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문경의 1박 2일 여행 코스 짜기
유난히 안개가 짙은 아침이다.
여행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면 언제나 짙은 안개를 만나곤 했다.
이 정도면 날씨요정일지도.
짙은 안개는 아주 서서히 걷혔고, 구름에 덮여있던 하늘은 어느새 말간 얼굴을 환하게 비칠 뿐이다.
문경에 온 첫날과 같이, 가기 전날에 환한 문경의 해를 보여주고 있었다.
완벽한 수미상관이다.
그것을 위한 걸까.
오늘은 문경에서의 여행을 바탕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1박 2일 여행 추천 코스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날이다. 내가 문경에 와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들을 추려본다.
짧은 등산 후에 맛보는 짜릿한 경관은 잊을 수 없는 감명을 주었다. 중국의 장가계를 보러 가는 사람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문경의 봉명산 출렁다리. 상시 개방되어 있는 이곳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천혜의 전경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 온천 족욕 체험장. 물론 부산에도 족욕 체험장은 있다. 하지만 짧은 등산 후에 맛보는 족욕의 맛은 또 다르다. 무뚝뚝해 보여도 사람들에게 쾌적한 족욕이용을 위해 신경 써주시는 관리인 아저씨, 빨갛게 익을 만큼 뜨거운 물의 온도.
조금만 견디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 등산의 피로도는 어느새 날아가고 아름다운 장면만이 나를 채움을 느낀다. 몰랐던 문경을 이해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던 액티비티, 패러글라이딩과 ATV 산악바이크를 빼놓을 수 없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1톤 트럭을 타고 활공장 가는 드라이빙조차 액티비티였다. 놀이공원에 갈 필요가 없이 도파민이 미친 듯이 샘솟는 곳이다. 높디높은 산들이 주변을 감싸고, 너른 들판에 푸른 잔디는 알프스를 연상한다. 그 위를 나는 것은 상상이상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단 10분의 비행이지만, 나는 하늘을 날았고, 산 너머 구름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한눈에 담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이상의 액티비티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다음에 타게 된 ATV 산악바이크는 패러글라이딩과는 결이 다른 도파민을 생성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해방감과 짜릿함, 평소에는 걷고 운전하기 힘든 돌길을 시원스레 밟고 나아가는 기분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전날 내린 비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그대로 밟고 지나가는 기분은 짱구의 비옷 입고 물웅덩이 밟기 그 보다 더 좋을 것이다.
매일매일 해도 계속 즐거울 것 같은 ATV는 문경에 또 오고 싶은 나의 첫 픽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성취감으로 가득 채워주었던 주흘산 등산도 추천 코스다.
그동안 등산을 꽤 했다고 생각했지만, 주흘산은 정말 쉽지 않은 산이었다.
높기도 높지만, 돌과 계단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그리고 악명 높은 903 계단은 가뜩이나 힘이 빠진 다리를 더욱더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다리가 힘들면 손을 이용하면 된다. 두 손으로 울타리를 잡으며 한 발 한 발 힘겹게 앞으로 나갔다.
10보 전진, 1분 휴식을 시행하며 겨우겨우 도착한 주흘산의 주봉은 황홀경을 선사했다. 올라올 때 힘들었던 것을 바람이, 구름이 훌쩍 가져가 버린다. 학창 시절 한국지리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아스라이, 보다 선명히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의 지형은 산맥이 주를 이루고 이와 조화롭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어지는 산맥의 안쪽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산의 보호 속에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영상으로만 보던 이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는 기분은, 왜 힘든 등산을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절경을 선사한다.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든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주흘산은 특히나 가파르고 발 디딜 곳이 없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곳이다. 힘들어도 산에서 아래로 흐르는 조령천 위에 놓은 돌다리를 건널 수 있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기대어 잠시 쉬어가도 좋은 달콤한 휴식도 맛보게 된다.
주흘산의 지형에서 형성된 돌은 쌓기가 수월하다. 이 특색을 이용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야생화와 함께 만든 꽃밭 서덜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염원은 이렇게 간절하고, 그 간절함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몸은 지치지만,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산이다.
문경에 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문경새재가 그곳이다.
문경하면 떠오르는 문경새재.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반드시 들렀던 곳, 최단거리이기도 하지만, 경사스러운 소식을 안겨주는 문경새재에 들르는 것은, 기쁜 소식을 가져가기 위해 들렀던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맨발로 걸어도 좋고, 걷기가 힘들다면 전동차를 타고 2 관문까지 갈 수도 있다. 각 관문의 곁에는 우리에게 큰 힘을 주는, 맛있는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휴게소가 있다. 산채전과 함께 먹는 만복 막걸리가 일품이다.
문경새재를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가기 때문에 문경새재는 다음날 또 와야 한다.
아직 문경생태미로공원과 옛길박물관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밤에 걷는 문경새재도 운치 있고 아름답다.
한 번만 보아서는 문경새재를 보고 왔다고 할 수 없다.
문경새재는 최소 3번은 와야 다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문경새재를 2주간 4번 방문하였다.
문경에는 역사를 기리는 인물 기념관이 꽤 있다. 그중에서 내가 들른 곳은 박열 기념관과 운강 이강년 기념관이다.
박열 기념관에는 그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의 묘와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려웠던 시절에 태어나 갖은 핍박 속에서도 강건함을 잃지 않았던 박열의 이야기. 재일교포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처절하게 살았던 가네코 후미코는 제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국가는 자신을 지켜내지도, 보호하지 못했다. 진정한 아나키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던 가네코 후미코는 짧은 생애를 살았고, 그가 남긴 글 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박열은 22년 2개월의 수감생활을 하고 한국에서 재가하여 자식까지 두고 잘 살았지만, 한국전쟁시기 북으로 끌려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게 된다. 이런 기구한 그의 삶을 박열 기념관에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런 강직함을 나도 가질 수 있을까.
운강 이강년 또한 비범한 사람이었다.
무관 출신으로 의병장에 섰던 이강년. 그는 어지러웠던 나라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의병들의 수장이 되어 일제에 많은 타격을 입혔다. 수적으로나, 가지고 있는 무기로 일제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열악했지만, 그의 전술은 그 속에서도 빛이 났다. 게릴라전. 복잡한 한반도의 지형을 이용하면서, 우리 민족의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강인한 인내를 그들에게 과감히 보여주었다.
민초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당시의 정부는 일제의 손아귀에 놓여있었고, 그로 인해 사형 판결을 받고 만다. 1908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처형당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았고 이렇게 그를 기리는 기념관을 만들었다. 난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굳건한 사람들이 있어 지금이 존재하는 것이다.
문경에 있는 기념관은 전시내용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천천히 보는 재미,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특히 좋았던 곳은 바로 문경새재에 위치한 옛길 박물관이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 많은 이들이 오고 갔던 옛길의 이야기를 담은 곳이다.
영남대로의 중심에 있고, 아주 옛날부터 기쁜 소식을 주는 길로 정평이 나 있었다.
문경 지역에서 출토된 그 시절의 복식과 문화를 담은 서적을 소장하고 있다.
문경새재를 지나다니던 선비들의 배낭에는 학생이라면 응당 지니고 다녀야 할 필기구들이 들어 있었다.
손바닥 안에 놓을 수 있는 벼루, 작은 붓, 연적과 먹물 담는 통, 한 손에 들어오는 서적들은, 옛 시절에도 학구열은 대단했구나를 알 수 있다. 또한 작은 미니어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참 몽글몽글 해진다.
희망을 가지고 문경새재를 오고 갔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떨어져도 이 길을 그대로 돌아와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지금 안 되었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다시 희망을 품고 돌아오는 사람들, 혹은 걷다 보니 다른 것이 적성에 맞아 보부상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사는 언제나 예측불가하고, 각자의 최선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옛길박물관은 문경새재 입구에 있어 관람객들이 꽤 있는 편이다. 볼만한 이야기들이 많으니 꼭 한번 들르시기를 추천한다.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볼거리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서 먹는 음식이 맛이 없으면 하루의 기분이 망가진다. 그래서 우리에게 맛집은 언제나 가장 중요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묘미가 된다.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던 곳은 영신숲 바로 앞에 위치한 햄버거집 [올무]. 여기서 먹는 치즈버거(8,500원)의 맛이 일품이다. 감자튀김을 시키면 주는 느끼하고 달달한 소스가 킥이다. 또한 영신 숲은 프로방스를 생각나게 하는 여유로움이 풍기는 장소이니, 햄버거와 함께한다면 유럽의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좋았던 점촌에 위치한 [남부떡볶이]. 특별한 맛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익숙함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학창 시절에 먹던 그 떡볶이(5,000원) 맛을, 처음 오는 문경에서 맛보는 기분은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여기서 먹는 어묵국물의 감칠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떡볶이와 어묵국물은 떼놓을 수 없는 환상의 콤비다. 어르신들도 많이 찾는 곳이니, 점촌에 가신다면 꼭 들러보기를 적극 추천!
여기까지 어린이 입맛인 내 취향의 맛집이었고, 좀 더 대중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식점들이 또 있다.
[채가네 들깨국수]. 들깨 칼국수 정식(10,000원)을 시키면 보리밥과 보쌈, 들깨칼국수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새로 담근 김치의 아삭함과 고소한 들깨칼국수의 조화는, 아는 사람이라면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재미를 추구한다면 단연 채가네 들깨국수를 가야 한다.
다음은 [만리장성 아구찜]의 산초두부이다. 가게명이 중국집이 생각나는 아귀찜집이지만, 모두들 산초두부를 먹는다. 산초 두부찌개에 사장님이 직접 만든 반찬들이 일품이다. 1인분에 12,000원이다.
언제나 사람이 많고, 찌개를 끓이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방문 1시간 전에 전화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산초두부찌개에 들어가는 고기의 질이 좋고, 건강한 두부의 맛이 일품이다. 산초가 들어간 두부찌개의 국물 맛이 참 좋다. 뜨겁고 매운맛이 구미를 당기고, 두부의 든든함이 배를 채운다.
문경에 오면 꼭 돈가스를 먹어야 한다. 돈가스의 맛집 문경.
그중에 추천할 만한 곳이 바로 [미성]이다.
미성에 가면 당연히 시켜야 하는 메뉴가 바로 망치돈가스다. 피망과 치즈가 들어간 돈가스.
치즈의 맛이 일품이다. 돈가스를 반 갈랐을 때 흐르듯이 쏟아져 나오는 치즈가 돈가스의 맛을 한껏 살린다.
진한 수프와 풍족하게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는 먹는 사람의 기분을 흐뭇하게 만들고, 치즈가 들어간 돈가스의 느끼함을 피망이 풀어주는 신기한 맛이다. 후식 음료까지 가격에 포함되어 깔끔한 마무리가 되는 곳이다.
물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평소 식사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가시기를 추천한다.
또한 내가 방문한 문경의 9월은 행사의 계절이다.
새콤한 맛이 일품이며 몸에도 좋은 [문경오미자축제], 문경에 사는 도예가들에 만들어낸 달항아리 전시. [문경의 달], 2025 문경 청년 문화 주간 [While We Walk]에 가서 우리의 가이드 진진님의 전시도 볼 수 있었다. 밤의 옛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던 [문경 달항아리 야행]까지. 문화가 꽃피는 도시 문경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문화 향유의 절정은 단연 문경출신 재즈가수 웅산의 [All That Jazz]였다. 명성이 자자한 웅상의 공연을 처음 듣고 완전히 푹 빠지게 되었다. 이미 재즈가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음악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그의 능력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가요, 재즈, 판소리 등등, 장르를 넘나드는 라이브 실력에 그저 눈과 귀를 맡길 뿐이다. 공부는 자기가 할 테니 그저 듣기만 해 달라는 웅상님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들이 꽤 많았다. 가수보다 연주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재즈의 합주가 아름답다.
키보드, 피아노, 기타, 콘트라베이스, 베이스, 드럼, 색소폰에 대금까지. 모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지만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하는 완벽한 공연이었다. 게스트로 나온 금연한 김장훈 아저씨까지 유쾌함을 선사한다.
기쁜 소식, 경사로운 일들이 항상 있는 문희경서의 도시. 문경에서의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느껴졌다.
급변하는 날씨에 유동적으로 변하는 스케줄이 곤혹스러울 법도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영신 숲을 걷기 위해 찾았지만, 갑자기 내리는 폭우로 인해 느낌 좋은 카페를 가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혼자 돈가스를 먹으려고 했지만,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내 말을 스쳐 듣지 않으신 가이드님과 함께 한 떡볶이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맛이 좋았다. 혼자 가서는 못 먹을 풍성한 메뉴를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
함께해도 좋고, 혼자 천천히 즐겨도 좋을 문경에서의 2주일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문경을 즐기기에 1박 2일은 너무도 짧다.
여행 추천 코스를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문경은 문경새재 밖에 몰랐지만, 생각보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행 코스에 문경새재를 다 넣은 것이 웃프기도 하다.
짧은 코스라면 당연히 넣어야 하는 추천 여행지. 문경새재.
그리고 또 와야 하는 문경에서는 테마를 잡고 새롭게 여행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약돌한우, 약돌돼지고기 맛집 찾기, 박물관 투어, 문경사과 맛집을 찾아서, 오미자로 만든 술맛의 정점 찾기, 다도체험과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 판매점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입이 즐겁고, 눈이 호강하고, 몸이 쾌재를 부르는 문경에 와야 하는 이유가 무궁무진하다.
이제 곧 안녕하게 되는 문경에 안녕하고 다시 오는 그날까지, 그리워하고 또 보고 싶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