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세계꽃식물원과 그냥 중국집
아주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누적된 피로가 폭발한 것이다.
전날 저녁부터 코끼리용 마취총을 맞은 사람처럼 몽롱한 밤을 보냈다.
덕분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잘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구나.
새삼 온전하고 깊은 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다.
그렇게 몸에 익은 아침일과를 마무리하고 앉아서 쉬고 있을 때, 사람들이 천천히 방문을 나섰다.
3일이 고비인가 보다.
제일 늦은 기상시간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다들 눈이 초롱초롱한 것을 보니, 간밤에 피로를 밤에게 나누어 주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지난번에 못 간 세계꽃식물원에 가는 날이다.
늘 처음이 어렵고 그 다음은 쉽다.
처음에 갈 땐 조금 멀게만 느껴졌던 식물원 가는 길이 이번에는 짧게만 느껴졌다.
이것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인 것 같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마감은 영업종료 1시간 전까지.
하계 비수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7월부터 9월까지는 화요일, 수요일이 휴무다.
넓은 주차장이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한 배려로 느껴진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장료가 식물을 구매하는 쿠폰으로 변신하는 재미있는 곳이 된다.
화훼농업 활성화를 위한 쿠폰으로 식물을 포함해서 화분과 분갈이까지 같이 한다면 입장료를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던 부처님의 이야기를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푸르른 나무가 입구부터 그 웅장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도 이곳을 돌아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커다란 보리수나무를 지나면 짙은 녹색의 드럼통과 덩굴식물의 조화가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길이 직선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눈의 편안함,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식물원을 가로지르는 길 사이에 있는 수경식물과 덩굴식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고니인지, 두루미인지.
당장이라도 한 발 앞으로 걸음을 걸을 듯한 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무바닥을 토닥토닥 걸으며 바라보는 숲의 모습이 좋다.
온실 속을 걸어 다녀서 덥지만, 더운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호기심이 동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식물원 안에도 무인 자판기가 있었다.
다만 수동이다.
어릴 때 했던 금붕어 밥 주기가 생각이 난다.
수조 안에서 잉어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동양에서 길(吉)한 영물로 여겨지는 잉어는 몸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효엄이 있다.
잘생긴 외모에 거센 물살을 가로지르는 강한 힘을 가진 민물고기 중에서도 힘이 좋은 편에 속하는 잉어는, 꿈에 나오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속설이 많다.
오늘밤 내 꿈에도 나와 주면 좋겠다.
식물원 곳곳이 재미 투성이다.
흙에 기대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
매일이 즐거울 것 같은 개구리 친구들의 악기 연주하는 모습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그 앞에 형형색색 밝고 신기한 모양의 꽃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저절로 즐거운 기분이 나에게도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만난 킹벤자민 고무나무.
8m의 커다란 고무나무를 식물원에서 만날 수 있다.
설명을 찬찬히 읽다가 가격이 1억이라는 문구를 보니 더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된다.
코끼리 다리 같아 보이는 고무나무에 괜스레 손바닥을 대어 본다.
1억의 기운이 나에게도 오소서.
나무 높이가 8 미터면 식물원은 얼마나 크고 높은 걸까.
식물을 사랑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커다란 울림으로 오고 있었다.
흐리게 보아도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스트렙토칼펠라 삭소럼 꽃이 피어있는 숲의 벤치다.
연보랏빛 꽃잎들이 창창하게 피어있고 소박하지만 단단한 원목 의자가 운치를 더한다.
따뜻한 온실 속에서 오는 포근함과 은은히 풍겨오는 꽃향기가 기분을 맑게 한다.
한 선인장의 모습이 독특하다.
마치 털 이불 같기도 하고, 침팬지가 앉은 것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그 바로 옆에는 짱구 만화에 나오는 선인장 괴물같이 커다란 선인장의 모습이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에 후다닥 앞을 지나쳐갔다.
선인장이 크면 무섭다.
예전에 진짜 예식장으로 이용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대로 두어서 관리하는 모습도 신기했다.
식물원 보다가 갑자기 예식장을 만난 기분이 오묘하다.
이렇게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고 또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니 이 또한 좋은 것이리라.
점점 더워지는 것 같은 실내를 계속해서 걷다 보니 몸이 금방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만난 원숭이 친구들이 귀엽다.
너도 지쳤구나.
바나나 나무 앞에서 바나나를 까먹는 친구 1, 지쳐서 눈감고 앉아있는 친구 2, 터덜터덜 걷다가 그냥 앉아서 멍 때리는 친구 3.
그 사이에 앉아 나도 친구 2에게 기대어 본다.
꿀맛 같은 휴식이다.
이렇게 한참 식물원을 돌아다보면 어느새 직접 구매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리아프 가든 센터가 나온다.
화훼 농원의 모습이다.
모종에서 정성을 들여 기르면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모습으로 변신한다.
딱 키우기 좋을 시기의 식물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식물원 입구에서 구매한 입장권이 식물구매 쿠폰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식용으로도 쓰이는 바질, 귀여운 커피나무, 하트모양이 사랑스러운 다육이까지.
직접 길러보고 싶은 식물들이 많았지만, 집으로 들여온 식물들이 죽는 것을 많이 보았던 나는 나의 쿠폰을 옆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버려지는 것보다 가치 있는 곳에 사용되는 것이 좋다.
바질과 국화꽃을 사는 사람들을 보았다.
부지런하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아침을 거르고 식물원을 보는 것은 좋지만 힘들다.
푸르른 생명력의 기운이 나에게로 흘러들어왔지만 배는 고프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배고픔을 외치니, 짜장면 먹고 싶다는 소리가 나왔고, 망설임 없이 중국집으로 향했다.
가려는 가게 이름을 물으니, 그냥 중국집이라고 한다.
가게명이 간단하기 그지없다.
이름에서부터 맛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온천과 함께하는 중국집이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요즘은 드문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좌식 식당이다.
오래된 맛집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사람들로 가득한 중국집에는 다행히 우리의 자리가 남아있었다.
메뉴판조차도 간단하게 현수막으로 걸려있다.
나는 그중에서 매운 짜장면으로 시켰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음식 나오는 시간이 천금처럼 느껴진다.
간짜장도 아닌데, 짜장이 따로 나온다.
양념을 살짝 맛보니, 먹자마자 맵다.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아도 맵고 달달한 짜장면이라니, 좋다.
쫄깃한 면에 부어먹으니 첫 입에 행복하다.
인생사 별거 없다. 맛있으면 최고다.
같이 온 일행들은 대부분 짜장면을 먹었지만,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 짬뽕과 짬뽕밥, 표고버섯 덮밥이 추가되었다.
짬뽕은 맛이 없었다는 평이 있었고, 표고버섯 덮밥은 맛있지만 매운 듯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도 다 먹는 일행의 모습으로 그 맛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본능에 충실하다.
배부르니 눕고 싶다.
모두가 한 마음이다.
그래서 급히 일정을 조정해 지난 일주일간의 소감발표시간을 바로 가졌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정을 수행했는데도 각기 다른 소감이 나오는 것은,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번주는 그동안 내 삶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었고, 설렘이었다.
낯선 것에서 오는 용기와 진솔함이 나타난 일주일이었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은 유쾌하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신난다.
어제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숙소에서 쉴 생각을 하니 좋은 것이다.
전날 침대에 몸을 누인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하루종일 몸이 개운하다.
오늘 밤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
낯선 환경에서도, 생각이 많은 밤에도 잠은 자야 한다.
오늘 밤 꿈에 건강한 잉어가 나와 좋은 일을 가져다주면 좋겠다.
당신에게도 좋은 꿈 꾸는 아름다운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