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수 여행 이후 몸무게가 2kg 늘었다. 2박 3일 매 끼니 맛집을 찾아 헤맨 결과다. 두 달 애써서 겨우 1kg 줄였는데 허무했다. 체중보다는 눈바디라고 했던가? 눈으로 몸을 아무리 살펴 봐도 저울이 거짓말한 거 같지 않다.
'복근 다 어디 갔나?'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며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보다 못한 남편은 돌아오는 토요일까지 몸무게를 재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하였다.
"우리가 왜 운동하는거지?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거잖아. 뭐가 살이 쪘다고 그래?"
다이어트에 관해서는 늘 내가 훈수를 뒀는데 이번에는 반대다. 요즘 운동 좀 하더니 저런 얘기도 하고.. 남편의 조언이 웃기면서도, 몸무게 하나에 울고 웃는 모습이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기상 후 저울에 올라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침 체중에 따라 그 날 하루를 시작하는 내 마음도 요동쳤다. 지난 12월에는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유튜브에는 다이어트 관련 영상도 많은데, 우연히 식단 관리 어플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몸무게를 감량하고 싶다고 입력하면 매일 먹어야 할 권장 칼로리가 나온다. 목표 설정이 끝난 후 할 일은 매 끼니 먹은 음식을 검색해서 입력하는 일이다. 이렇게 입력하면 섭취 칼로리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성분까지 보여준다.
나에게 주어진 일일 권장칼로리는 대략 1000kcal였다. 호기심 반, 간절함 반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매 끼니 식사 준비를 하며 어플을 꺼내 음식을 검색한 후 입력을 했다. 최대한 해당 칼로리 안에 먹으려고 메뉴 선정부터 신경을 썼다.
그 날 하루 섭취한 칼로리가 권장 칼로리 이하일 때에는 O, 초과할 경우는 X표시가 나오는데 매번 긴장되었다. 약속이 있거나 하여 외식을 한 날은 어김없이 초과다. 신경써서 먹어도 권장 칼로리를 넘어 X표시를 받은 날은 잠자리에 들 때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내일은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 다짐하며 자는데 다음 날도 식욕이 너무 좋다. 안 먹고 기록도 안 하면 편할텐데, 먹으면서 기록하는 수고로운 일상의 되풀이였다.
여수 여행 다녀오고 겨우 5일째 되던 날 코로나로 일주일간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이어트는커녕 살이 더 찌겠다 싶었다. 그런데 집에만 있으니 소화가 되지 않고, 입맛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확 줄었다. 그렇게 1주일을 보내니 여행 때 쪘던 2kg이 싹 빠졌다.
'어플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헬스장을 찾았다. 격리 해제 이후 첫 운동이었다. 실내 자전거에 앉자마자 옆자리의 그녀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날씬한데 왜 운동해요?"
순간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
바디프로필을 찍고는 몸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 자신감은 사진 속의 몸을 유지해야 계속 생긴다고 생각했나 보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지금 모습도 충분히 날씬한데 늘 부족한 것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날씬하다는 것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는데 스스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날씬해. 지금 이대로 꽤 멋져!'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더 이상 어플에 기록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매 끼니를 맛있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하자.
'맛있게 먹으면 제로 칼로리!'
맛있는 음식 앞에서 늘 소리치던 남편 목소리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