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책을 출판하고 걸린 검색병을 간신히 치료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고 다시 걸렸다...
2년 전 '검색병' 증세가 상당히 심각할 때 써놓은 글
제목: 검색병
제가 책을 출판했어요. 블로그 글들을 모아서 말이지요~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릅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으니까요.
그렇게 책이 만들어져서 제 손에 잡아보는 그 순간... 출판사 사장님 말이 생각났어요.
이거 자기 새끼랑 똑같아요. 내 새끼예요.
손에 책을 쥐었을 때 책을 펼쳐보지 못하고, 책 표지만 쓰다듬고 어루만졌던 제 모습이 생생하네요. '반갑다... 너로구나... 소중한 내 새끼' 그렇게 집에 와서 읽고, 또 읽고, 책만 봐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죠. 그런 마음을 누가 알까요? 남편은 저를 향해 "그렇게 재밌냐? 니가 쓴 책을 뭘 그렇게 계속 봐?"라고 묻던 남편의 말에 민망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며칠의 시간이 흘러 책이 세상 밖으로 나갈 시간이 되었네요. 오프라인 서점에도, 온라인 서점에도... 가족과 지인분들에게 책이 나왔다고 알려드린 뒤, '고생했다', '대견하다'라는 칭찬과 격려로 어깨에 뽕이 한참 들어갔답니다.
뽕이 두어 개 들어갈 때쯤 제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작가의 새로운 인생! 바쁜 스케줄!
네~ 너무 바쁩니다. 눈 뜨자마자 검색하느라 아주 바쁘지요.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벼가며 핸드폰을 잡고 인터넷 검색창에 제가 쓴 책을 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yes24, 교보, 알라딘, 인터파크 등등에서 얼마나 판매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지요. 책 아래 나와있는 판매지수를 보며 오늘은 어제 보다 올라갔는지 확인하고요. 그뿐이 아니에요. '누군가 내 책을 읽고 좋은 후기를 남겨주진 않을까? 별 다섯 개 중에 몇 개를 줄까?' 고민하면서 말이에요.
또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서점이 있잖아요.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내 책을 매장 어디에 놔뒀을까? 재고가 5권인데, 한 권이라도 팔렸나? 계속 검색하며 실시간 재고 수를 확인합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며 남편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너 주식하니? 그만 봐! 본다고 팔리냐? 본다고 팔리면 오빠가 하루 내내 봐줄게ㅋㅋㅋ
제가 검색이라도 할라치면 옆에 와서 한다는 말이 "야 그냥 핸드폰 바탕화면을 니 책 검색하는 걸로 해라! 하루에 몇 번 보냐?"
아오... 이 인간은 말하는 게 참 밉상입니다. 심지어"한나야! 안 팔려! 안 팔린다니까! " 이게 남편이 할 소리인가요?
그때부터였어요. 이제 글을 쓰는 것도 힘들고, 책을 읽기도 힘들어지더라고요. 무언가에 집중이 어려워졌거든요. "여보... 나 책 괜히 썼나 봐. 우울증 걸릴 거 같아..."
남편님 왈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쓴 책이라며~ 니가 쓴 책을 읽어봐ㅋㅋㅋ" 이러고는 키득키득 웃고 지나갑니다. 저는 참지 못하고"오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니? 나 정말 힘들거든..."
남편은 얄밉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너 책 왜 썼냐? 그저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웃음 주고 싶다며... 많이 파는 거 목적이 아니었잖아!"
나의 속마음: 나도 알아 이 새끼야! 나도 반듯한 말 할 줄 알거든! 공감 능력 없는 새끼!
나도 안다고요! 그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고, 위로가 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에 더 열심히 썼고! 그걸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책을 냈다는 것도 알거든요! 근데요~ 이 마음이 책으로 나오기 전까지만 이더라고요!
책 나오니 좋은 평가도 받고 싶고요. 잘 팔렸으면 좋겠고요!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걸 책을 내면서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비우자!'를 결심했어요. '책을 낸 게 중요해! 첫 술에 배부르랴~! 도전한 게 중요한 거야! 핸드폰 검색도 줄이자!' '내려놓자!'를 백번 다짐했지요.
하....... 근데 안돼요. 궁금해서 미쳐버릴 거 같아요. 다시 결심한 게 '한 시간에 한 번만 검색하자!' 지금은 10시에 검색했으니, 11시에 해 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안돼요.... 또 못 참겠어요.
벗어나고 싶은데, 좀 빠져나가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이야기했지요. "여보 지금 산책 가자! 근데 난 폰 안 들고 갈 거야! 여보도 폰 두고 와!" 이런 저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돼! 나 핸드폰 들고 걸어야 돼! 걸음수 측정하잖아. 나 걷는 거 1등 하고 싶단 말이야!"
아놔... 일을 그렇게 해봐라! 승진을 척척하겠다. 늘 걷는 거에 1등 하고 싶은 남편. "오빠! 왜 그렇게 걷는 거에 1등이 하고 싶은 거야?"라고 물으면 "남자는 승부욕에 불타는 법이지!"라고 대답합니다.
어쨌든 '1등 승부욕을 가진 남편'과 '검색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저'는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그래! 걷는 동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자! 잠시 잊어보는 거야...!'라는 굳센 다짐!
20분 정도 걸었을까요?
오빠~ 폰 좀 빌려줘. 궁금해 죽을 거 같아...
그렇게 내려놓겠다, 포기하겠다, 비우겠다 수백 번 다짐하지만... 어려웠습니다.
근데요... 제가 책을 출간한 지 18일 지난 지금 왜 이 글을 쓰는지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내려놓으려고 마음먹어도 안되던 게 16일쯤 지나니까 알아서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검색 병이 다 나은 건 아닌데요. 가끔 잊는다는 거예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에 집중할 수 있고요. 친구와 수다 떨 때 수다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장시간 운전할 때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책은 잊은 채로 운전할 수 있어요.
"사춘기가 있다는 건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증거고요! 아이의 행동에 많이 힘드시겠지만 지나가는 과정이니 이해해주시고~~~ 어쩌고 저쩌고~~~"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
근데 이게 다 이론이거든요. 아무리 이론 설명드려도 이론처럼 잘 안될 거거든요. 그니까 한 번씩 편한 대로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고 그러세요. 편하게 하세요!
너무 공감되지 않으세요? 백번 내려놓아야지, 잊어야지 결심해도 잘 안되잖아요. 그래서 편하게 검색하자고 결심했어요. '당연히 책을 내놓고 관심 안 갖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면서요.
며칠 전만 해도 자꾸 검색하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이기 민망해서 남편이 제게 가까이 올 때면 얼른 폰 화면을 바꿨던 저는 "지금 작가님 재고 현황 중이니 말 걸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빼꼼히 쳐다보던 남편도 질세라"당근 안 팔렸지?"라고 물어봅니다. 이걸 그냥 확! 하지만 저는 "진정한 작가는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단다! 알겠니?"라고 99%의 거짓 섞인 답변을 늘어놓곤 하지요.
-지금 뭔가에서 급하게 나오고 싶은데 잘 안되세요?
-늪에 빠진 기분인가요?
-허우적거리고 계신가요?
원래 빠져나오는 게 어려우니까요~ 너무 나오려고 발버둥 치지 마시고요. 그냥 편하게 하세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꺼내질 거거든요~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첫날은 죽고 싶도록 힘들지만, 둘째 날도 죽고 싶도록 힘들지만, 셋째 날도 그리움에 사무쳐서 미쳐버릴 거 같겠지만... 일주일도... 한 달도... 계속 그렇게 힘들었지만...
결국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되잖아요.
힘들었던 시간에서 너무 벗어나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그 시간만큼은 우리 힘들자고요. 조금만 지나면... 그 시간만 지나가면... 우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겨낼 수 있어요.
지금은 주말이거든요. 토요일이요. 남편은 또 잡니다. 깨우러 가니 첫마디가 뭔지 아세요? "책 좀 팔렸냐? 어차피 여태 검색한 거 아니까 빨리 말해봐."
나쁜 남편... 잘 알고 있구나! "그냥 확인한 거거든. 이제 나는 '검색병'에서 조금 나았으니 그냥 조용히 하고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