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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크라노스 Nov 02. 2020

10월의 B-Side: 김뜻돌, 공중그늘, 732STT


B-Side The less important side of a single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SPECIAL 2020년 10월의 B-Side: 김뜻돌 / 공중그늘 / 732STT


김뜻돌 / 작은 종말 (feat. 정우)

From the album [꿈에서 걸려온 전화] (2020.09.27)




특정 음악, 음악가를 좋아하게 되는 다양한 요인들 중 개인적으로 많이 포커스를 두는 점은 다름 아닌 ’언어’다. 표현에 대한 숙고와 언어를 다루는 다양한 기법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잘 지어진, 시적 아름다움을 품은 노랫말은 음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근사한 선물 중 하나라 믿는다. 특히 우리말의 매력을 잘 살리는 노랫말을 쓰는 음악가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 ‘김뜻돌’은 우리말을 참 맛있게 쓸 줄 아는 음악가라 생각한다. 데뷔 싱글인 ‘꿈속의 카메라’를 시작으로 지난 몇 년간 그녀가 꾸준히 발표해온 여러 곡들은 포크, 록, 팝 등의 언어를 넘나들며 꽤나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속에서도 늘 잘 정제된 우리말 가사를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러는 깊은 고민을 다양한 은유와 비유로 노래하기도 하고, 가벼운 일상의 생각, 장면들을 일기 쓰듯 편안하고 소박한 일상의 말들로, 혹은 재기 발랄한 위트로 풀어내기도 하는 김뜻돌에겐 확실히 자신만의 언어가 있으며 그 언어는 그녀의 음악을 다시금 곱씹어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김뜻돌’이라는 음악가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꿈에서 걸려온 전화]는 김뜻돌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다. 꿈 속에서 전화를 하다가 잠에서 깼고 그것이 모티브가 되어 꿈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노래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그녀 스스로 선율과 가사를 짓고 부른 열한 곡을 빼곡하게 담고 있다. 그 중 동료 싱어송라이터 정우가 목소리를 보탠 ‘작은 종말’은 아름다운 시적 은유로 가득한, 앨범에서 가장 서글픈 정서를 지닌 곡이다. 유려하고도 담담하게 흐르는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건반과 첼로 등이 차곡차곡 쌓여 애잔함을 더하는 선율 위로 그녀가 차분하게 읊조리는 해와 달님의 이야기는 마치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슬픈 우화처럼 느껴진다.



공중그늘 / 타임머신 (Remastered)
From the album [연가] (2020.09.08)


밴드 ‘공중그늘’의 첫 정규앨범 [연가]를 듣고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심상은 ‘반짝반짝하다’는 거였다. 밴드가 연주하는 사운드의 질감도, 커버 이미지 속 해파리(?)도, 그 해파리들이 자유롭게 부유하는 ‘계절’ 뮤직비디오 속의 초현실적 심해 세계도, 공중그늘의 세계는 무엇 하나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앨범이 나오고 며칠 동안은 나도 그 반짝이는 세계 속을 함께 부유했다.
공중그늘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꾸준히 공연을 하고 음악을 발표하며 인디음악 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켜온 젊은 밴드다. 신스팝, 드림팝,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등을 넘나드는 음악적인 색채를 바탕으로 귀에 잘 들어오는 선율과 – 앞서 언급한 김뜻돌처럼 – 우리말의 매력을 잘 살린 노랫말들이 사뭇 인상적인 음악을 한다. 그리고 난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최근 많은 젊은 밴드들의 음악이 그렇듯 ‘청춘’, 그리고 ‘낭만’이라는 두 키워드를 자주 떠올린다. “길지 않은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고자” 만들었다는 이 밴드의 존재처럼 유한함을 알기에 더욱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앨범 [연가]는 그렇게 반짝이는 젊음의 아름다운 기운을 한층 발전한 사운드로 담아낸 근사한 작품이다. 앨범 속 공중그늘의 사운드는 전작들에 비해 한층 결이 다채로울 뿐 아니라 아니라 입체적인 감각이 도드라지게 뚜렷해져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이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그들 나름의 어떤 ‘청사진’에 근접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타임머신’은 앨범 발매로부터 약 1년 전에 싱글로 먼저 공개했던 곡으로 리마스터링되어 이번 앨범에 다시 수록되었다. 이 앨범에서 유독 이 노래가 끌렸던 건 서두에서 언급한 ‘반짝거림’이 가장 청량한 바이브로 표현되고 있는 곡이라 느꼈기에, 그리고 이 노래를 들으며 요즘 트렌드의 인디팝 뿐 아니라 디스코, 한국의 옛날 가요 등 다양한 요소들을 드문드문 떠올렸고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들이 재밌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겹겹이 층을 쌓으면서 상쾌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신쓰, 춤추고 싶어지는 경쾌한 리듬이 점점 고조되어 후반부에서 브레이크를 떼어낸 듯 신나게 질주하는 순간은 마치 청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청춘의 소리가 내 마음 한구석에 아슬아슬 불씨만 남은 내적 댄스 본능과 공명한다.


732STT / Mandip X Jayallday Mathematics
From the album [ALBUM] (2020.08.24)


이제 한국 힙합에서도 ‘트랩’은 가장 주류적인 스타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속속 등장하는 많은 새로운 아티스트들 중 상당수가 트랩을 추구하거나, 혹은 트랩의 영향을 일정 정도 이상 받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에서도 트랩, 그리고 그 하위장르들은 – 물론 연식이 지긋한 베테랑들도 여전히 활약하고 있지만 – 젊은 세대의 음악이라는 인상이 역시 강하다. 대체로 다소 느린 템포 안에서 빠르고도 잘게 분절되며 귀를 때리는 하이햇이 특징적인 이 음악은 확실히 지금 시대의 ‘뉴-스쿨’이다.
최근 한국 힙합씬에 등장한 영 트래퍼들 중 Yawah(야와), MANDIP KEEM(맨딥킴)이 있다. 그리고 ‘732STT’는이 두 사람의 그룹이다. 2019년부터 각자의 솔로 작품들을 공개해오던 두 사람이 2020년 들어 그룹으로의 행보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6월에 정규 1집 [732], 그리고 곧이어 불과 두 달 만에 정규 2집 [ALBUM]을 빠르게 뒤이어 공개했다. 무려 28곡을 수록한 [ALBUM]은 트랩 장르의 팬이라면 분명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을 매력적인 트랩 앨범이다. 두 사람이 함께한 732STT로서의 곡들, 야와, 맨딥킴 각자의 솔로곡들, 거기에 최근 씬에서 맹활약 중인 BULLY DA BA$TARD, Bradystreet 등의 젊은 래퍼들이 목소리를 보탠 곡들까지 수록된 모든 트랙들은 제각각의 분위기 속에서도 왜 트랩이 지금 세대의 음악인지, 그들이 왜 이 장르에 열광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다채롭고 풍성하게 잘 차려진 트랩 한 상 차림이다.
앨범의 종반부에 배치된 ‘Mandip x Jayallday Mathematics’는 제목에서 바로 눈치챌 수 있듯 JayAllDay(제이올데이)가 피쳐링하고 있는 곡으로 앨범 후반부의 숨겨진 하이라이트다.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진 않지만 – 한국 힙합 초유의 세계적 히트곡인 – 키스에이프의 ‘잊지마 (IT G MA)’, 최근에는 사이먼 도미닉의 ‘ya ain’t gang’ 등 자신이 등장하는 트랙마다 특유의 나른한 톤과 플로우로 곡에 독특한 바이브를 더했던 제이올데이의 랩은 이 트랙에서도 역시나 빛을 발한다.

Editor / 김설탕SUGARKiM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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