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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Jan 09. 2023

달콤한 인생

 <딸아이의 19살 생일>

대학을 가면 당분간 챙겨주지 못할까 싶어 이번 생일을 특별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케이크를 예쁘게 꾸며 줄 토퍼를 3일 전부터 준비하고, 어떤 선물을 할까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남편: 정말 열었을 때 기분 좋을 만한 그런 선물이 없을까? 너의 10대 감성을 떠올려 봐.

아내: 음... 남자친구???

남편: 가능한 걸로...

아내: 그럼 먹는 거??

남편: 다이어트 한다고 하는데... 다른 걸로 해주자.

아내: 네일아트??? 아니다. 원서 써야 되는데 그거 오랫동안 붙이고 있으면 열받을 거 같아.

남편: 화장품?? 아니야~ 다민이 취향을 모르겠어...

아내: 옷??? 아니다. 살 뺀다는데 지금 사이즈에 맞출 순 없지!!!

너무 많은 생각 탓에 선물 하나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고민 끝에 살이 찌나 빠지나 상관없는 운동화와 매번 거품 목욕을 해보고 싶다던 딸을 위해 입욕제를 준비하였다.

참 다행이었다. 딸아이의 생일이 주중이었다면 포트폴리오 준비로 밤 11시에나 집에 왔을 텐데... 주말이었으니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고, 선물과 편지를 건네고, 깔깔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집에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딸아이는 대학에 보낼 자기소개 영상을 연습하고, 나는 나대로 월요일 강의를 준비하고, 세계 최고 루미큐브왕이 되겠다는 남편은 게임모드로 돌아간다. 남편은 실컷 게임을 했는지 내게 가까이 와 뭐라고 구시렁거린다.

"나 참 행복한 거 같아. 우리가 많은 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민이 생일에 선물도 사주고, 나와서 같이 밥 한 끼 먹을 수 있고... 이 정도면 참 행복하단 생각이 드네... 나 기분 좋게 회사 갈 거야. 우리 식구들 이렇게 먹고살게 해 주는 곳이니~ 기왕 하는 일 흔쾌히 해야지~"


남편은 전에도 그런 말을 했다.

"어제 다민이 책가방 사줄 때 참 행복하더라. 내 기준에선 조금 비싼 듯했지만 그래도 그 가방을 고민 없이 사 줄 수 있는 나를 보며... 이 정도면 성공했구나 싶었어. 여보는 싫어했지만... 나 그 가방 사주면서 너무 좋았다."


나는 늘 내 삶에 갈증을 느꼈다.

내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음... 쉽게 말해 '잘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갈 이루고 성장해야 될 것만 같은 성취욕을 넘어 과한 불안감이 존재했다. 그 불안감은 때때로 나를 하찮은 인간으로, 더 이상은 가능성이 없는 인간으로 서서히 끌고 가곤 했으나 그때마다 남편은 내 귀에 속삭였다.

-지금 우린 너무 행복하다고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다고

-우리 딸 너무 잘 컸고, 우리 서로 사랑하면서 지내니 다 괜찮다고...


오늘따라 남편의 말들이 너무나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괜찮았고, 괜찮다.

잘해왔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은 편하게 내려놓고, 내게 맡겨진 일... 그 일을 흔쾌히 하는 것...

그의 말대로 기왕 하는 일 '흔쾌히'하는 것... 그것뿐이다.

오늘도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을 바라본다.

"진짜 너희들 없었으면 나 어찌 살겠니!!! 에라 모르겠다!!! 사랑이나 실컷 하면서 살자!!! 우리 딸 얼굴 한 번 더 보고~~ 남편의 루미큐브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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