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코포니의 새 프로젝트, 문소문의 앨범 [붉은 눈]이 발매되었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은 물론, 카코포니일 때의 솔직함과는 또 다른 정제된 무언가가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소문의 이러한 작품을 훌륭하게 뒷받침한 것 중 하나가 아트워크인데, 연여인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과 정말 더없이 잘 어울려 좋은 시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주목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연여인에게 문소문에 관한 여러가지를 물었다.
이번 앨범 아트워크 첫 의뢰가 언제인지.
되게 일찍 연락을 주셨어요. 가격 말씀 드린 건 네 달 전인가 그랬던 것 같고. 그러다 한, 두 달 후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그때 데모 받아서 듣고… 데모 받아서 듣고 너무 좋다고 연락 드렸는데, 그때 제대로 받았던 거니까 두 달 전인 것 같아요.
작업기간도 그 정도셨나요?
작업기간은 넉넉하게 잡고 하긴 했는데, 계속 그것만 하고 있던 것은 아니니까. 숙성기간이 길긴 했죠, 다른 작업물보다는. 왜냐면 작품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커머셜한 작업을 할 때는. 그래서 기간이 좀 길면 좋죠. 작업을 해놓고 며칠 후에 다시 보고, 또 수정 하고, 다시 보고 해서 시간이 지나도 괜찮은 거면 내보내도 된다는 확신이 들어서. 이건 숙성기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죠.
처음 들었을 때 ‘연극을 본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막 민경님(카코포니) 음악을 그렇게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문소문을 통해서 카코포니를 처음 알았거든요. 근데 이게 되게 카코포니이자 문소문의 장점인 것 같은데, 정말 민경님 자체가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들이 강한 거 같아요. 민경님 개인으로 봐도 그렇고, 카코포니로서 봐도 그렇고. 그래서 그분이 하는 음악이 뭔가 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근데 문소문은 더 연극 같다고 느꼈던 건, 붉은 눈을 한 여인이라는 캐릭터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가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당연한데 캐릭터가 생성되어서 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까 더 연극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붉은 눈을 한 주인공의 눈이 아트워크에는 안 나오잖아요?
그리고 뒷면의 아트워크에 나온 캐릭터도 붉은 눈은 아니에요. 그 캐릭터의 눈을 그리고자 한 게 아니었어요. 근데 이건 카코포니 분께서 전적으로 저에게 ‘맘대로 해주세요’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 카코포니님의 입장과 다른 저의 생각인데요. 뭐랄까, 그 캐릭터를 핍박하는 시선일 수도 있고, 그냥 지켜보는 눈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사람을 지켜보는 세상의 모든 눈이에요. 그 여인의 눈이 아니라. 그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눈들을 의미합니다.
그 여인의 눈을 직접 표현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일부러 뒷모습을 그리긴 했어요. 좀더 상상의 여지를 주려고? ‘이렇게 생긴 이런 사람이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얼굴이 안 보이게 그렸거든요. 전반적인 스토리도 그렇고, 현대적이지 않은 요소들이 있어서. 처음에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이 있지만 옛날부터 현재까지 공존하는 이야기잖아요 결국은. 그래서 옷은 50년대 느낌으로 하고, 머리는 현대적으로 하고. 그런 요소를 넣었던 것 같아요. 옛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이야기다 라는 지점에서.
그 여인을 아래에서 바라보는 존재들이 있잖아요. 새도 있고.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셨는지.
새한테 의미부여한 건 없어요. 그냥 제 캐릭터여서 넣은 것도 있고, 제가 원래 다른 작업을 할 때도 종종 넣기는 하는데, 여기에 넣은 게 좀 더 의미 있었던 것은 그 새가 저한테는 나약한 캐릭터거든요. 덩치는 크고 생긴 것도 막 친근한 인상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속으로는 되게 약한 아이에요. 여린 아이 중 하난데 그런 바이브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했어요. 생각해보니 외에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근데 뭔가 결이 잘 맞았어요.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렸던 것 같아요. 나머지 아래 사람들은 그냥 특징이 없잖아요. 그냥 사람들, 군중들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옷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되게 로마 시대 옷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시간개념이 없는 걸 그리고 싶었어요.
텀블벅에서 아트워크가 선공개되었고, 리워드로도 활용되었어요. 그런 부분을 고려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뇨. 민경님이 모든 걸 도맡아서 하셨어요. 제가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연락을 안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되게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되게 꼼꼼하시거든요. 그리고 원래는 레더노트가 아니라 퍼즐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그게 또 종이가 광택이 있는 종이인데 제 그림이 잉크 기반이고, 그러다 보니 종이 재질이 광택이 들어가면 안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좀 이상하게 나와서 그거 엎고 레더노트로 가게 되었는데, 그걸 고려하고 그리진 않았어요. 제가 요즘 스타일의 앨범 커버 느낌보단 삽화 느낌이 더 강하잖아요? 그래서 딱히 제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커버 작업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은?
이건 이번만 그런 건 아니고 항상 그렇게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 (커버는) 음악을 듣고 상상을 도와주는 장치라고 생각을 해요. 연극에서의 비주얼을 맡은 것처럼 그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카코포니님이 상상하신 모습을 내가 잘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저도 음악을 듣고 너무 좋아했어서. 근데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음악과 자신의 작품이, 혹은 감성의 결이 잘 맞는 경우에 하는 작업과 그렇지 못한 작업의 경우엔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저의 괴로움의 정도가… (웃음) 잘 맞으면 제가 신나서 해요. 근데 아닐 경우에는 (제 작품이) 안 좋아도 안 좋다고 말씀을 잘 안 해주시는 것 같기는 한데,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 힘들게 작업을 하는 거 같아요. 되게 고통스러워하면서 작업을 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작업을 일체 받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신나서 하는 게 아니라면 기계가 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정말 노동자가 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이번 문소문이 되게 좋았던 건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신 거기 때문에 저도 자신을 돌아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그런 게 있었죠. 생각하는 방향이 같아서.
그렇다면 잘 맞는 작품 중에서도 더 잘 나오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요.
영민 언니(쟈드(Jade))도 그렇고 민경님도 그렇고, ‘알아서 해주세요’ 하는 스타일이신데 그런 게 훨씬 결과물이 좋더라고요. 기획을 먼저 해서 오시면 직접 작업하시는 분이 아닌 이상 ‘이렇게 저렇게 의미부여를 했는데 시각적으로 나타났을 때 어떨지’, ‘구성이 어떨지’ 같은 걸 생각을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요소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어떤 포즈다’ 그런 게 정해져 있을 때 사실 조합을 해놓고 보면 세련되지 못하게 나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거든요. 기획부터 저한테 맡겨주시면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면 보통 작업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작업 진행 방식은 항상 같아요. 연락이 오면 제가 데모 요청을 드리고, 듣고 떠오른다 싶으면 ‘오케이, 합시다’ 해서 생각하시던 컨셉이나 주제, 곡 설명 등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그걸 받아서 제가 시안을 짜서 만나서 시안 보여드리고, 시안 확정을 하고, 그 다음 작업에 들어가죠. 그러면 결과물이 나오고 ‘수정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시라’ 하지만 수정 요청은 많이 없는 편이에요.
시안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건… 완전 러프하게 포토샵에서 스케치만 해서 보여드려요. 왜냐면 저는 수작업으로 하니까 그것을 완전히 확정 지은 다음에 들어가는 게 훨씬 편안해가지고. 시안은 대충 여기 뭐가 들어가고 이런걸 다 짜서 보여드리죠.
작가님한테 많은 관심이 없어도 최근에 많이 알려진 작품이 하나 있잖아요, 바로 편의점에서 파는 “호랑이커피”인데요. 처음 실물로 보셨을 때 어땠는지.
사실 저는 별 생각이 없었거든요.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고 7월에 출시된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제 주변사람들이 되게 신기해했고, 또 엄마가 절 칭찬해주시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신데 엄마가 보고서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신기하잖아요. 그래서 할머니께도 사드리고, 엄마도 봉사 나가시는데 선생님들도 드리고. 그런걸 보고 확실히 (많은 걸 느꼈죠). 랩 하는 사람들은 TV 나오면 언더에서 활동하다가도 ‘됐구나’ 하신다잖아요. 그래서 엄마도 눈앞에 프로덕트가 있으니까 ‘아 그래도 얘가 방에서 뭘 꼼지락대더니 뭔가 나왔구나’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셔서 좋았어요. 제가 좋았던 것보다도.
작품에 관한 피드백을 직접 받으실 때도 있잖아요. 어떠셨나요?
감사하죠. 저는 시작할 때는 순전히 나만을 위해서 그렸는데 그거로 어쨌든 직업이 되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거기까지만 해도 감사한데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으셨다는 게 신기하죠 사실. 혹은 내가 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왜냐면 일로서 하다 보면 중심이 흐트러질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싶지 않은걸 그려야 하고 그런 게 있으니까. 그런데 더 개인 작업 많이 하고 싶고, 욕심 잃지 말고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걸 보면.
일러스트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
준비는 항상 하고 있죠. 진척이 없어서 그렇지. (웃음) 요즘 되게 다른 매개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구상하고 있는 것들은 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아트 같은 것들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끝으로 작품을 보시는 분들께.
저는 기본적으로 음울한 음악을 좋아하고, 성격 자체가 그런 스타일이어서 문소문 전체 앨범을 다 좋게 들었어요. 처음부터 어둡긴 하거든요. 근데 그 음울함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더라도 그걸 넘어 끝까지 들어보라고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제 그림 감상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뚫고 그 내면을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 있는 평온함이라던지.