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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n 14. 2024

보고 듣고 맛보는 하루

차, 공예 박람회와 영화도서관, 닭꼬치와 뚜쥬데이

오늘은 나를 위한 날이다.

내 몸안의 문화부흥을 위해 미리 사전예약한 것이 있었다.

바로 차, 공예 박람회.

어제 갑자기 센텀시티에 있는 영화도서관이 가고 싶었다.

그러다 예전에 신청해 놓은 사전예약 알림 문자가 온 것을 확인했다.

내향적인 사람은 하루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박람회에 갔다가 영화도서관에 가야지.

사전예약을 한 덕분에 입장료 오천 원을 아끼고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혹여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준비했지만, 하다 보면 조금씩 늦어지기 마련이다.

10시 30분 벡스코 앞에 도착했으나, 선착순 선물지급은 일찍 소진되었나 보다.

이번에 입장할 때는 또 바뀌었다.

예전에는 본인인증하고 놀이공원 자유입장권처럼 종이팔찌를 손목에 걸어주었는데,

휴대폰으로 발송된 QR코드만 찍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벡스코에서 진행하는 박람회는 생각보다 어르신분들이 많이 입장하신다.

이번에 바뀐 입장방법에 헤매시는 분들이 많았다.

직원분들이 차례로 안내를 한다고 진이 빠지는 모습을 보았다.

작고 예쁜 찻잔들이 입구부터 포진해 있었다.

멋스러운 우리 옷, 나무로 만든 도마, 직접 기른 표고버섯, 장인이 직접 만든 약과.

가격 듣고 정말 놀랐던 싱잉볼.(무심코 물어본 가격은 백만 원이었다.)

시식용으로 먹은 차로 속이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식물성 소재로 만든 가죽제품, 직접 기르고 만든 도라지청과 생강청.

볼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창작물이므로 사진촬영을 자제한다는 문구가 보였다.

구매를 하면 내 것이 되는데, 사기 전에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구나.

조용히 폰을 내리고 눈으로 감상을 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찻잔이 탐이 났다.

과연 내가 저 찻잔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이내 접고 말았다.

찻잔을 소주잔으로 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박람회장을 5바퀴 넘게 돌고 결국 단 하나만 구매했다.

싱싱한 표고버섯이 단 돈 만원이었다

이 싱싱함이 마치 아침에 따온 듯한 푸릇함이었다.

고민하고 살만했다.

엄마가 굉장히 감탄했다.

내일 또 가서 사 오고 싶은 신선함이었다.

단 한 봉지였지만 봉투가 든든했다.

그리고 나는 예정된 일정을 소요하기로 한다.

벡스코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영화도서관.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 사람들이 많았다.

커다란 야외극장은 바닷바람과 강바람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커다란 그늘막이 되어주고 있었다.

인파를 뚫고 나는 당당히 영화도서관으로 향했다.

사물함에 버섯과 가방을 넣고 신분증과 생수통만 들고 가볍게 도서관을 누볐다.

오늘은 영화를 볼 것이다.

동그란 계단을 내려가면 영화전시관을 볼 수 있다.

전시 포스터와 오늘의 영화 애리조나 유괴사건

테마를 정해서 영화를 소개하는 곳이다.

오늘 눈에 들어온 포스터는 존 카사베츠 & 코엔 형제와 장국영 특집이었다.

잠깐 고민을 했다.

오늘은 피식 웃고 싶은 날이다.

유쾌한 영화. 오늘은 애리조나 유괴사건이다.

젊은 니콜라스 케이지를 볼 수 있는 기회.

장국영은 다음에 만나겠어요.

그렇게 영화를 선정하고 청구기호를 종이에 적어서 안내데스크에 신분증과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정책이 바뀌어서 이번에는 신분증이 없어도 할 수 있다.

영화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면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다음에는 더 가볍게 올 수 있겠다.

덕분에 재밌는 영화를 보고 웃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영화를 다 보았다고 이곳에서 내 볼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책을 찾아보다가, 역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이 영화화된 만화칸을 가게 되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책을 들고 음악 들을 수 있는 코너로 갔다.

포드 v 페라리, 매드맥스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책으로도 읽고 영화로도 보았다.

만화로 그려진 것은 처음 보았다.

표현방식이 다르니 결말도 달랐다.

책은 읽는 이를 위해 상황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배우의 연기력에 흡입되었고, 만화는 환상을 담고 있었다.

붕붕 뜨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독자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주었다.

귀로는 영화 bgm이 흐르고 있었다.

매드맥스와 포드 v 페라리.

스피드 한 음악이 들려올 거라는 기대감과 다른 잔잔한 음악이었다.

주인공들의 심연을 울리는 음악이 내가 보는 책과 잘 어우러졌다.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잔잔한 음악이 책을 읽는 내 머릿속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크 안 먹어도 배부른 순간이다.

책을 다 덮고 나니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는 시간도 한나절이다.

시원한 버스 안에서 더위를 식혔다.

더우면 집보다는 밖이 훨씬 시원하다.

움직이는 냉장고에서 내리려니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괜찮다.

멀리서 닭꼬치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닭꼬치

정관을 누비는 닭꼬치다.

늘 보기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금방 설렘이 차오른다.

나는 양념치킨과 데리야끼 하나씩 주문을 했다.

닭 굽는 냄새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

근래 유튜브로 닭꼬치를 판매하는 영상을 보았다. 딱 먹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역시 문화의 날이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눈과 귀와 입이 즐거운 날이다.

나의 꼬치가 맛있게 구워지는 중이었다.

닭꼬치를 주문하고도 나는 쉬지 않았다.

바로 뜌주데이였기 때문이다.

뜌주데이가 무어냐고요?

뜌주데이는 전제품 30% 할인 입니다

나는 자급제 폰을 구매해서 알뜰 통신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통신사 할인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뜌주에서 전제품 30% 할인을 시행하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적립이나 할인은 안된다.

동백전(지역화폐)만 가능하다.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맛있는 빵 3개만 골라 유유히 나왔다.

손에 싱싱한 표고버섯, 뜌주빵, 닭꼬치를 한 아름 안고 가니 엄마가 놀랐다.

인생 별거 있나요, 행복하면 그만인 거죠.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음식은 나를 만족시킨다.

정직한 이름에 걸맞은 맛이었다.

불맛과 소스의 조화가 좋았다.

특히나 촉촉한 닭꼬치 본연의 맛까지 참 좋았다.

집에 있던 오이맛 고추와 먹으니 건강함 마저 느껴졌다.

마무리로는 상큼한 멜론빵으로.

멜론 잼과 크림이 좋았다. 내 기대를 채워준 멜론빵이었다.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보상이 충분했다.

다 먹고 양치까지 하고 자리에 앉으니 오늘 내가 보낸 하루가 그려졌다.

차를 마시고,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고, 다른 사람의 상상으로 만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라니.

오늘 하루의 여행을 무사히 마쳤구나.

하루를 바삐 보냈지만, 마음에는 여유가 생겼다.

일과를 마친 엄마와의 대화에서도 그 여유가 느껴졌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엄마에게 감탄을 해주었다.

등산을 갔다 온 후에도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은 평소에 관리를 잘 한 엄마 덕분이라고.

엄마 인생에 가치 없는 사람에게 본인의 시간을 쓰지 말라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서 예쁘다고 안아주었다.

불만이 가득했던 얼굴에서 독한 기운이 빠졌다.

말갛고 하얀 얼굴로 위로받은 표정이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은 상처 주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당당히 거절한다.

다행이다.

곁에서 위로해 주고,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고 자신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해 줄 수 있어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나를 위하는 일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인 하루였다.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해주세요.

좋은 말은 반드시 좋은 일로 돌아올 거예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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