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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Apr 01. 2024

다만 나는 단 걸 먹고자 했을 뿐

발목을 접질린다는 것은 나에겐 일상적인 일이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그런 하루였다.

조금 특별한 것은 벚꽃이 절정으로 피는 주말이라 도로에 차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거?!

도로 위에 차가 많으면 유독 집중해서 운전을 하는 편이다.

차가 많은데 속도가 빠른 것만큼 무서운 순간이 없다.

평소 56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81분이 소요된 것을 보면 확실히 차가 많았다.

집중해서 운전을 하면 차에서 내릴 때는 완전히 기진맥진한다.

누워서 체력을 곧 회복하고 또 나와버렸다.

난 참 걷는 것을 좋아한다.

벚꽃이 활짝 피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벚나무 윗부분 꽃잎들이 이미 떨어져서 조금 빈해 보인다는 거.

그래도 어떠한가.

휘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꽃눈을 맞는 기분은 확실히 봄이었다.

오늘의 종착지는 도서관이었다.

목표가 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

총 817page의 책을 손에 넣으니 기분이 좋았다.

자리에 차분히 앉아서 읽다가 머릿속에서 단 것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갑자기 단거 생각하니까 몹시 당겼다.

앉은 지 10분 만에 바로 도서관을 나섰다.

예전에 구매한 메가커피의 [쇼콜라 딸기라테 프라페] 쿠폰의 사용기한이 4월 20일이었다.

그렇지 오늘은 이거다.

룰루랄라. 가방에 든 책이 무거운 것도 잊고 뛰듯이 걸어서 순식간에 메가커피 앞에 당도했다.

키오스크 앞에는 모녀가 서 있었다.

주문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괜찮았다. 나는 곧 단것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 차례가 왔고 메뉴를 고르고 쿠폰사용을 했다.

쿠폰이 2개가 있어서 결제를 하면서 확인을 하는데, 이때 내가 실수를 했다.

결제를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아래를 보지 않고 폰 화면을 보면서 내려온 것이다.

그러다 발목을 접질려서 그대로 땅으로 고꾸라졌다.

일단 너무 놀랐다.

옆에 있던 모녀도 놀라서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쪽팔림보다 아픔이 컸다.

부러진 건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아팠다.

3분가량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있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음료를 받았다.

발목과 맞바꾼 쇼콜라 어쩌고 단거

맛있다.

차근히 스텝을 밟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발목은 시큰거렸지만, 딸기 과육의 상큼함과 초코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이었다.

곧 더 아프겠지만, 단 거를 먹는 순간만큼은 즐겨야 한다.

다행히 바로 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단 것을 다 먹고 나니 발목 걱정이 되었다.

평소에 발목을 잘 접질렸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약국을 찾았다.

주말이라 문을 연 약국이 없었다.

그래서 다이소로 가서 발목보호대를 구매했다.

절뚝거리면서 다이소를 다녔는데, 직원들이 나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저 사람 지금 이상이 있다.

발목보호대를 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보니 발목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상태가 꽤나 심각한 것 같았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단 것에 마취된 내 뇌가 다시 평소의 상태로 돌아왔고, 발목은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었다.

곧 많이 아프겠구나.

바로 아빠에게 호출을 해서 바로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압박붕대로 세게 감고 그 위에 발목보호대를 감는다.

심장보다 높게 올려서 고정하고 냉찜질을 계속했다.

약간의 도움만 요청하고 내가 알아서 다 했다.

경험한 자는 요령이 있기 때문에 재빠른 처치가 가능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발목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발목 위로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발목뼈가 부러지면 발목이 순식간에 2배로 붓는다.

그 지역 정형외과로 갔지만, 성장판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받아주지 않았다.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키가 여기서 더 자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부산 백병원으로 갔다.

그때도 주말이라 바로 수술이 가능하지 않아 월요일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병상도 없어서 이틀을 응급실에서 있었다.

처음 간 응급실은 정말 요지경이었다.

내 바로 앞 침대에는 친구들끼리의 싸움을 말리다가 잘못 맞아서 실명된 사람이 누워있었다.

뉴스에서 봤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다.

수술 전 뼈를 한 번 맞춰보고 수술 들어가자는 의사의 권유에 분쇄골절이 된 발목을 붙잡고 성인 3명이 내 발목뼈를 비틀 때의 고통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없다.

그리고 수술은 잘 되었고, 2달간 깁스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는 발목을 잘 접질렸다.

왼쪽 발목을 수술했고,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은 자주 부었다.

수술은 잘되었는지 다행히 수술 이후에도 10cm가 더 컸다.

중간에 검도를 배웠는데, 성장기 친구들에게 검도라는 운동 추천한다.

검도는 팔운동만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운동 시작 전에 줄넘기 3000회가 기본인 발 중심의 운동이다.


다음날 반드시 운전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자가치료에 집중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화장실 갈 때는 사족보행을 했다.

잘 때는 압박붕대를 느슨하게 풀어서 다시 감고, 베개 2개를 발목 밑에 두고 잤다.

인대가 늘어난 다음날의 발목상태

처치가 괜찮았나 보다.

발목은 생각보다 많이 붓지 않았지만, 압박붕대를 감지 않은 발가락이나 다리 부분이 부어올랐다.

그리고 멍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 90도로 꺾였구나. 그래도 뼈 안 다친 게 어디인가.

요즘 많이 걸어 다녀서 좀 쉬라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다시 근육통 있을 때 바르는 겔을 발목 전체에 도포하고 압박붕대를 강하게 감았다.

또 다행인 일이 왼쪽 발을 다쳐서 오른쪽 발로 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땀이 쏟아졌다.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나니 엄청난 성취감이 올라왔다.

발목에 통증이 있어서 집 안에서는 사족보행을 했다.

내일 병원은 어떻게 가지 하는 걱정이 잠시 들었다.

걱정은 미리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내 일이다.

잊을만하면 냉찜질을 해서 부기를 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발목 인대가 늘어난 이틀차

압박붕대를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냉찜질을 야무지게 했더니, 발의 붓기가 많이 사라졌다.

멍은 진해졌지만, 나아가는 과정이니까 다행이었다.

오늘은 압박붕대를 감고 집 안에서 도보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아 이 정도면 병원을 안 가도 되겠는데?

어제는 어떻게 병원에 가지 고민을 할 수준이었다면, 오늘은 병원을 안 가도 될 정도의 차도라니.

문제가 발생하면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 거 하나 먹다가 이런 결과를 맞이하다니.

또 먹기 위해 오늘 쿠폰을 하나 더 구매를 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그게 나란 사람이지. 암 그렇지.

합법적인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서 마음이 더 여유로운 것 같다.

다친 김에 앉아서 쉬는 거지.

참 다행인 일이었다.

내가 다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빨리 처치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부드럽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 중이다.

더 단단해져야 할 텐데 내 발목은 자주 삐끗한다.

다시 한번 더 마음에 새긴다.

계단을 내려갈 때나, 길을 걸을 때는 반드시 앞을 보던지, 아래를 내려다보고 걸어야 한다는 것.

꼭 이렇게 다쳐야 마음에 새기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더 큰 일을 예방했다고 하자.

다 내 맘 편하자고 하는 소리.

이렇게 나의 봄은 강렬하게 지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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