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얼굴 상태로 학습자를 만나고 싶은 나는 강의 장소에 차를 대고 '메이크업 기술'을 선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옷의 생명인 '핏' 특히 바지에 칼주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스타킹을 신는다. 어랏?? 글로 적고 보니 프로정신이 대단하다.(사실은 추워서 수면바지 입고 이동하는 경우도 허다함...)
9시부터 시작한 강의가 점심시간 12시를 앞에 두고 끝났다. 점심 식사를 하고 가라 하지만 그들 앞에서 마스크를 내리기가 여간 쑥스럽기도 하고(마스크 쓴 게 더 이쁨), 먹으면 졸리다는 것을 알기에 곧장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는다. 집으로 가겠다는 거대한 회귀본능으로 세상 제일 좋아하는 밥도 안 먹고 차에 탔는데... 이게 웬 말인가!!!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졸리다...
다 필요 없다! 먹어야 깬다는 것을 알기에 보조석에 쟁여둔 과자를 열어 아작아작 씹어댄다.
그때 갑자기 가슴 안에서 무언가 꿀렁꿀렁 올라오는데...
"배고픈데 과자라니!!!! 배고픈데 과자라니!!!!"
그 순간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만들어 준 나의 감정 이모티콘 중 '슬픔이'- 추하다 추해...
"모냐? 내 인생... 너무 힘들잖아... 허리도 아프고... 언제까지 이렇게 밥도 못 먹고 다녀야 돼? 하루 6시간 운전이라니... 집에 가도 강의할 거 준비해야 돼서 쉬지도 못하고... 내일도 새벽같이 나가야 되고... 아 너무 힘들잖아!!!! 불쌍한 내 인생...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된단 말인가?!!!!"
내 모든 세포가 다 우울해지려고 할 때쯤 간신히 버틴 행복 세포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와~~~ 오바 쩐다~~ 8월에만 해도 강의 없어서 주구장창 놀았으면서 누가 보면 맨날 일하는 줄??!! 너 명절 낀 9월에도 좀 놀았잖아~? 10월 11월 지금 바싹 일하는 거 아니야? 또 1월 되면 많이 놀잖아! 그리고 속초를 매일 가냐??? 속초 한 달에 한 번 가잖아~ 비수기 때마다 브런치에 불안하네 어쩌네 하면서 글 쓰던 거 기억 안 나나 봐? 앓는 소리 고마해라~ 한 개도 안 불쌍하니까~"
괜스레 숙연해졌다.
"이곳은 병원"
내가 아픈 건 어떻게 아는지 병원에만 가면 친구들이 전화가 와서는 매번 똑같은 말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너 또 아프냐??"
"항생제랑 베프야??"
"너도 징하다 징해. 몸을 갈아서 일하냐? 왜 일만 하면 아프냐?"
"때려쳐라~ 때려쳐!!! 일 그만해!!!"
그랬다. 내 몸은 고단해지면 이곳저곳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찾아왔고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또 안 좋아요?"라며 '안타까움 반+반가움 반'으로 인사를 건넨다. 며칠간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약을 계속 먹어야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나왔다.
"아휴..... 제 몸은 왜 이럴까요? 왜 이렇게 자주 아플까요?"
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더니 씩 웃으며 이야기를 한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 치료하면 되잖아. 약 먹고, 쉬면 좋아질 거야. 몸이 약한 사람이니까 스스로 잘 관리하면 돼. 못 고치는 병도 아니니까 한숨 쉬지 마~ 오늘은 가서 누워만 있어~ 쉬면 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갑자기 머릿속에서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해? 어떻게 누워만 있어?'라는 생각과 11월의 가득 찬 일정이 떠오르며 울상으로 의사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저 11월에 지방 출장 엄청 많고, 힘들 텐데... 그럼 또 아프겠네요??"
세상 쿨한 의사 선생님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프겠지. 그럼 또 치료받고 약 먹으면 되잖아!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마. 괜찮아! 괜찮은 거야!"
그 순간 의사 선생님의 "괜찮아"라는 말이 한없이 슬퍼지려 하는 내 마음에 다시 한번 '행복이'를 불러 주었다.
'그러네~ 아플 때보다 안 아플 때가 더 많았잖아. 통증이 있으니 아픈 곳도 찾을 수 있고, 약 먹으면 좋아지는 거잖아~ 그래 나처럼 자주 아픈 사람이 장수한다고 했어. 괜찮아. 괜찮은 거야!!'
지금의 나는 내 안에 행복이들과 함께 즐겁게 항생제를 먹고,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을 안 것인지 아빠는 누군가에게 받은 좋은 글을 보내주었다.
내쇼날, 파나소닉, 빅터 등의 히트 브랜드를 창업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전기산업 발전에 공헌하였으며...
직원이 19만 명이나 되는 마쓰시다 기업의 회장,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기업 경영의 신’으로 불립니다.
어느 날 한 기자가 어떻게 이런 큰 성공을 이루게 되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마쓰시다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하늘로부터 세 가지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난한 것, 허약한 것, 못 배운 것입니다.”
그러자 기자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아니, 회장님 그것은 은혜가 아니고 오히려 약점이자 성공의 방해물 아닙니까?”
그러자 마쓰시다 회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난했기에 부지런히 일할 수 있었고,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늘 건강하려고 애써서 9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했기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삼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는 덧붙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고난 약점은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강하게 해주는 삶의 밑천이랍니다.”
"그래! 나도 자주 아팠기에 더 건강에 신경 썼는지도 몰라..."
괜찮아! 약한 몸이니 더 아끼고, 더 보살피고건강하려고 애쓰면 내 삶에 밑천이 되겠지.
"그래!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힘들지만 일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잖아."(물론 쉬는 게 좋지만...) 늘 열심히 배워서 유익한 강의를 하는 강사가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