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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l 17. 2024

장마철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은

더위도, 비도, 해운대를 가고자 하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다.

아침부터 들들 볶인다.

내 하루가 온전히 나의 하루로 보내기 쉽지 않다는 신호다.

오늘은 해운대에 가야 한다.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본인을 닮은 수국이 보고 싶나 보다.

해운대 송림공원에 피어난 수국을 보여주기 위해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습기가 가득하면 밖에 나가기가 주저하게 된다.

크게 숨을 쉬고 문을 나선다.

보다 한산해보이는 해운대 해수욕장 모습

해운대 해수욕장 입구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다녀왔다는 발도장 찍기에 입구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

7월 1일 전면 개장한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연일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파라솔을 접었다 펴고 하는 일에 상그러움이 있나 보다.

스콜처럼 순간 강하게 내리는 비도 피해를 주지만, 바다를 타고 오는 바람은 강력하다.

그 덕분에 바다 근처는 시원하고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이지만,

비와 함께 오는 바람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한철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바람인 것처럼 보였다.

비바람이 불고 있으니 역시 바다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아주 드물게 볼 수 있었다.

장마철 해운대 해수욕장은 한산하다.

전 세계적 팬데믹 후의 해운대는 기대를 많이 했나 보다.

정찰제로 만들어진 피서용품 대여가격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예정된 흐린 날이므로 매표소를 이용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쳐진 파라솔도 한 두줄 정도만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튜브만이 정갈하게 줄 서 있을 뿐이었다.

삼대오백 머슬비치 체험판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헬스라니.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즐비해 있었다.

호기심이 동했지만 일행이 있어서 참았다.

다음에 혼자 와서 운동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고, 관리해 주는 사람이 계속 사람들을 봐주고 있어서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맞는다면 삼대오백에서 진행하는 운동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인생은 운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나를 더 좋은 길로 안내한다. 반드시.

오늘의 해운대는 조금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여름에는 늘 사람으로 가득한 해수욕장이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한산한 모습이 현지인으로서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고.

기상이변은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해운대 해수욕장을 걷고 걷다 보면 조선 웨스틴 호텔 앞에 위치한 송림공원을 마주 할 수 있다.

송림공원의 수국은 열일 하는 중입니다.

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한송이를 똑 뽑아 물에 띄우면 수국이 더 잘 자란다는 말이 있다.

하나가 필 때 한 송이 꺾어내면 두 송이가 피어나는 꽃이 수국이라고 한다.

해운대 바다구경을 온 사람들은 꼭 잊지 말고 수국을 구경하시길.

하양, 분홍, 보라, 자줏빛 꽃잎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완전한 개화기는 아니라 드문드문 빈 곳이 보였지만, 수국의 색채에 마음이 뺏기는 건 다 똑같지 않을까.

송림공원에서 피어난 수국

수국은 색마다 꽃말이 다른 꽃이다.

파란 수국은 냉정, 거만, 교만의 뜻을

보라 수국은 진심이라는 뜻을

노랑 수국은 짝사랑이라는 뜻을

흰색 수국은 변덕, 변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시작은 짝사랑으로, 어떤 순간은 냉정하고, 또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비유한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변덕스럽다.

그런 수국을 닮은 일행을 수국 앞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본인은 거부하지만 상관없다.

모든 추억은 사진을 기반으로 잊히지 않는 것이다.

완전한 개화기가 아니라 여유롭게 수국을 즐길 수 있었다.

아마도 다음 주면 완전한 개화로 아름다움의 절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어있는 해수욕장에 사람에게서 얻는 활기를 받지는 못했지만, 알록달록 제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국을 보고 다시 내 안의 색채를 저장해 온 기분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화면으로 보는 것은 역시 다르다.

실물에서 오는 에너지를 한 껏 받아왔다.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기 때문에 해운대 수목원도 같이 가려고 했지만,

장소를 이동하다 보면 귀차니즘이 몰려온다.

그래서 해운대 수목원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갈 곳이 많아서 좋다.

이제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휴식을 취할까.

나의 휴가는 작년과 재작년과 같을 것이다.

집에서 쉬면서 맛있는 것 먹기.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이 휴가가 아닐까.

그리고 심심하면 휴가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러 다시 해운대로 오겠지.

여름은 바다고 바다 하면 시원함이다.

산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바다에 풀어내야지.

당신의 더위도 바닷바람에 식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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