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변한 나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시를 처음 지어 보았다. 동생을 주제로 한 짤막한 시였는데,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교실 게시판에 게시도 되어 어린 마음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생긴 자신감 덕분인지 이후에도 글쓰기 대회에 지원해서 나갔고 제법 상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는데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 입학 이후 글씨기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글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고민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 백일장이라면 망설임 없이 나가던 그 패기는 어디 가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지 말지 일주일 내내 고민하였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보라는 그 분의 말씀과 더불어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일을 저질렀다. 아인슈타인도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과 다른, 아니 지금보나 더 나은 내가 되려면 무엇인가 다른 걸 해야 하고, 그게 글쓰기라 생각했다.
일 주일에 세 편에서 다섯 편의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무엇을 쓸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고민하다 보면 뭔가 내용이 떠올랐다. 그 글감을 가지고 매일 새벽 글을 썼다. 첫번째 주제인 ‘살면서 내가 가장 잘한 일’에 대해서 쓰면서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하루 하루 살아 내기 바쁜 일상이었는데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잘했던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동안 뭘 잘했는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갖고 있던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남에게 내 속마음을 보여주기 어려워한다. 은근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다. 그런데 글을 쓰니 가려져 있던 내 모습이 나왔다.
아픈 엄마를 생각하면서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 병약해진 엄마를 곁에서 보면서도 도움을 드리기 보다는 사랑을 받기만 하는 나였다. 글을 쓰다 보니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아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눈물샘이 열리고 감성도 살아났다. 나 자신을 계속 돌아보게 되었다. 주변 가족이나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내 행동에 대해 특별한 자각도 없고 반성도 없었던 삶이다. 글을 쓰다 보니 매번 반성문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잔소리가 많아서 남편과 딸을 힘들게 했겠다 싶었다.
그 외에도 글감을 찾기 위해 글쓰기 책도 뒤지고 관련 유튜브 강연도 찾고 있었다. 애써 시작한 글쓰기를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고 있었다. 마감에 임박한 작가 마냥 매일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새벽마다 글을 썼다. 희한하게도 쓰다 보면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한편 씩 글을 완성할 때의 희열이란. 이 맛에 글을 쓰나 보다.
이제 글쓰기가 쉬워졌냐고?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하얀 노트북 화면과 마주하고 무엇인가 채우는 건 나에게 도전이다. 이제 막 자전거 바퀴를 굴리기 시작하였는데 발을 떼면 넘어지는 것처럼 글쓰기라는 내 삶의 새로운 동력이 멈추지 않도록 계속 밟으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개의치 말고 매일 쓰도록 하라.” 어니스트 허밍웨이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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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다 보면 더 익숙해지겠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글쓰기 근육을 계속 키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