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을 가게 된 사연
도고 취향살이 글쓰기편의 시작
이른 아침 눈을 떴다.
낯선 것과 새로운 것에 낯가림하는 어른이가 밤잠을 설친 것이다.
오늘 처음 가는 장소에 대한 걱정과 설렘과 두려움에 밤새 내 머릿속이 소란했다.
그렇게 비몽사몽 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먹는 둥 마는 둥 한 아침밥을 먹고, 기차시간에 늦지 않게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오늘은 무려 KTX를 타고 낯선 곳으로 가는 날이다.
지하철로 가면 훨씬 빠르지만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택했다.
짐이 많아 출근시간의 지하철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도 했고,
이른 시간 종점에서 자리 선점을 끝낸 이의 안도감은 아침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른 시간에도 부산역에 사람이 많다.
다들 어디를 가시는지.
캐리어에 한 짐 끌고 오순도순, 도란도란, 혹은 나처럼 혼자 바쁜 사람들까지.
여유로운척했지만, 화장실 갈 시간 없이 빠르게 게이트로 향했고, 기차 출발 3분 전에야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태연한 척했지만, 심장이 쿵쾅 뛰었다.
이것이 설렘 때문인지, 뜀박질 때문인지 헷갈린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좌석에 누이니 졸음이 쏟아졌다.
그렇게 꿀맛 같은 단잠을 자고 천안아산역에 하차했다.
기차역과 전철역에 맞닿은 곳이지만, 정차역이 오묘하게 달랐기 때문에 나는 기차역에서 전철역까지 부지런히 걸어서 도착했다.
숨 돌릴 틈 없이 전철을 타고 바로 온양온천역으로 향했다.
다른 지역에 오면서 느끼는 낯섦이 느껴진다.
카카오맵으로 확인한 경로를 통해 버스정류장에 금방 당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운행대기도 아닌데, 버스대기시간 64분은 처음 보았다.
도고. 첫 만남이 쉽지 않구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어.
나의 종착지인 도고상사까지 가는 버스가 430, 450, 451번 버스인데, 출발정보가 뜨질 않는다.
모임시간이 2시, 지금은 12시 35분.
이제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처음 만난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버스가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를 발견했다.
12시 50분에 오는 451번 버스.
희망이 보였다.
택시를 불러야 하나, 하고 체념할 즈음에야 눈에 보이는 버스시간표는 내가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였다.
12시 50분이 지난 56분에서야 도착한 버스지만, 나는 그저 반갑기만 했다.
도고면으로 가나요 하고 재차 확인하는 나의 물음에도 버스기사님은 대답이 없으셨지만, 그럴 수도 있지.
간절하게 기다리던 버스가 그저 반가웠고, 카카오맵으로 경로를 확인해 보니 도고면으로 가는 버스가 틀림없었다.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버스 안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도고 상사 바로 앞에 버스가 정차했다.
신언 3리 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한 도고상사
담백한 외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나의 11박 12일을 함께할 낯선 이곳.
금색의 손잡이를 당기니 환한 내부가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반갑게 인사하는 웰컴키트.
선물은 항상 기분 좋은 것이다.
그렇게 생경한 장소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간단한 자기소개와 자연스러운 눈 맞춤의 시간.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명백한 모임.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은 내가 새삼 대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새 학기의 설렘이 느껴졌다.
낯선 환경에서 나를 소개하는 기분이란,
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 나를 온전하게 내보이는 일.
내가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내가 되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일회성 만남이 될지, 길고 긴 인연이 될지 모르는 사람들.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이 순간.
시골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청년사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올해가 3년째, 더 진행이 될지, 여기서 멈출지 확실하지 않다는 관계자의 전언.
부족한 인프라, 부족한 일자리, 재택근무로도 다양해진 직업군과 더불어 굳이 시골로 전향할 의지가 없는 청년들의 현재.
도시와 농촌 간의 조화를 위한 청년사업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 진행되는 취향살이 글쓰기 편과 같은 갈래로, 도고 취향살이 편지 편, 식물 편, 사진 편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걸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다행이지.
자기소개를 끝낸 후 간단하게 도고 돌아보기를 다 같이 했다.
노래방이 있는 성당, 이제는 열심히 일할 마음이 생겼다는 직원이 있는 코미디홀과 마주한 영웨이브 카페.
그곳에서 웰컴 드링크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시원하고 상큼하고 달달하다.
환영의 맛이 바로 이러한가.
그렇게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아침을 먹은 이후로 웰컴 드링크 하나로 버텼다.
오래 버텼다.
각지에서 모인 인원들도 점심식사를 거른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카카오톡 단톡방의 말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래서 도고에서의 첫날.
버섯 샤부샤부집.
한 끼를 거른 사람들의 보식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1번 한우 버섯 샤부샤부를 주문했다.
앉자마자 주문을 하니 제일 먼저 음식이 서빙되었다.
맑은 육수와 건강한 반찬들이 맛깔나게 나왔다.
반찬부터 건강한 맛이다.
반찬의 간이 심심하니 좋았다.
사장님 부부가 직접 기르는 버섯.
원산지가 확실한 식당은 드물다.
버섯이 테이블에 등장하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
사장님이 직접 생버섯을 손으로 잘게 잘라주신다.
앞접시에 놓아주시면서 금이버섯은 초장에, 그 외에 나오는 노루궁둥이버섯과 표고버섯, 은이버섯 등은 기름장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흔히 식탁에 오를 때 반찬이나, 국에 들어가는 보조재료역할을 했던 버섯이, 오늘 이 식탁에서만큼은 완벽한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한우는 금상첨화.
버섯에서 우러나는 진한 향이 진짜 보약을 먹는 기분.
지친 여행길에 위로를 주는 맛이었다.
생경한 장소에서 맞이하는 잠자리는 불면을 부른다.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나는 밥 먹을 때부터 졸렸지만, 샤워하고 조용한 침대에 뉘었는데도 쉬이 잠들지 못했다.
기대보다 멋진 사람들,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
내일이 설레는 밤과 폭신한 이불에도 잠은 나를 잠식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다가올 잠을 기다렸다.
눈을 뜨니 4시. 한 시간을 더 자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일어나자.
조용히 일어나 글을 쓸 준비에 돌입했다.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켜고 아직은 어둠에 담긴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울어대는 닭소리와 이미 깨어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
건강한 아침이다.
지금 이 공간.
503호에 나 혼자만 깨어있는 아주 귀한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중에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공간.
새삼 소중한 하루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람들의 기상이 기다려지고, 오늘의 일정에 설레는 아침이다.
문득 당신의 새벽도 궁금해지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