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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진심인 현지인의 여행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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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천둥벌거숭숭이
Jul 26. 2024
부산을 찾는 이에게 추천하는 맛집
남포동에 있는 콩밭에 들어는 보셨는지
보통은 날이 더워지면 입맛이 없다고 한다.
그런 말들은 통상적으로만 쓰이지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이 많은지.
성장기라서 그런가.
나는 언제까지 자라는 걸까.
사실 쿠우쿠우 초밥뷔페에 가고 싶었지만, 날 더운 여름날은 초밥은 좀 망설이게 된다.
심지어 저번주까지 식중독으로 끙끙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나의 식욕을 다스리기 위해 내가 좋아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콩밭에를 가기로 했다.
더운 여름에는 이동도 쉽지 않다.
부산시내는 운전하기에 상그럽고 주차장이 넉넉지 않아서 애초에 차는 두고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버스 타고 지하철 환승해서 나의 마음의 고향 [콩밭에]로 가기.
오전 작업을 마치고 난 후라 몸이 노곤했다.
종점에서 타면 무조건 앉아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가만히 잘 가고 있다가 다리 사이에 이물감이 느껴져 눈을 떴다.
이게 뭐지?
내 가랑이 사이에 검은 우산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어이가 없네.
고개를 들어보니 중년 여성분이 위풍도 당당하게 내 다리 사이에 우산을 넣고 지긋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자리도 있는데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탐이 나셨나.
나 간택된 것인가.
놀람을 넘어선 무례함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러나 곧 피로는 나를 잠식했고, 그 무례한 여인은 어느새인가 사라져 있었다.
밥 먹기 전엔 기분을 충분히 조절해야 한다.
나의 소중한 한 끼. 누구에게도 방해받아선 안된다.
남포동역 7번 출구를 이용하면 에스컬레이터로 쉽게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입구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떡볶이 포차거리로 쭈욱 직진하면 만날 수 있는 그곳.
거룩하고 소중하다.
콩밭에.
1995년부터 지금까지 성업중인 콩밭에
콩밭에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9
[콩밭에]라는 가게는 입구와 출구가 밖에서 보아서는 분간이 되질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오랜 단골이므로 헷갈리지 않고 바로 입구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날이 정말 더워서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사람들을 허무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시장 상인들의 시선이 뒤통수에 꽂혔다.
하지만 나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므로 모든 시선을 뚫고 바로 그곳에 당도했다.
1시가 넘어
도착했기에
혹여나 대기인원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힘든 여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금세 자리에 안내되어 앉자마자 주문을 해버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가스와 순두부찌개.
모든 이들의 최애메뉴 순두부찌개와 돈가스
어렸을 때부터 부지런히 다녔던 곳이라 참 익숙하다.
혼자가도 여럿이 가도 부담이 없다.
남포동이라는 지리적 입지 때문에 관광객들도 많이 온다.
한식당이면서 동시에 반찬을 뷔페식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먹는 사람으로서 참 좋아하는 곳이다.
주로 오는 손님들을 보면 80%가 현지인들이고, 나머지는 가이드가 이끄는 관광객들이다.
자리에 안내받으면 컵에 물을 따라
인원수에 맞게
테이블 위에 놓아주신다.
주문을 함과 동시에 일어나 반찬을 구경하러 간다.
오늘의 베스트 메뉴는 단연 돼지 불고기였다.
매일매일 반찬이 미묘하게 바뀐다.
[콩밭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가자미조림과 돼지불고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떡볶이가 최고다.
부산에 처음 오시거나 메뉴가 고민되는 분들이라면 이곳 적극 추천한다.
사람이 많아도 회전율이 높아 금세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옆사람 눈치 보지 않고 양껏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뷔페처럼 반찬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모든 음식이 다 제 역할을 뚜렷이 한다.
평소 즐기지 않는 불고기였지만, 오늘 요리하시는
분의
기분이 좋은 건지 다른 날보다 훨씬 맛있어서 두 번이나 더 퍼먹었다.
주문한 메뉴 빼고 모두 셀프인 콩밭에
금방 주문한 돈가스와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내가 가져온 반찬접시와 주문한 메뉴들로 테이블이 찼지만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졌다.
바로 밥이다.
늘 까먹는다. 이 집은 밥을 자기가 먹을 만큼 퍼 와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점원들도 늘 하던 말을 똑같이 한다.
밥은 셀프로 퍼오시면 됩니다.
부지런히 가서 밥을 퍼오면 나의 아름다운 식탁이 완성된다.
왜 돈가스는 매일 먹어도 안 질릴까.
늘 한결같은 맛이다.
오래가는 식당의 비결은 맛의 한결스러움이다.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있다는 것과 후식으로 즐길 수 있는 달달한 식혜까지 다 있다는 사실.
이 순두부찌개에는 별다른 게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리 특별한 건지.
느끼한 돈가스에 잘 어우러지는 맛이다.
음식 간의 조화를 이룬 메뉴선정과 꾸준함이 이 식당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포차에서 먹는 떡볶이도 맛있지만, [콩밭에]에서 즐기는 떡볶이도 좋다.
국물이 넉넉해서 튀김과 곁들여 먹으면 참 좋다.
엄마는 여름이면 늘 몸관리를 하기 때문에
4조각 먹던 가자미조림을 오늘은 2조각으로 협의 보았다.
쉽지 않다. 관리하는 사람의 인내력은 늘 보면서도 감탄스럽다.
마침 오늘이 복날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적은 게 이 정도였다.
다들 남포삼계탕에 가셨나 보다.
(50년 전통의 삼계탕. 오래된 풀뿌리 식당이다. 다음엔 남포삼계탕 가야지.)
그래도 덕분에 줄 서지 않고 맛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알아서 다행인 것과 몰라서 다행인 것이 산재한 오늘이다.
엄마랑 나랑 총 26,500원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접시에 가득 채워 먹었다.
가성비 맛집, 현지인 맛집이 아니라 그냥 맛집이다.
나를 사로잡는 쵸파와 마냥 좋은 떡볶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떡볶이가 가득 나와있는 걸 보고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다.
자제한 나 자신 칭찬해.
그리고 식당문을 나서는데 도자기로 구워진 쵸파와 루피가 있었다.
쵸파가 바주카포를 등에 메고 잔뜩 성이 났는데 루피는 즐겁구나.
괜히 쵸파표정 한 번 따라 하고 즐겁게 길을 나섰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깡통시장, 국제시장, 보수동 거리를 걸어야 하는 것이 늘 하던 코스였는데,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강렬한 햇볕과 습기로 인해 결국 지하 쇼핑몰로 향했다.
시원한 여름옷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나는 그저 시원한 반바지를 2장에 7,000원 주고 구매했다.
배도 부르고 시원하고, 온 동네 어르신들이 다 여기로 온 기분이 들었다.
부산 시내 거주 중인 어르신들의 인구조사를 하면 50%는 부전시장, 40% 정도는 남포동으로 오신 것 같았다.
날 더울 때는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쉬는 것이 제일 좋은 여름나기일 테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은 아깝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오시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더위를 잊은 사람들의 표정이 좋았다.
모든 의자에 사람들이 다 앉아 있어서 우리는 서서 사람구경하고 옷구경을 했다.
그러다 금세 지친 엄마가 귀가를 종용했다.
참 좋은 하루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고,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일정을 함께해 준 엄마에게 소소한 감사를.
그리고 부산에 와서 뭐 먹을지 메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은 콩밭에 방문해 보시길.
더운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기를.
소소하게 당신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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