


내가 워낙 장르 드라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준기 님과 문채원 님을 좋아해서 열심히 본방 사수하면서 봤던 드라마 '악의 꽃'. 근데 솔직히 끝까지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한 주 한 주 보던 드라마이다.  이유는 바로 드라마 소개 문구 때문. '14년간 사랑을 연기한 남자'와 '어쩌면 연쇄살인범일 수 도 있는 남자를 14년간 사랑해 온 여자' 라니... 아무리 속았다고 해도 살인범, 게다가 감정 없는 연쇄살인범을 사랑하는 여자를 보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이 진행되면서 느낀 것은 스릴러나 사건 해결보다는 너무나 절절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을 하고 있는 두 남녀에 대한 애틋함이다.

주인공 이준기, 극 중 도현수이자 백희성.

사이코패스인 연쇄살인범의 아들, 아버지처럼 사이코패스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감정표현을 잘 못하고 감정을 잘 인지 못하는 사람. 많은 감정을 느끼지도 않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표현도 못 하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귀신 들린 아이, 병에 걸린 아이 등으로 취급당한 아픈 과거가 존재한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서 표정을 연습하고 감정을 몰래 연습해서 일반 사람인척 하는 캐릭터.


최근 그런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상태.

문상태는 발달장애 3급의 고기능 자폐(HFA)이다. 좋고 싫고 가 굉장히 분명한 반면 표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는 부분이 좀 부족하다. 다양한 감정표현도 잘 못하고, 그래서 표정 감정 카드를 가지고 감정을 공부하는 한편, 가장 사랑하는 동생의 표정을 항상 관찰해서 감정을 파악한다.


그리고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2019)의 강성모.

강성모는 정확한 병명이 나온다. '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

언뜻 보기에는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와는 좀 다른 증상이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뇌의 편도체 크기가 작은 것 때문에 발생하고, 후천적인 훈련이나 어떤 계기로 편도체가 성장하게 되면 정상적인 감정표현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 어린 강성모는 엄마에게 사전으로 통해서 감정을 배운다.(물론, 그렇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감정을 배우게 되면서 일상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산다.


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진 세 드라마의 캐릭터들.

감정이 없거나 잘 표현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섞여 살기 위해 감정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거짓일지언정 표현하려고 한다.

그런데 난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도리어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 어떻게 생각하면 이들에 비해서 감정에 있어서만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때로는 더 잔인하게 표현된다고 느꼈다. 다르다는 것을 배척하고 핍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한 태도들, 그렇지 않더라도 무심하게 상대방을 상처 주고 못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더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닌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걸까?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때로는 무서워하고 때로는 핍박하고 공격하는데, 그러는 우리가 사실은 더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리뷰를 하면서 개인적 감정과 사회적 감정에 대한 얘기를 종종 하게 될 것 같다.

정리되지 않은 날것의 생각일지라도 일단은 한 번 글로 옮기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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