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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Feb 15. 2024

비 오는 날 부산 여행 코스 추천

타지인을 만족시키는 부산 토박이의 남포동 여행 코스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예정된 날짜였기 때문에 날씨는 통제되지 않았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철저한 계획형의 인간이기 때문에 INFP를 지향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가이드이기 때문에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만남의 장소를 부산역으로 정했다.

타지인들은 계획하지 못하는 부산 현지인의 부산 남포동 즐기기 코스

첫 번째 장소는

북두칠성 도서관이다.

북두칠성 도서관 입구

부산역 역사에서 10번 출구로 나오면 하늘 공원이 있다. 공원으로 왼쪽으로 돌아가다 보면 마리나 건물이 있고 그 건물 1층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

차도로 가지 않고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길이다.

가이드는 고객님을 안전하게 장소로 안내해야 한다.

북두칠성 도서관의 포토존

참 책이 예쁘게 잘 전시되어 있었다.

책 안 좋아하는 사람도 그냥 가보고 싶게 만들어졌다.

부산역 근처에 오는 사람이라면 여유롭게 도착해서 이 분위기를 즐기다 가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내가 더 흥분해서 도서관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보았다.

북두칠성 도서관 내부모습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남녀노소가 자유분방하게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객님을 살포시 앉혀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사실 고객님보다 내가 만족하는 예쁜 사진들이 많이 나왔다.

책 중의 책은 만화책이고 나는 코난을 읽지

무엇보다 편안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간단하게 책을 살펴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마침 비가 세차게 내려서 버스를 타고 국제시장으로 바로 넘어갔다.

목표한 가게가 문을 닫아서 잠깐 당황했지만, 완벽한 가이드는 좌절할 틈이 없다.

비가 와도 줄이 길게 늘어선 이재모피자를 당당히 지나쳐 이승학 돈가스로 안내했다.

대기줄 없이 바로 자리에 착석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승학 돈가스의 수프는 질적으로 다르다.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바로 주는 수프는 세찬 비에 지친 마음을 바로 풀어주는 따뜻한 마음이다.

익숙한 옥수수 수프의 맛이 아닌, 감자, 양파,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는 정성 담긴 수프에 기대감이 고조된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눈빛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이승학 돈가스 메뉴판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 봄이 오면 벌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둠돈가스와 매운 치즈돈가스를 주문했다.

정오경에 도착했기 때문에 주문 후 곧바로 음식이 나오지는 않았다.

10분 정도 걸렸고, 두 메뉴가 같이 나와서 특히 더 좋았다.

모둠가스와 매운 치즈돈가스

심플하지만 더 과할 필요는 없다.

밥 양이 푸짐해서 접시를 눈앞에서 보았을 때 부족함이 없었다.

이승학돈가스의 매운 치즈돈가스

이승학 돈가스는 1999년부터 열린 매장이다.

지금까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오로지 맛 아닐까.

매콤한 소스와 진한 치즈의 풍미가 그렇게 조화로울 수 없다.

부산이 치즈의 고장이었던가.

이재모 피자의 치즈가 생각나는 질 좋고 기분 좋은 폭신함에 저절로 녹는 맛이었다.

이승학 돈가스의 모둠가스

돈가스, 생선가스, 왕새우가스, 함박튀김이 모두 들어간 모둠가스.

맵찔이인 친구님께서는 매운 치즈가스를 맛만 보시고 모둠가스를 드셨다.

돈가스도 맛있지만, 특이한 함박튀김에 첫 번째 놀라고, 느끼하지 않고 바삭 포슬한 생선가스의 감동하신 것 같았다.

실한 새우가스까지 자신의 메뉴선정에 감탄하고 그릇에 빈 곳 없이 야무지게 드셨다.

소개한 이로써는 만족하는 식사시간이었다.

적당한 소화시간이 필요하기에 눈앞에 있는 깡통시장으로 바로 안내했다.

비가 잦아들기 시작해서 훨씬 걷기 수월했다.

비가 오는 날이라서 평소보다 사람이 적어서 담소를 나누며 걷기 좋았다.

나중에 갈 때 가족들에게 선물로 줄 괜찮은 빵을 추천했더니 4개나 구매를 해버렸다.

만족했으면 좋겠다.

조금 걷다가 단 것이 당긴다는 요청에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크레페 가게로 데려갔다.

바로 앞에 한 팀만 줄을 서 있었다.

나도 남포동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문을 닫았거나, 줄이 가득하거나 둘 중 하나의 광경만 봐왔는데,

역시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우리는 곧바로 베스트 메뉴인 딸기바나나 크레페를 시켰다.

아인스크레페 딸기바나나 두 번 드세요.

이렇게 누텔라를 가득 바르고 과일을 총총 썰어주시면 먹는 사람이 참 기분 좋잖아요

바로 눈앞에서 보고 먹으면 따뜻하고 바삭하고 시원하고 달고 좋습니다.

딸기 바나나 크레페는 사랑입니다.

방금 전에 배불리 먹었어도 또 맛있으면 그 음식이 진짜 맛있는 거잖아요.

바삭하고 촉촉하다고 고객님께서 참 좋아하셨어요.

먹을 때는 돈가스보다 맛있다고 했지만, 다 먹고 나니 5000원이라는 가격이 조금은 비싸다는 감상평을 하셨다.

아인스 크레페 메뉴판

요즘 하도 물가가 올라서 5천 원이 비싼 가격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작은 마카롱은 최소 2천 원이니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것이니까.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용두산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용의 해니까 용 많이 보세요

용두산 공원 가는 길은 운치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재밌다.

편하게 올라갈 수 있어서 친구가 더 좋아했다.

그리고 면세점이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더했다.

그래서 관광버스가 많았구나.

역시 다녀봐야 보이고 알 수 있게 된다.

끊임없이 먹였더니 지치고 피곤해해서 용두산 공원을 훑어보고 바로 내려와서 별다방으로 갔다.

오랜만에 간 스타벅스에서 친구와 묵은 담소를 나누었다.

그녀의 세상은 잔잔하기도 폭풍우가 오기도 했지만 그렇게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의 친구와 같이 있지만, 그가 담담히 뱉어내는 어조에서 어제보다 성장한 친구를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매일매일 성장하는구나.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으니, 이제는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두 시간 남짓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묻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데이트를 마쳤다.

서툰 부산 토박이의 남포동 가이드가 기억에 남는 하루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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