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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크라노스 Sep 29. 2020

[B-Side] 다섯 번째: jayvito 외

B-Side The less important side of a single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EP. 5

jayvito / wave to earth / HNGIN 행인


1.     Jayvito (제이비토) / Reality

-       From the EP [Moodstock] (2020.08.15)

 


‘jayvito’(제이비토)는 평소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새로운 음악가, 음악을 채굴(digging)하길 즐겨온 리스너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음 직한 아티스트다. 그는 오래전부터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멈블랩 기반의, 하지만 단지 장르의 전형적 어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녹여 넣은 유니크한 음악을 선보이며 그곳에서부터 은근한 팬덤을 형성했다. 2016년, ‘무드슐라’와 함께 작업해 내놓은 공식 데뷔 싱글 [Tippin’] 이후로는 드문드문, 하지만 멈춤 없이 꾸준히 싱글, EP 단위의 결과물들을 정식 음원으로 릴리즈해오고 있다.


제이비토의 음악은 장르의 속성을 충분히 따르면서도 동시에 비슷한 범주에 속하는 여타 아티스트의 음악과 확연히 결이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대체로 로파이하고 미니멀한 사운드 프로덕션이 만들어내는 칠(chill)한 무드, 일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과 사려 깊은 생각을 독특한 어법으로 표현하는 노랫말은 힙합보다는 오히려 베드룸팝이나 드림팝, 칠아웃 류의 음악이 전달하는 바이브와 훨씬 닮아있다. 느슨하게 풀어진 평화로움이 그의 음악에선 늘상 감돈다. 


새 EP [Moodstock]은 대한민국 광복 75주년, 동시에 우드스탁(WOODSTOCK)의 5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만든, 그래서 광복절인 8월 15일에 맞춰 공개된 작품이다. 광복과 우드스탁, 언뜻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키워드는 제이비토가 그의 음악에서 늘 다루는 핵심적인 주제인 ‘사랑과 평화’ 안에서 자연스레 연결점을 찾는다. H1GHR MUSIC(하이어 뮤직)의 ‘김하온’이 피쳐링한 타이틀곡 ‘Only Once’,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메시지를 뿜어내는 ‘시위대’ 등을 수록한 이 작품의 마지막 곡 ‘Reality’는 과거 사클에서 공개했던 원곡을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이때 이미 자신만의 문법을 확립한, 하지만 조금은 풋풋하게 느껴지는 2016년의 제이비토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곡으로 진취적, 희망적인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근사한 노랫말에 귀 기울이며 감상해보길 바란다. 



2.     wave to earth (웨이브투어스) / ocean floor

-       From the EP [summer flows 0.02] (2020.08.04)

  


‘wave to earth’(웨이브투어스)는 밴드 ‘The Poles’(더 폴스)로, 또 솔로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다니엘과 재즈쿼텟 ‘Ant Is Fourmi in French (AIFF)’ 출신의 드러머 신동규가 최초에 의기투합한 2인조로 출발, 이후 베이스 차순종이 합류하며 현재의 포맷을 이룬 3인조 밴드다.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는 프론트퍼슨이자 대부분의 곡을 쓰고 엔지니어링까지 직접 소화하는 – 심지어 스타일링마저 손수 해내는 – 다재다능한 김다니엘을 구심점으로 훌륭한 케미를 뽐내는 이 밴드는 2019년 첫 싱글 [wave]로 등장한 이래 주로 여름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는, 낭만적인 분위기의 인디 록, 기타팝 음악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차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CJ문화재단 ‘튠업’의 제 21기 아티스트로도 최종 선정되기도.


올해 초에 발표했던 첫 EP [wave 0.01] 이후 약 반 년, 지난 8월 초에 공개한 두 번째 EP [summer flows 0.02]는 제목처럼 여름의 심상으로 가득가득한 다섯 곡을 담은 작품이다. 세 멤버가 모든 연주를 소화했던 전작과 달리 몇몇 트랙에서 피아노, 색소폰 등의 세션이 가세해 편곡적으로 보다 풍성하고 드라마틱한 연출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리드 싱글로 공개되었던 ‘surf.’, 밴드가 처음으로 우리말 가사를 시도한 ‘ride’ 등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바다, 여름밤, 청춘, 사랑 등등 여름이라는 계절의 가장 로맨틱한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바이브의 곡들인데 반해 ‘ocean floor’는 다소 이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그리는, 깊고도 끈적끈적한 곡이다. 예컨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청춘 드라마’라면 적어도 이 노래만은 완연한 ‘어른의 세계’ 같은 느낌이랄까? 종반부에 전면으로 나서는 색소폰이 세찬 파도처럼 순식간에 휘몰아치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엔딩은 마치 잼 세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동감 가득한, 이 노래의 백미다.



3.     HNGIN 행인 / 폭파 VIP (FEAT. SYUNMAN)

-       From the EP [MAD ZACH COUNTRYMAN] (2020.08.17)

 


‘HNGIN 행인’은 IDM, 베이스뮤직 등의 전자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을 만들고, 또 플레이하는 프로듀서/디제이로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 언더그라운드 음악 집단인 ‘Grack Thany’(그랙다니)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8luminum]을 통해서였다. 이 앨범의 오프너였던 ‘폭파’가 바로 행인의 트랙이었으며 다양한 일렉트로닉 소스들, 보이스 샘플들이 변주하며 만들어내는 불길하고 음습한, 소위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가 꽤나 근사해 좋은 첫인상으로 뇌리에 남았다. 이후 2018년에는 몇 개의 솔로 싱글들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수록된 곡들 또한 실험적 태도와 흥미로운 사운드 디자인을 선보이는, 멋진 IDM 음악들이었다.


상기한 활동 이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는 꾸준히 오리지널 트랙들과 다양한 리믹스를 업데이트하며 왕성한 창작욕을 선보였지만 정식 음원 발매는 오랫동안 뜸했던 그가 최근 본인의 첫 EP인 [MAD ZACH COUNTRYMAN]를 돌연 공개했다. L.A. 출신의 사운드 디자이너, 프로듀서인 Zach Countryman이 그에게 여러 개의 샘플팩을 보내준 것이 계기가 되어 거기 담긴 소스들로만 음악을 만들어 앨범을 내보자-는 단순하고도 도전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완성된 작품이라고. 


이렇듯 꽤나 흥미로운 컨셉트 하에서 만들어진 세 개의 오리지널 트랙 ‘MAD’, ‘PAROIKOUS’, ‘ZACH COUNTRYMAN’, 그리고 동료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각자의 터치로 이 곡들을 재해석한 리믹스 트랙들로 구성된 이 강렬한 베이스 뮤직 작품에서 유일하게 – ZACH COUNTRYMAN이 제공한 소스만을 사용한다는 - 룰(?) 바깥에 있는 곡이 ‘폭파 VIP (FEAT. SYUNMAN)’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본인의 데뷔곡 ‘폭파’의 새로운 해석인 이 곡은 그랙다니 시절부터의 동료 아티스트인 베테랑 프로듀서/디제이 ‘SYUNMAN’(션만)이 근사한 스크래치를 더해 마치 댄스플로어를 ‘폭파’하려는 듯한 곡의 공격성을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행여 이런 음악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 독자분들도 잠시만 마음의 문을 열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 그저 ‘댄스음악’의 관점으로 - 음악을 들어보길 바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니까.



Editor / 김설탕SUGARKiM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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