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가족들의 생존법

<남편은 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 했다>

by 이한나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친해 보인다...

분명 뭔가가 있다.

필이 충만하게 온다.

재빨리 증거사진을 찍으며, "뭐야?? 왜 이렇게 친해? 뭐 살려고 그러지??"라고 물었다.

분명 딸아이가 새 핸드폰을 사달라고 조를 거라고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남편은 "그냥.... 다민이 뭐 좀 가르쳐주고 있었어."


뭔가 의심쩍었지만 나는 상냥하게 물었다.

"뭐 가르쳐주는데??"


남편은 머뭇머뭇...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남편은 다소곳하게 말한다.


나도 글하나 쓰고 싶어. 너도 내 이야기, 다민이 이야기로 글 쓰는데...
나도 글 하나 써보면 안 되냐?
나 진짜 쓰고 싶은 글이 하나 있어.


남편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다.

무슨 글이 쓰고 싶었던 걸까?

"여보 뭐에 대해 쓰고 싶은데?"

그때 남편은 아이를 보고 씩 웃으며

<브런치 작가 가족들이 사는 법>에 대해 쓰고 싶어.


아이도 옆에서 입이 간지러웠는지

아빠가 엄마가 글 보여주면 무조건 좋다고 하랬어.
그냥 다 필요 없고 쌍엄지 척 하래!


sticker sticker

아!!!.... 그런 거였구나...

남편은 그때부터 봇물이 터졌는지, 나열하기 시작했다.


1. 무조건 좋다고 하세요. 다른 말 하지 말고 무조건! 잘했다고 하세요!


2. 이야기의 흐름이나 전개가 괜찮은지 봐달라고 하면 그냥 좋다고 하세요!

(나는 "대체 왜?"라고 물었다.)

남편 왈: 지적하면, 고쳐서 또다시 읽어보라고 하니까!!


3. 맞춤법 등 소소하게 작은 것들에 대한 지적도 절대 하지 마세요.

(나는 "그건 또 왜?"라고 물었다.)

남편 왈: 처음엔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여러 개 지적하면 짜증 내잖아!


그러더니 남편과 딸아이는 둘 다 쌍엄지를 내밀며 "최고! 최고!" 이러는데... 정말 한 대씩 때려주고 싶었다.


방에 들어와 혼자 생각해봤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둘이 저런 이야기를 했을까?
사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볼 거라는 생각 아닌 착각에 브런치에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 긴장이 되었다.
내 글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인정받고 싶고 그랬다.
그래서 글이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나는 남편에게, 딸아이에게 한 번 더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책을 쓸 때도 매일 남편만 보면 "여보 오늘 글 어때?"라고 물어댔다.

남편은 "좋아 퇴근할 때 읽고 싶은 글이야!"

다음날엔 "좋아 출근할 때 읽고 싶은 글이야!"

또 다음날엔 "좋아, 점심 먹고 읽고 싶은 글이야!"라며 나를 피해 다녔다.


나는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뭐가 좋은데!!! 오빤 느낌이란 게 없어?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이 있을꺼 아냐!!!!!


그때 남편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그윽하게 나를 부르던 '남편'

한나야..... 너 밥 먹을 때 음식 맛 어떠냐고 물어보면,
맛있으면 그냥 맛있다고 하잖아.
진짜 맛있다고 하잖아.
밥 먹을 때마다 묘사하냐?
소고기 먹을 때 '어머~ 소가 들판을 뛰어놀던 맛이야!' 이러면서
먹을 때마다 묘사하냐고?
글 읽어보라고 하고 왜 그렇게 어려운 질문만 하는 거야?!
그냥 좋다고!!!


내가 인정받고 싶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만 생각했지, 상대방이 피곤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늘은 참으로 미안하다...

노트북만 들고 오면... "휴...."하고 한숨 쉬는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도 싶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똑똑히 말해줄 것이다!

"이게 브런치 작가 가족으로 사는 법이야!

그냥 받아들여!!!

글이 얼마나 좋았는지 판타스틱하게 묘사하라고!!!!"


<작가의 가족분들께>
많이 힘드시죠?
모든 작가님들이 저 같진 않으시겠지만....
제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글을 발행하기까지 사실 긴장도 되고요.
타인의 시선이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조금 귀찮고 힘드시더라도, 가끔 지적도 해주시고요.
틀린 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한 번에 대량으로 알려주면... 쪼금 짜증 낼지 몰라요..ㅜㅜ)
그리고 "괜찮다"고... "애썼다"고 칭찬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아무리 많은 라이킷이 있어도, 댓글 천지여도, 조회수가 폭발해도...
가족의 격려와 칭찬이 가장 좋거든요.
브런치 작가의 가족으로 살아주셔서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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