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벌거숭숭이 Sep 04. 2024

부산에도 국회도서관이 있다는 사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국회부산도서관에 대하여

도서관은 라이브러리, 박물관은 뮤지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과 박물관이 합쳐진 형식의 근현대 역사관까지.

부산에는 다양한 도서관과 박물관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안 가본 곳이 있다.

바로 국회부산도서관이다.

이미 앞서 다녀온 다른 도서관과 같이 중심지에서는 동떨어져있고, 전시관까지 포함한 넓은 공간이기 때문에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서 다녀와야 한다.

그렇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강서구를, 도서관 방문을 위해 가게 되었다.

일단 하단까지 가야 한다.

하단 교통 환승센터가 있었다.

하단이 교통의 중심지였구나.

지하철역을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아트몰링.

먹거리 상점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좋은 곳이다.

심지어 노브랜드몰이 입점해 있었다.

귀가할 때 반드시 들러서 주전부리를 사가지고 가겠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빵집, 간판만 보아도 설레는 올리브영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단 교통 환승센터로 향한다.

부산국회도서관에 가기 위해서는 부산 버스 3번과 128-1번 버스를 타고 명지 1동 행정복지센터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바로 오는 128-1번 버스를 타고 국회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설레었다.

을숙도를 볼 수 있고, 덩굴식물로 뒤덮인 아름다운 부산현대미술관도 보았다.

부산현대미술관

내가 다녀야 할 곳이 이렇게 많다니.

도장 깨기를 해도 해도 또 늘어나는 것이 신기하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고, 알면 알수록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게 처음 보는 색다른 길, 신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한 정거장을 지나 내리게 되었다.

아파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높은 하늘과 어우러지는 곡선과 직선의 건축물. 그리고 국회부산도서관

지나는 계절의 미련인지, 나무나 건물이 주는 그늘이 없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엄청난 기세의 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덕분에 덥지 않게 국회부산도서관 앞에 마주 설 수 있었다.

이렇게 외진 곳에 평일에도 도서관 앞 주차장은 만차였고, 코너 부분에도 불법 주차하는 차량들이 여럿 있었다.

차 없이는 찾아오기 힘든 곳이다.

그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3시간이 걸려서 왔지요.

국회부산도서관 이용안내 시간과 이용방법

도서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화요일 휴무다.

국회부산도서관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지만, 대출을 위한 회원가입에는 부산, 울산, 경남사람만 가능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가입을 미리 해놓으면 국회부산도서관에서 신분증만 제출하고 바로 대출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나의 거주권과 꽤나 멀리 있어서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겠지만, 국회도서관 특성상 언젠가 꼭 필요한 책을 대출 하기 위해 오늘을 소비하여 대출카드 만들기를 완료했다.

국회부산도서관은 비교적 근래에 다녀온 부산도서관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달랐다.

국회부산도서관 종합자료실과 장애인 열람석, 그리고 점자도서

일단 높은 층고와 전면의 통창이 개방감을 주어 답답한 곳이라는 도서관의 인식을 탈피시켜 준다.

특히 입구에 위치한 장애인 열람석과 점자도서코너의 많은 책들이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누군가의 치열한 노력의 증거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학구열이 있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

그들만의 특별한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위하여, 또는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위한 노력을 모두가 같이 실천해서 이 공간을 더 넓혀가야지.

처음 보는 점자 프린트기에도 관심이 가는 순간이었다.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도 사람들은 그들만의 최선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또 깨닫는다.

국회부산도서관 1층은 쉼터다.

높고 넓은 공간이지만 구성이 단조롭다.

종합자료실을 지나면 보이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아이들을 데려오기에 참 좋은 공간이다.

색색이 다양한 캐릭터로 그려진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설렘을 안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게 빈백이 여러 개 놓여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삶을 바꾸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국회의장의 말이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책과 글을 가까이하는 사람의 내면은 단단하고, 깊고, 다양한 정보를 습득해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거라는 추측이지만 확신에 가까운 말.

부모와 함께하는 화목한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국회부산도서관 안에 위치한 국회 전시실

국회란 무엇인가.

국회의원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국회의원의 권리와 의무.

대한민국은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이 분리된 법치국가이다.

그중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곳이었다.

덤으로 서울에 위치한 국회의 모습을 영상으로 견학이 가능했다.

알찬 교육의 공간이다.

학창 시절 배웠던 정치시간이 생각났다.

열심히 외웠던 참정권이 생각나는구먼, 지금은 희미한 기억만 남았을 뿐이지만.

지금은 다만 뉴스에 나오는 국회의원들의 청문회나 쇼츠에 나오는 그들의 말을 그저 듣고 있을 뿐이다.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 투표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겠지.

학생들이나 어린이들이 체험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국회 전시실 바로 옆이 기획전시를 하는 곳이었다.

문자:경계를 넘다

언어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엿보는 좋은 기획전시

문자는 언어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 문자를 보다 재미있게, 단순하면서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의 바른 예시였다.

포도는 영어로 grapes.

알파벳 철자를 이용해 포도를 만들고 그 안을 알파벳으로 채운 포도가 귀여웠다.

문자를 익히는 아이들이 보다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

전시에는 식재료, 동물, 건축물, 할리우드 스타들의 얼굴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의 뮤즈. 프레디머큐리의 얼굴도 만났다.

다음에는 엄마도 데려와야겠다.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는데, 전시를 하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전시가 꽤 괜찮아요. 다들 놀러 오세요.

1층에 카페테리아와 2층의 의회자료실

전시실을 돌고 나오면 바로 카페테리아를 만날 수 있다.

가볍게 한 끼 하기 좋고, 차 한잔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테이블 위에 차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지만, 높은 층고와 소음을 흡수하는 흡음판이 천장에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시끄럽게 와닿지 않았다.

이것이 건축기술인가.

그렇게 돌아보다가 2층으로 향했다.

국회부산도서관만의 특별한 장소.

바로 의회자료실이다.

법 관련 서적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곳.

우리는 법치국가 안에서 법의 보호아래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 법안에서 다투기도 하고,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두꺼워 보이는 책 한 권을 꺼내어 보니 판례에 대한 예시가 길게 적혀 있었다.

지금도 법원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판결을 내리고, 그 판례가 다시 기록되어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지겠지.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밥을 먹지 않고 공부했다던 예전 사법고시 준비생의 인터뷰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던 적이 있었던가.

자연스레 겸손해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가 활활 불타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본능은 만화책을 찾아가고 있었다.

공부하는 곳 도서관, 책을 읽는 곳 도서관.

서실처럼 개인이 공부하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책장 옆에서 적당한 소음을 즐기면서 공부하는 사람, 혼자 공부하는 사람, 나처럼 책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190만 권이 넘는 장서가 함께하는 공간.

모든 책장이 꽉 차있지 않아서 좋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들로 채워질 공간.

그리고 나는 넷플릭스로 보았던 지옥이란 만화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국회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보는 내 마음은 평안하다

중간중간 편하게 앉아서 책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앉을자리가 없었던 부산도서관에 비해 자리가 넉넉했다.

주차장은 가득 찼는데도 도서관 안의 자리는 넉넉하다니.

참 잘 만든 도서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는데 참 맛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 보다가 하늘 보고, 책 보다가 사람구경하고.

국회부산도서관 2층에는 야외에서도 책을 즐길 수 있었다

장소의 이점을 고루 활용한 건축물이다.

책 읽다가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 땐 야외로 나가 바람을 쐬면 금세 개운해진다.

중간중간 통화를 하거나 간식을 드시는 사람이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문 바로 앞에 앉았음에도 야외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방음창에 방음문인가. 탐나는 문이었다.

도서관은 많은 책을 고 있어야 하기에 단단해야 한다.

그래서 주로 도심가에는 지하에 많이 위치해 있다.

예전에 만들어진 도서관이 많아서 빽빽한 책장과 이용객보다 부족한 책 읽는 공간만 보다가, 이렇게 높은 층고와 많은 의자와 테이블들을 보니, 저절로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졌다.

공간이 주는 미학.

가볍게 책 2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

이것이 내가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보는 이유.

다음에는 더 두껍고 좋은 책을 골라서 5시간은 앉아있다가 와야지.

한 번 다녀왔지만, 또 오고 싶은 그런 공간이다.

스마트반납서가와 공유서가. 그리고 계단식 책장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편하게 반납하는 걸 중시한다.

처음 보는 스마트반납서가. 내가 빌린 책을 반납한 걸 보고 또 빌려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먼.

책을 름답게 보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여실히 보였다.

그리고 계단식 책장을 내려가던 중 만난 공유서가.

책을 편하게 나눌 수 있고, 또 가져갈 수 있는 공유서가가 있었다.

지금은 약소하지만 더 커질 공간을 기대할 수 있는 곳.

이용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바라는 예쁜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미련 없이 도서관을 나설 수 있었다.


참 예쁜 공간이다.

누구나가 와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곳.

다만 장소가 외진 곳에 있어서 세 번은 고민하고 와야 하지만,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면 매일 발도장 찍고 싶은 곳.

넓은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은 햇볕을 피해 건물 안쪽에 위치하면서 많은 책장에 둘러 쌓여 있었다.

여유로운 책장에 얼마나 더 많은 책을 담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는 내가 쓰는 글들이 모여 책이 되고, 그 책이 도서관 책장의 한 곳을 채우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런 혼자만의 재밌는 상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운을 길게 느끼기 위해 지하철 대신 버스를 이용했다.

부산구치소를 지나왔다.

높은 벽과 망루가 보였다.

그 옆은 크고 작은 연립주택들이 감싸고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만나는 풍경들의 소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국회라는 말이 왠지 딱딱하고 나와는 동떨어진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국회도서관에 다녀오니 꽤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법치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새삼 와닿는 순간이었다.

다음에는 엄마를 데리고 가서 국회도서관 안내자가 되어서 설명해 주어야지.

국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국회의원이 하는 일과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현명한 유권자로서 내가 누리는 권리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다녀오고 푹 빠진 장소가 당신에게도 있으신가요.

나는 당신과도 여기 이곳에 또 와보고 싶어요.

이전 10화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