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가장 좋은 방법
충남 아산 도고에는 타자기 공방과 독립서점이 있어요
by
천둥벌거숭숭이
Oct 3. 2024
새벽 4시 기상이 익숙해져 버렸다.
3시부터 우는 닭들이 나의 모닝콜을 대신하고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하도다.
아침을 여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감사하다
.
잠은 줄었지만, 힘들지 않다.
오롯이 혼자인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이 어느덧 4일 차에 돌입했다.
첫날부터 선착순 자리선점이 시작되었다.
제비서재 방문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해야 할 것이 있다면 후딱 해버리는 성미는 어디 가지 못한다.
그렇게 2번째, 오전 일정을 예약하고 성공했다는 기분에 들떠있을 때.
예약한 날짜가 다가오면서 제비서재가 무엇인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인별그램을 찾아보니, 타자기 공방이었다.
주로 편지를 쓰는 공방.
혹은 아기자기하고 편한 공간에서 편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곳이구나.
방문하기 전날 밤부터 무얼 해야 할지, 어떤 글을 쓸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정하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제비공방에 도착했다.
제비서재 뒤에는 아름다운 포토존이 함께한다
제비서재
충남 아산시 도고면 아산만로 165-1
문이 잠겨있다.
혹시나 폰을 열어 확인해 보니, 조금 늦을 것 같다는
공방지기님의 톡이 훨씬 전부터 와 있었다.
혼자 설렌 마음에 폰 확인도 안 하고 일찍 온 것이다.
뭐 어때.
그렇다면 주위를 둘러보면서 기다리면 되지.
제비서재의 주위를 둘러보다가 뒤편의 철길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철길.
고즈넉한 평야와 나란히 걷는 철길과 파랗기만 한 하늘이 마치 그림 같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보면 진짜 그림이 있었다.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지만, 내 눈에는 크림트의 키스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림의 크기는 가장 작았지만, 그림을 덮고 있는 나뭇잎들의 풍성함이 마치 액자 안의 그림이 아니라, 벽과 나무, 잔디밭과 하늘. 이 모두가 그림의 배경으로 보였다.
커플이 함께 와도 좋고, 혼자서도 마음속에 낭만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좋은 시간을 보낸 후 곧바로 제비서재에 입성하게 되었다.
제비서재는 인스타, 네이버 예약제를 시행한다.
이용시간 1시간 45분.
1인 25,000원 2인 35,000원이다.
웰컴티와 편지발송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제비서재
낯선 공간이지만 편안함이 느껴진다.
안락하고 따스한 공간에 시작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친절하고 다정한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안락한 굴 같은 공간에 입성했다.
테이블에 놓인 타자기 2대.
그렇게 타자기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타자기 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전에 사용되었던 타자기.
공적인 문서 작성을 위해서는 타자기 사용이 필수였다.
모두가 보기 위한 공용문서에 악필이라도 섞여있다면, 그 문서의 이해는 어렵다.
직접 쓰는 것보다 힘이 덜 들지만, 틀리게 쓴다면 고치기 불편하다.
그리고 타자기 사용법이 따로 있으므로 숙지하고 해야 한다는 특이점도 있다.
하지만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도 수동식 타자기의 매력에 금방 흠뻑 빠지게 된다.
'칭'하는 소리가 마치, 다 구워진 오븐의 알람음 같이 느껴진다.
그 시절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마치 정겨웠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응답하라'시리즈 속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
타자기 사용법을 배우는 데에만 15분이 걸렸다.
배운 것을 얼른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받침이 있는 글자, 쌍자음, 칸 들여 쓰기와 줄 넘김 연습을 야무지게 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1시간 30분.
촉박하다.
주제는 정하고 왔지만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바로 타자기에 쓰니 어감이 영 좋지 않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타자 치는 재미.
강하지만 간결하게 두드려야 하는 타자기는 예민하고 둔하다.
이미 사랑하게 되어 버린걸.
마음에 들지 않지만, 타자기에 입력한 글은 지울 수가 없다.
한 번에 잘 해내야만 한다.
그리고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종일 있으래도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게 나는 편지 2통을 작성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제비서재는 놀이터다
편지를 완성했다고 말하면 사장님께서 편지봉투를 만들어주신다.
거기에 준비된 마스킹테이프와 스티커를 활용해 직접 꾸밀 수도 있다.
동심을 일으키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나 혹은 타인에게 쓴 편지를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배송을 해주신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편지.
사장님이 편지의 끈을 매어 주실 때 공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돋보인다.
이렇게 내가 모르는 사람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가 좋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나의 취향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둘 늘어만 간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언젠가 도착해 있을 제비서재에서 보낸 좋은 소식.
행복할 일이 더해진 특별한 오늘이 되었다.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였다.
도고에 오기 전부터 모든 식사는 외식해야지, 했던 나의 생각이 사람들로 인해서 사라졌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 주방에서 부지런히 조리를 한다.
요리에 재능이 없는 나는 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잔 심부름을 하며 조금씩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
역시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이 최고다.
한 끼를 먹어도 든든히 먹는다면 하루에 활력이 생긴다.
직접 만든 규동
가져온 밑반찬과 규동을 맛있게 먹는다.
한국인은 밥심. 귀중한 식사시간을 소중히 사용하는 방법에는 감사하게 밥을 먹는 것에 있다.
요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존경을 표한다.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기 무섭게 흘러간 시간을 확인한다.
정해진 일정이 있기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으면 곤란하다.
부랴부랴 치우고, 급하게 양치를 하고 다 같이 길을 나섰다.
오늘의 방문지는 바로 독립서점 모랭이 숲이다.
독립책방 모랭이숲
모랭이숲
충남 아산시 도고면 덕암산로 106-18
이곳이 서점인가.
도착하고도 믿을 수 없는 곳에 깜짝 놀랐다가, 모랭이 숲을 보고 이내 안도했다.
모녀가 함께 운영하는 독립책방으로 실제 사는 집의 일부가 책방이라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책 등이 아닌, 표지와 사장님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책 소개를 받을 수 있다.
공방소개시간이 있었다.
사장님의 책에 대한 관심이 공방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이곳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셨다.
충남 지역어로 모퉁이를 모랭이라고 해서 만들어진 충남의 이색 독립서점 모랭이 숲.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독립출판된 책들도 만날 수 있다.
직접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진(Zine)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책들과 진(Zine)의 모습
문득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도서관에 가고, 서점엘 간다.
직접 고를 때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누군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고 싶은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방문하면 좋은 곳이 독립서점이다.
배부를 때, 배고플 때, 계절이 지나는 것이 아쉬울 때, 심심할 때.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샘플북을 보고 구매를 원하면 새책을 내어주시니 갖고 싶은 사람은 망설임 없이 사장님께 요청하면 된다.
책방은 놀이터와 같다
책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다.
필사의 공간이 있어서 누군가가 쓴 글 다음에 내 글을 이어 쓸 수 있다.
담백한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읽게 된다.
2층으로 올라가니 예쁜 서재가 있었고, 질문일기라는 책이 있었다.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조용히 건네 볼 수 있는 책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 5가지의 질문에 내가 행복한 이유를 생각해 보고 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기쁨이 공존했다.
독립출판서적만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
숫자를 이용한 문자화로 웃을 수도 있었다.
흐흐.
재치와 좋은 생각들이 넘쳐흐르는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낸 책들.
모두의 놀이터 독립서점 모랭이숲
공간의 활용도가 돋보이는 집이자 서점이다.
곳곳에 책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방석과 쿠션들이 반기고 있고, 독립출판물이 모인 곳은 읽는 재미와 생각의 틀을 깨는 창작물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큐알코드가 있어 책을 들을 수 있는 책.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종이통장의 모양을 한 책.
껌에 들어있던 그림책을 차용하여 직접 만든 껌이지 책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대중적이지 않아도 좋아. 나는 나 좋은 것을 할래.라고 당당히 외치는 사람들의 맑음이 느껴져서 좋은 순간이었다.
모랭이 숲은 예약제로 운영이 된다.
평일 2시간 30분, 토요일 2시간.
1인 15,000원에 추가 인원당 5,000원의 추가금이 붙는다.
2명이 가면 20,000원. 4명이 가면 30,000원인 셈이다.
총 8명까지 받고 있으며, 회의를 위한 공간대여도 가능하다고 한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조용히 책을 보고 싶을 때, 혹은 글을 쓰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을 장소다.
예쁜 장소를 활용도 있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인스타, 네이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화로도 가능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갑자기 내리는 비가 아쉬움을 대신 전달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장소다.
오늘은 총 2곳을 방문했다.
오전에 간 곳은 오롯이 나 혼자 타자기를 치면서 흥이 났었고, 오후에는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
앞으로 내가 지향해야 하고 완성해 내야 하는 모습들을 미래로 가서 보고 온 기분이다.
하루종일 글에 취해있었다.
세종대왕님이 참 좋아할 장소와 사람들이다.
백성들을 어엿비 여기어 만든 한글이라는 글자를 어떻게 사용하고 지켜왔는지를 확인한 순간이다.
한글의 위대함은 타자기로, 읽기 쉬운 창조글로 증명한다.
아름답고 훌륭한 한글을 이용해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정말 좋은 하루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 내가 가진 체력을 전부 소진해 버렸다.
피곤하지만 쉴 수 없었고, 그만큼 더 설레고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내 안의 욕심과 욕망이 들끓었던 하루다.
그리고 내일의 닭
울음
소리와 안녕하기 위해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감기는 눈을 겨우 뜨고 잠자리로 향하는 순간에도 생각이 일렁인다.
당신에게도 그러한 장소가 있으신지.
밤을 새우고도 달려가게 만드는 힐링장소가 있는지 궁금함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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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도고 취향살이 나를알다
02
일정이 어긋나도 괜찮아 용궁댁이 있잖아
03
맛있는 식사는 여행의 기억을 아름답게 만든다
04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가장 좋은 방법
05
365일 꽃이 피는 곳
06
도고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충남 아산 도고 취향살이 나를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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