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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n 28. 2024

비 오는 날 엄마랑 함께 하는 데이트

부산 센텀시티에서 재미있게 놀아봅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부산한 엄마를 마주한다.

분명 자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것 같은데 일어나면서 아이고 대다 하면서 일어난다.

엄마가 그러하다.

매일 눈 뜰 때마다 지치는 엄마를 위해 조심스레 외출을 제안한다.

어딜 가.

툴툴거리지만 세안을 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른다.

입으로는 투덜투덜하지만 몸은 부지런히 외출을 준비한다.

비가 예정되어 있으니 가방 안에 우산을 넣고 엄마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평일 오전에도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다들 어디를 어떠한 일로 가는 것일까.

버스기사님 바로 뒷자리에서 머리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푹 잠든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밤샘을 하셨나.

흔들리고 소란한 버스 안에서도 꿀잠을 자는 사람이 부러우면서도 그 사연이 궁금하다.

비가 오면 실내 데이트하기에 참 좋다.

오늘은 센텀시티 신세계를 가기로 했다.

예전에는 롯데백화점만 있었던 곳이다.

알려지는 말에 의하면 롯데백화점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옆에 있던 땅을 신세계에 판매를 했다.

백화점을 짓기 위해 부지정리를 하다 보니 갑자기 온천수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신세계 백화점 안에 찜질방과 아이스링크가 설 정도로 부지의 가격이 뛰었고 결국 롯데백화점보다 더 큰 건물을 세우고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화점끼리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음에도 계속 리뉴얼하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쩐의 전쟁에서 승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관광객과 쇼핑객들로 백화점 안이 인산인해였다.

비소식에 실내로 다 들어온 것인지, 어떤 이벤트가 진행 중인지.

주말처럼 몹시 북적거렸다.

도착하고 바로 점심시간이라 바로 푸드코트로 향했다.

역시 철판볶음 요릿집 앞에 사람들이 많았다.

배고프면 까칠해지는 엄마를 위해 보다 줄이 적지만 맛이 좋아 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 푸드코트를 2바퀴 정도 돌고 난 후 메뉴를 선정했다.

신세계 센텀시티 칠암만장의 가지 소보루 솥밥이 일품이다

외식을 하더라도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게 엄마의 지론이다.

가지 소보루 솥밥.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질 것만 같은 음식이다.

솥밥이라 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숭늉이다.

매콤 새콤한 양념장의 감칠맛이 좋아 리필을 한 번하고 야무지게 비벼 먹었다.

적당히 익은 가지와 고명으로 올라간 잘 익은 돼지고기와의 조화가 참 좋았다.

양파와 깻잎은 늘 조용히 곁을 지키는 장군이었다.

모든 재료가 조화롭고 심심하니 자극 없이 맛있었다.

그리고 나는 매우 자극적인 음식을 찾기 위해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신세계 센텀시티 아비꼬 카레

바로 돈가스 카레 우동.

매운 단계는 같이 먹을 엄마를 배려해 3단계로 선정했다.

다음에 혼자 올 때 지존맛을 도전해 보겠어요.

꾸준하게 손님이 주문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보람이 있었다.

아비꼬 매운 돈가스 카레 우동

틈새라면만큼의 매운맛이라고 했다.

적당히 매워서 나는 좋았다.

카레가 매우니 고명으로 올린 돈가스가 달달하게 느껴졌다.

카레가 조금 묻은 돈가스 두 조각은 엄마에게 좋은 반찬이 되었다.

카레 한 입 먹고 싫어했다.

그래도 나는 매운 음식을 먹어야 인생에 살맛이 난다.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 그 맛을 상기할 때 다시 입가에 침이 고이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난 참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맛있어서 다음에 또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다만 바쁜 점심시간을 지나서 와야겠다.

다양한 음식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고,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자리가 많다.

자리가 많다는 뜻은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좁다는 뜻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라디오 듣는 것처럼 옆 테이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문제는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선명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음식이 맛있었기에 저항 없이 가만히 있었다.

오늘 점심시간의 대화주제는 끊임없는 자랑에 있었다.

오른쪽 테이블에서는 15만 원어치 한의원 약 지은 이야기.

60만 원어치 피부과 시술이야기.

돈자랑을 실컷 하다가 푸드코트에서 산 만두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속재료보다 밀가루 피가 많다고 3,000원짜리 만두를 환불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60만 원에는 관대하고 3천 원에는 참을성이 없으신 한 주부의 이야기.

돈의 값어치는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왼쪽 테이블에서는 미국 여행을 다녀온 20대 여성의 이야기였다.

미국여행을 하고 오니 친구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겨서 놀 사람이 없다느니, 미국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이 만 기다린다느니.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정성스레 들어주는 앞자리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들으면 다 자랑뿐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고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동등하다면 참 좋지 마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누군가의 배려로 지켜지는 관계라면, 그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백화점을 돌아보면서 엄마에게 옆자리의 이야기를 들었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했다.

다만 좀 시끄러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내 귀는 확실히 산만하고 예민해서 잘 듣는 가보다.

아니면 엄마는 음식에 집중해서 먹느라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미안하네.

남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늦은 식사시간에 심심한 사과를.


밥을 먹고 돌아본 신세계 백화점 안은 보다 젊은 향기가 물씬 풍겼다.

실용적인 패션보다는 귀엽고 무용하지만 갖고 싶은 제품들로 가득했다.

갖고 싶었지만 꾹 참고 금방 지루해하는 엄마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센텀시티를 갔다면, 이곳도 가야 하죠.

영화의 전당 라이브러리 입구

아주 예전에 라이브러리가 생기기 전에 한식 120이라는 한식뷔페를 운영할 때 엄마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한식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없어져서 아쉬웠는데, 영화 도서관이 생겨서 나는 더 좋아하는 장소.

도서관 가자고 하면 안 좋아하지만, 영화 도서관은 또 다를 테니까.

영화도서관 안내판

매주 월요일 휴관이고 15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은 보호자와 함께 입장해야 한다.

이렇게 읽어주니 보호자와 함께 와서 자기는 가능하다고 한다.

엄마는 어른이지만, 나와 함께 밖에만 나오면 내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 된다.

자동으로 나는 보호자가 되어 여기저기 안내하고 엄마의 안위를 살핀다.

입장과 동시에 흥미 없어하기에 바로 영화제 출품작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알록달록 예쁜 영화 팸플릿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독특한 영화제목, 예쁜 사진을 골라 엄마 손에 쥐어준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에 고른 오늘의 영화.

독특하다 못해 특별한 영화를 고른 사람은 보다가 졸아버립니다.

음. 처음 고른 영화가 생각보다 야한 것 같다.

흑백으로 촬영된 멕시코, 스페인 영화는 부부의 이야기였다.

유사 의학 약사인 남편과 가정주부이면서 가정부를 고용해 살고 있는 보다 여유로운 중산층의 모습이었다.

부인에게 집착하면서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 의처증 있는 남편을 피해 탱고라는 취미활동을 하는 다소 엉뚱한 부인.

흥미롭게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옆자리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잠들기 힘든 자세로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밥 먹고 영화 보면 바로 잠이 쏟아질 수도 있지.

사진 찍는 소리에 금세 일어난 엄마는 귀가를 종용했다.

아직 영화도서관을 채 즐기기도 전에.

아쉬운 마음에 음악감상을 바로 시켜줬다.

영화 어느 좋은 날의 경쾌한 ost 감상

1번 트랙 음악이 경쾌했다.

본 적은 없지만 분명 사랑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얌전히 음악을 듣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그러나 곧 흥미를 잃었다.

더 보채기 전에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하지만 영화도서관에 왔으면 포토존은 들러줘야지.

영화도서관 안의 포토존 이용하기

파묘까지 올라왔나 보다.

다음에는 혼자 와서 봐야지.

파묘와 오늘 다 보지 못한 당신 다리 사이의 악마를 다 보고 돌아와야지.

영화 스태프들이 앉는 의자에 앉아 사진 찍히는 모습이 좋았다.

명작 포스터들과 함께하니 저절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짧은 영화 도서관 외출이 그래도 즐거운가 보다.

다음에는 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잊을만하면 또 데려와야지.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부산에는 비가 와도 데이트할 장소가 많다.

체력 이슈로 인해 오늘은 밥 먹고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다음에는 더 긴 코스를 준비해 함께 하는 이에게 만족감을 선물해 줘야지.

당신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데이트 장소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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