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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n 21. 2024

팥빙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는

더위를 피해 오륙도에서 이기대까지 단숨에 걸어가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비가 내리기 직전.

구름에 가려진 해를 반기는 날이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트레킹 하기 좋은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오륙도.

가벼운 산길과 바다구경을 실컷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륙도에서 시작되는 트레킹 코스 안내도

오륙도에 오면 오륙도만의 느낌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보는 바다와 절벽에서 보는 바다는 느낌이 다르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기대하고 갔지만,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구름에 바람을 빼앗겨버린 듯이.

그래도 바다가 더운 공기를 시원한 바닷물로 식혀주었기 때문에 낮은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시작이 계단이라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맺힌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면 저 멀리 해운대가 보인다.

해운대까지 이르는 바다 풍경을 보는 일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오륙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트레킹의 장점은 쉬면서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름에는 운동하기가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여름에 등산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날이 더 더워지면 등산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더위는 견딜 수 있는데, 산이란 장소는 덥고 습하면 벌레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혼자가 좋다.

동료가 늘어나면 귀가 시끄럽고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 정신이 사나워진다.

오늘도 역시 오륙도에서 이기대까지 트레킹을 하면서 다가오는 벌레들을 떼어내느라 손이 부지런한 운동을 했다.

산길을 오르내리는 발보다 더 부지런한 팔동작이라니.

아마 이번달의 마지막 등산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오륙도에서 이기대로 가는 코스를 좋아한다.

오르는 계단보다 내려가는 계단이 더 많기 때문이다.

반대방향에서 오시는 분들도 여럿 계셨다.

오륙도에 주차를 하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이기대에서 다시 돌아오는 분들이 많으시다.

이럴 때 뚜벅이는 좋다.

그리고 내가 이기대를 목표로 삼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

단팥죽과 팥빙수

이기대공원에서 도로가를 향해 쭈욱 내려오면 횡단보도를 만날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내 옆에 서있던 사람들이 동료가 되어 계속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지 찾아보지도 않는다. 그냥 가는 곳이다.

트레킹으로 지친 몸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

오래된 맛집의 비결은 한결같은 맛과 정직한 가격이다

부산시에서도 인증한 가게다.

이기대 가면 무조건 가는 집이다.

위치를 몰라도 이기대공원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팥빙수와 단팥죽만 판매하는 가게다.

입구에서 주문하고 결제하면 바로 나온다.

적당한 운동량에 심심한 허기를 달래주는 음식을 바로 만날 수 있다.

팥빙수는 적당히 달고, 단팥죽은 삼삼하니 간이 딱 맞다.

첫 입에 아주 맛있다 하는 맛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릇을 다 비울 때는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날 단팥죽의 묘미

한 그릇에 3500원. 부담 없는 가격이다.

기대감 없이 먹고, 만족하고 나오는 집이다.

나오는 길에 단팥죽을 2인분 더 포장해서 나왔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도 회전율이 빨라 기다림 없이 바로 먹고 나올 수 있었다.

깔끔해서 좋다.

뜨끈한 단팥죽을 안고 시원한 버스 안에서 땀을 식히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걷기에 적당한 트레킹 코스다.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이 잠깐의 허기를 달래고 집까지 갈 수 있는 체력을 보충해 준다.


오늘 참 좋았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잔잔한 바람, 보다 적은 행랑객, 기다림 없는 맛집.

푸르른 바다가 보여주는 해방감이 나를 더 크게 만들고 있었다.

특별한 오늘, 구름이 해를 가려준 덕분에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그 길의 끝에는 달콤한 보상이 존재한다.

모든 이의 삶이 그러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잠시 쉬어갈지언정,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되었을지언정, 제길을 찾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 괜찮아질 거다.

당신과 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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