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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밴드 본 조비

반항대신 희망을 노래한 이들

by 변준수

음악 좀 안다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듣던 말이 있다.


"본 조비??? 너무 상업적이잖아."


맞다. 그들은 상업적이다. '상업적'이라는 단어가 잘 팔리는 음악을 말하는 거라면...


본 조비의 이름은 시기마다 변했다. 어떤 때는 락의 이름으로, 어떤 때는 발라드, 때때로 블루스로도 불리면서 (구글이미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매한 팝 음반은 Queen의 'Greathits 1'이었다. 그때만 해도 테이프 시절이라 동네 음반 매장을 자주 다녔다. 주인아저씨는 여러 곡을 원하는 대로 녹음해주셨다. 가끔은 'Now'나 'Max'같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추천했다. 그때 봤던 이름이 '본 조비(Bon Jovi)'였다.


금발 미남 존 본 조비(John Bon jovi)가 눈에 띄었고 키 큰 훈남 리치 샘보라(Richie Sambora)도 보였다. 항상 그랬듯이 베스트 앨범을 샀다. 기존 명곡과 함께 'Always'가 자리하고 있었다. 팝 발라드라고 느낄 정도였다. 부드럽고 누구나 좋아할 만큼 대중적인 곡이다. 완벽한 구색을 갖췄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메탈이 아니다'라고 평가받고 있다.


☞ 3집 Slippery When Wet 의 'Livin on a Prayer'

Slippery When Wet 의 'Livin on a Prayer'(YouTube 'VEVO')



'글램 메탈', 'LA메탈', '팝메탈', '헤어 메탈' 등 그들을 수식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글램 메탈'은 헤비메탈 경향 음악을 하면서 외모가 더 부각되는 밴드, 'LA메탈'은 '머틀리 크루(Motley Crue)'처럼 LA 선셋 스트립 지역 클럽에서 활동하던 메탈 밴드 음악을 말한다. '팝메탈'은 강렬한 헤비메탈 선율에 팝 음악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더한 음악이고 '헤어 메탈'은 당시 치렁치렁하게 긴 머리를 자랑하던 밴드를 말한다.


본조비 음악이 부드러운 것은 같은 지역 출신 '브루스 스프링스턴'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멤버였던 리치 샘보라 연주 성향이 블루스에 가까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리치 샘보라가 본 조비 음악에 미친 영향은 크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라이브, 1995년 London Wembly version 'Always')

Always(YouTube 'Taufik Axl')


결국 본 조비를 수식하는 메탈에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는 없다(본 조비는 뉴저지 출신이기에 LA메탈이라 부르기에 무리가 있다). 평론가들은 '반항적이지 않다', '달달하다', '겉멋 들었다' 등 정통 헤비메탈 밴드와 비교하며 혹평했다.


☞ 3집 Slippery When Wet 의 'Wanted dead or Alive'

Slippery When Wet 의 'Wanted dead or Alive'(YouTube 'VEVO')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본 조비는 겉멋이 들지 않았다. 86년 발매된 3집 'Slippery When Wet'은 그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이 앨범에는 밴드가 30년 넘게 지켜온 신념이 있다. '건전한 열정', '삶을 마음껏 즐기자'는 노래 가사들이다. 2집 타이틀곡 'Livin' on a Prayer'에서는 Tommy의 삶을 통해 노동문제를 꼬집는다. 2000년 발매된 7집 'Crush' 타이틀곡 'It's my life'에도 Tommy가 등장한다. 밀레니엄에 맞게 적절히 삶을 즐기는 청년으로.


☞ 7집 Crush 의 'It's My Life'

Crush 의 'It's My Life' (YouTube 'VEVO')


존 본 조비와 리치 샘보라가 깔끔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여성 편력은 따라 다녔다. 그래도 다른 밴드처럼 물의를 일으킨 적은 없다. 항상 세상을 향해 긍정적으로 도전하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들은 음악과 건전한 생활을 이어갔다.


☞ 9집 Have A Nice Day 의 'Have A Nice Day'

Have A Nice Day 의 'Have A Nice Day' (YouTube 'VEVO')


가수들에은 대중적으로 성공할수록 전문가 평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본 조비도 이를 피해가긴 힘들었다.


하지만 30여 년 넘게 이어온 밴드 생활은 그 자체로 전설이 되었다. 2008년 빌보드는 공로를 인정해 '최고의 라이브 밴드'로 선정했다. 전 세계 3000만 명이 넘는 팬들에게 라이브 무대를 펼친 것이 이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수십 년을 버틴 음악성이지 않을까?


☞ 11집 The Circle 의 'We Weren't Born to Follow'

he Circle 의 'We Weren't Born to Follow' (YouTube 'VEVO')


이젠 나이가 들어 외모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나간 세월의 흐름만큼 변하고 적응하며 살아남았다. 역사를 장식한 밴드들이 사라져 갈 동안 본 조비는 살아남아 노래 부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00년 발매된 7집 'Crush'와 2005년 9집 'Have a Nice Day', 07년 10집 'Lost Highway'는 노장 밴드가 살아남은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구글이미지)


2013년 주축 멤버였던 리치 샘보라가 탈퇴해 큰 변화를 맞았다. 과거보다 조금 느려졌다. 그럼에도 그들의 음악엔 사회를 향한 메시지가 있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나이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우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들은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에게 이 험난한 세상을 조금 더 밝게 헤쳐나가려는 힘을 주려한다.


여전히 그들의 음악은 밝지만 힘이 빠진 느낌이 든다. This House Is Not For Sale을 들으면 더 그렇다. 가사도, 기타 리프도, 주름진 멤버들의 얼굴도 모두 세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연륜이 쌓였지만 그만큼 파워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가사와 노래가 고향 집을 향해 있다. 마치 80년대 뉴저지를 그리면서 말이다. 락 무대에 서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나 분명한건 꾸준함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꾸준함과 메시지를 인정받아 2018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들은 락 역사상 가장 훌륭한 밴드다'라고 말하긴 힘들다. 팬이지만 아닌건 아니니까. 다만 그들이 밴드 음악, 메탈, 락 음악을 접할 때 가장 훌륭한 입문서가 되는 밴드라는 점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현재 그들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20대 폭발력은 아닐지라도 본조비 음악 열차는 달리고 있다. 설국열차의 무한동력엔진처럼, 언제까지나


☞ 2018년 2월에 발매된 14집 This House Is Not For Sale 의 'This House Is Not For Sale'


This House Is Not For Sale 의 'This House Is Not For Sale' (Youtube 'VEVO)


☞ 2020년 2월에 발매된 미니앨범 타이틀곡 'Limit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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