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솔로몬로파크에서 법과 가까워지다
쉬는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실제보다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꿀맛 같은 쉼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대부분의 박물관과 도서관, 기념관들의 휴일이지만, 이곳 솔로몬로파크만은 쉬지 않는다.
나의 귀한 휴일을 소중하게 보내기 위해 선정한 장소가 마음에 꼭 든다.
뚜벅이가 찾아가기에 꽤 힘듦이 있는 길이다.
구포시장을 지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고, 구포 어린이 교통공원을 가로질러 잘 만들어진 데크길의 끝에서 만날 수 있다.
힘들게 올라간 만큼 멋진 경관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진실의 여신상.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재기 위한 저울과 공정함을 위한 눈가리개, 그리고 단호한 처벌을 위한 단검까지.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서로 간의 약속.
우리는 그것을 '법'이라 칭한다.
법세움터는 법에 대한 의미와 존재이유, 그리고 어떤 절차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직접 체험하면서 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정치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가 선택한 정치체계는 삼권분립이다.
입법, 행정, 사법부의 독립.
먼저 만나 볼 곳은 입법(국회)과 행정(정부)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뽑은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를 하는 장면을 요즘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치라 함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처럼 느껴졌지만, 직접 바라본 국무회의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었다.
시민대표, 기업대표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국무위원들이 진땀 빼는 모습은 선거철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에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지만, 수용가능한 범위까지 협의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약속하는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국가의 녹(祿)을 받고 있는 사람의 태도가 국가를 믿고 세금을 내는 사람의 마음과 같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주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이 명문화되어 있다.
'권력'이라는 단어가 가지기 힘든 그들만의 언어가 아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라는 뜻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한민국에 태어난 우리는 이미 정해진 약속을 지켜야 하는 사이의 관계다.
나를 지키기 위한 약속, 스스로의 양심을 배반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약속이 바로 법이다.
방문하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지급되는 기회.
법무부 부산솔로몬로파크에서 인증한 여권에 가고 싶은 나라의 도장을 찍어본다.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영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과 미국, 그리고 타이.
10년 만기로 발급한 여권은 아직 깨끗한 상태이지만, 세계화 시대를 몸소 느끼고 체험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보다 나의 견문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다.
음주에 대한 각 나라별 처벌 규정이 흥미롭다.
노르웨이는 2회 위반 시 평생 면허 취소. 강력하다. 단 한 번의 기회만 주는 노르웨이에서 음주 운전하는 사람은 바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튀르키예.
3회 위반 시 5년간 면허정지 및 벌금형 약 51만 원과 정신과 치료(음주운전 3번은 정신병자로 봄).
음주운전자를 순찰차에 태워 30km 떨어진 지점에 가서 내려준 뒤 걸어서 귀가하도록 조치.
꼼수 따위 봐주지 않는 처벌과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환자취급하는 마음은 음주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정립하게 만든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주에 대한 인식을 강한 처벌로 할 때 음주사고를 미연에 확실히 방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는 있다.
아직 대한민국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미비하다는 것을 느끼는 비교군이 된다.
음주 운전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과 같이, 함께 술을 마신 사람과 판매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일본에서는 술 마신 사람을 알아서 안전하게 귀가하게 만드는 문화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알지 못했던 다른 나라의 법까지 재미있게 알 수 있어 좋은 순간이다.
아직 과학이 급진적으로 발달하기 전에도 사람들이 공정한 판결을 위해 노력한 기록이 존재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판결의 최선이다.
사람이 죽은 후에 상처를 내는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 상처부위가 금세 사라진다는 사실.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독에 대한 연구는 은의 활용과 동물 실험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들을 하나둘 쌓아 올리며 법과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다.
피의자를 지켜주는 법도 있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이 유리한 방향으로 보는 것이 맞다.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체포 시 발언이 법원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과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본인이 여의치 않는다면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피의자 심문할 때 변호인을 동석할 수 있다고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구속 체포 후에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구치소 수감되기도 한다. 이때부터 시작된 피의자의 생활은 자신을 잃는 것이다.
이름을 잃고 번호가 주어지며, 미결수부터 판결 후 기결수, 환자, 모범수와 외부통근자의 신분이 의복으로 결정된다.
자유를 잃고 교화하는 것, 스스로 깨닫고 진정으로 용서를 비는 것.
다시는 범법행위를 일으키지 않고 질서와 약속을 지키기를 바라는 사회의 약속이 바로 교정시설 수용이다.
강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해자를 피해 전으로 만들 수 없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성인이 되면 당연히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선거다.
제 손으로 뽑는 나를 대표하는 사람들.
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선출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직 선거권이 없는 아이들에게도 선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재미있다.
다수결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대표를 뽑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사실과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직접 출마자가 되어 준비된 단상에 서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고 인증샷도 남길 수 있다.
실제 선거장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마음껏 누린다.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와 임원선거에 항상 출마했지만 매번 낙방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 각 학기마다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기억은 언제나 당당한 '나'로 남아있다.
친구들에게 믿음을 주지는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이 지금도 곁에 있는 것을 보면 대표자보다는 함께 하는 일원으로서의 내 역할이 나에게 딱 맞는 듯하다.
헌법에 적시되어있지 않아도 지켜져야 하는 기본권에 대한 이야기.
함부로 남의 초상권과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되고, 부모의 권리가 중요하지만 아이의 행복권도 중요하다.
가장 최근의 예로 들 수 있는 사건.
4년 만에 완전체 앨범을 발표하고 첫 공연을 진행한 장소가 바로 광화문이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청년들의 공연을 위해 시민의 자유를 통제한 문제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된다.
권리와 배려, 자유와 질서는 공존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이태원 대참사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수요 예측에 실패한 자영업자들과 공연날 인근에서 예식을 진행했던 신혼부부들을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모두를 만족시킬 법은 가능한 것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선과 악, 그리고 옳고 그름.
누구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다른 이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의 어제가 오늘을 만들고, 오늘의 내가 내일을 기대한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은 대한국민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현명한 판결을 내렸던 솔로몬이 우리 안에 있다.
법치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태양과 공기 같은 법을 두려워하고 부모처럼 지켜내야 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솔로몬로파크에서 한층 가까워진 법이 꽤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나를 깨닫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