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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l 11. 2024

초량온당에서 1,100원 환불받는 방법

영수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이유

장마철은 매일매일이 습기와의 전쟁이다.

일기예보는 계속 비 소식이다.

그러다 하루는 비가 오지 않는 흐린 날이 오기도 한다.

아마도 계속 비가 온다고 표기한 후에 비가 안 오면 참 좋다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계속 비내림 표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예정되어 있지만 비가 오지 않은 오늘 같은 날.

휴가 이슈로 나를 헛걸음하게 만들었던 그곳에 가기로 했다.

바로 초량온당.

테이블링이라는 앱을 통해 확인해 보니 평소와는 대기인원이 반정도 적었다.

그래서 가게 문을 여는 12시에 여유롭게 집을 나섰다.

새벽에 내리던 세찬 비바람은 정오 무렵 완전히 그쳐 가볍게 나갈 수 있었다.

대기 인원이 없는 초량온당 어색하다

일방통행의 도로 앞에 위치한 초량온당.

늘 사람들의 줄로 인산인해였는데, 역시 예고된 비소식으로 인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차 하나정도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었다.

사람이 없을 때 보니까, 차 두대 정도는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묘한 날이다.

그래도 나는 절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을 것이다.

대중교통. 얼마나 좋아.

전국에서 가장 비싼 교통비라도, 1,550원에 나를 이곳까지 데려올 수 있다고.

현지인의 혜택을 충분히 즐기자.

초량온당의 실온보관 빵들의 모습

다양한 빵들을 일단 구경한다.

줄이 없어서 더 좋은 시작이다.

쿠키류와 파운드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한다.

아직 나는 초량온당의 대표메뉴 맘모롱을 다 맛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량온당은 냉장보관 빵이 정말 맛있다. 그냥 최고다.

아...

꼭 맛보고 싶었던 초량맘모롱은 없었다.

있을 때 무조건 잡아야 하는 빵들이다.

두 번째 방문이므로 더 신중히 빵을 골랐다.

바삭 초코 숲 맘모롱과 블랙강정 맘모롱, 엄마를 위한 쑥 호지바와 엄마가 맛있게 먹었던 맘모스 꾸덕바.

두 개밖에 남지 않아 궁금한 황치즈 맘모롱과 온당 호랑이 치케를 테이블에 다 담았다.

그리고 나는 당당히 가져간 장바구니에 빵을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보냉팩이 필요하지 않은 현지인이니까요.

초량온당의 포장안내

포장비는 차비로 퉁치겠어요.

나에게는 1,550원에 즐길 수 있는 전용 냉방차가 있거든요.

준비해 간 쿠폰에 도장을 찍고 영수증을 야무지게 받아 가방에 넣고 신선한 빵을 위해 바로 집으로 향했다.

평소에 물건을 살 때 영수증을 잘 챙겨보지 않는다.

버스에서 시간도 남고 사진이나 한 번 찍어볼까 하고 들여다본 영수증에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분명 엄마를 위한 쑥이 들어간 빵을 골랐는데, 쑥이 없고 피스타치오가 있었다.

이상하다?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봐야 하는 이유

빵을 여러 개 고를 땐 어떤 걸 골랐는지 잘 모를 수가 있다.

다 사고 난 후 영수증을 보니 내가 고르지 않은 빵으로 결제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으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다행히 빵집에서 찍었던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결제하는 분이 잘못 결제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영수증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빵이 잘못 결제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전화를 바로 받는 분이 바로 죄송하다고 하고 영수증 사진과 빵 사진을 찍어서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버스 안에서 슬쩍 빵을 꺼내 사진을 찍고 바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먹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바로 부분 환불해 준다고 문자가 왔다.

가게가 바쁜지 1시간 후에야 환불이 되었다.

별거 아닌 거였지만, 바로 죄송하다고 말하고 사실을 확인한 후 온당한 처리를 하는, 잘 되는 가게의 서비스를 보았다.

설레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나는 빵을 먹을 수 있고, 또 제대로 결제를 했으니까.

엄청난 자제력으로 선택된 빵 6개

집에 도착해 빵을 늘어놓고 먹을 생각을 하니 또 흥분된다.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한 번에 다 먹지 않을 것이기에 오늘 맛볼 빵을 정한다.

맛있는 빵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예쁘게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빵 3개를 정해 먹을 만큼 소분하고, 내가 좋아하는 접시에 소담하게 담아낸다.

황치즈 맘모롱은 짭조름한 황치즈맛이다.

초량온당의 빵맛은 모든 재료의 조화로운 맛과 과하지 않은 간이 참 좋다.

쑥 호지바는 건강하고 눅진한 맛이었다.

꾸덕바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단연 쑥 호지바가 잘 맞을 것이다.

오늘의 베스트는 블랙강정 맘모롱이었다.

처음 맛본 엄마는 본인이 먹은 빵 중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라고 했다.

직접 만든 앙금들이 참 좋다.

팥과 크림으로 만든 앙금과 다양한 견과류.

피칸과 밤과 얇은 빵피 위를 감싼 고소한 소보루.

먹으면서도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아무리 멀어도, 헛걸음을 해도, 계산 실수가 있어도 또 찾아가고 싶은 맛이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맛집은 이유가 있다.

장사 잘되는 상권의 최고는 입지다.

그 입지를 초월한 맛에 먹을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과연 나뿐일까.


한동안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을 이루곤 했다.

오늘은 내일 먹을 빵 때문에 꿀잠 잔 밤이라고 하고 싶다.

눈 뜨자 먹는 바삭 초코 숲 맘모롱.

비주얼로 압도하는 바삭 초코 숲 맘모롱

바삭 초코 숲 맘모롱.

일단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견과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환장하는 모습.

맘모스보다는 맘모롱이다.

초록빛 초코에서 느껴지는 말차의 향기.

빵보다는 부속재료가 훨씬 많지만, 서로 과하지 않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맛과 향, 식감 모두를 만족시키는 맛이다.

아침부터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해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실망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하는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다.

그 마음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

새로운 일을 시작함에 조금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딱 맞는 휴식시간.

사람이 이렇게 단순하다.

힘들 때 잠깐 들이켜는 시원한 물 한 모금에 미소가 지어질 때.

지금 순간이 나에게 그러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하자.

연락이 뜸했던 동생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좋아하는 버라이어티를 발견했는데 나도 보라고.

그 말이 참 좋았다.

좋아하는 것을 추천하는 사람의 마음을 참 예쁘게 여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어제보다 더 미소 짓는 오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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